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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어느 날

93. 노년의 생애 설계 첫 시간에 20221027

by 지금은

일주일 전에 ‘인생의 꿈을 실현하는 생애 설계’라는 강좌가 있어 신청했습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강의실로 향했습니다. 지하의 식당에서 삼 층을 향해 계단을 오릅니다. 엘리베이터가 있지만 탈 것을 미리 포기했습니다. 사람들이 무더기로 몰려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는 한 대뿐입니다. 모이는 사람들에 비해 공간이 비좁습니다.


강의실에 도착했습니다. 늦은 감은 있지만 노년의 생애를 정리해 보고 싶었습니다. 이십여 년 전부터 꾸준히 생각을 해왔고 일부는 실천에 옮기고 있지만 이번 기회에 재정립하고 싶었습니다. 아직 오 분여의 시간이 있습니다. 프로그램 담당 복지사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양해를 구합니다.


“강사님이 서울에서 오는데 위치를 몰라 헤매고 있어 십여 분 늦을 거랍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초행이니 그럴 수 있지.”


우리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대표라도 되는 양 힘을 주어 말합니다. 수다스러운 사람입니다.


강의실은 예상과는 달리 텅 빈 상태입니다. 나를 포함하여 다섯 명이 자리했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강의 신청란에는 삼십여 명 가까이 되었습니다. 은근히 신경이 쓰입니다. 수강생의 숫자가 너무 적습니다. 폐강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됩니다.


전 학기에 ‘나만의 글쓰기’라는 강좌가 폐강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활발히 활동이 이루어졌는데 점차 인원수가 줄면서 이 년이 지나자, 나를 포함 세 명뿐입니다. 강의를 들을 수 없게 되자 서운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강자나 강사나 모두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공부하면서 늘 폐강되면 안 되는데 하는 마음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분기별로 설문지를 작성합니다. 그때마다 프로그램의 구성과 지도 방법에 대해 의견을 개진했는데 반영이 되지 않았나 봅니다. 분기가 바뀌어도 같은 내용, 같은 지도 방법은 결국 사람들을 떠나게 했습니다.


시간보다 십여 분이 지난 후에 강사가 도착했습니다. 강의실에는 세 명이 더 와서 수강생은 여덟 명이 되었습니다. 오늘의 강의는 두 시간입니다. 한 시간이 끝나고 휴식을 취했습니다. 다시 시작했을 때는 다시 다섯 명뿐입니다. 강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세 명이 사라졌습니다. 나도 같은 마음입니다. 새로운 것을 알고 싶었는데 그동안 사회에 홍보하는 보편적인 사항들입니다. 슬그머니 강의실에서 탈출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습니다. 강사를 생각하니 나의 교직 시절이 생각납니다. 내가 나름대로 강의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교실을 나간다고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일반적인 내용이지만 나름대로 도움이 되는 항목도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수강을 신청한 사람들에 대해 의견을 말해야겠습니다. 얼마 전 사전 예약 때문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일이 있습니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을 울린 이야기입니다. 음식점을 비롯하여 숙박업소 등에 단체로 예약하고 시간이 되어도 나타나지 않은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했습니다. 해당 숫자만큼 방을 비워두기도 하고 음식을 마련하기도 했는데 그들이 나타나지 않아 공실이 되었고 음식은 폐기를 했다고 합니다. 미리 신청하고 강의실에 들어오지 않은 사람은 오늘 이 시간에 무려 이십여 명이나 됩니다. 나는 이와 같은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이용할 수 없으면 사전 통지를 하여 손해를 입히지 말아야 합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신청부터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약속을 가볍게 여기는 태도를 고쳐야 합니다. 오늘의 경우 참석자가 예상보다 적었다면 강사를 초청하지 않았을 겁니다. 자연적으로 강사료는 지불하지 않아도 됩니다. 생각지 못한 인원에 강사도 처음에는 멋쩍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강사의 강의 중에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짚어보았습니다. 목표의 설정입니다. 하고자 하는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단기목표, 중기목표, 단기목표를 들 수 있습니다. 일 년을 기준으로 말한다면 일 년이라는 하나의 목표가 있고 이를 월별, 주별, 일별로 세분화할 수 있습니다. 오늘 강사의 설명 속에 내가 참고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월별, 주별, 일별 목표입니다. 나는 그동안 한 해의 큰 목표만을 설정하여 실천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작은 단위로 세분화하면 좀 더 실천하기가 쉽겠다고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올해 내가 가장 중요시한 목표는 백 편의 글을 쓰기입니다. 앞으로 큰 변수가 없다면 소기의 목표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강사의 말을 듣고 보니 월별 주별로 세분화했더라면 더 신경을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달에는 이십 편 가까이 쓰고 어느 달에는 한 편도 쓰지 못한 경우가 있습니다. 주제나 소재가 떠오르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다음 달에는 될 거라고 하는 막연한 생각이 실천에 방해가 되었습니다.


나는 글을 쓰는 것 못지않게 건강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이삼 년 사이에 건강은 물론 내 체력이 많이 약화하였습니다. 무작정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실천에 돌입했는데 생각 같지 않습니다. 작은 목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밖에서의 움직임이 필요하지만, 집안에서의 운동도 생각했습니다. 하루에 세 차례씩은 집에 있는 기구를 다루기로 했습니다. 아령, 완력기, 장봉, 곤봉 등이 있습니다. 그동안 비규칙적인 운동을 횟수와 시간을 설정하여 작은 목표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식사량도 조절할 생각입니다.


올해의 생애 설계는 이 두 가지에 관점을 두고 새해에는 또 다른 것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하겠습니다. 강의를 듣는 동안 떠올린 것은 내가 지니고 있는 재능을 아이들을 위한 봉사활동입니다. 의중을 말했더니 강사가 노인인력개발원을 방문하여 상담하면 좋겠다고 합니다.


이미 알고 있지만 잊고 있었던 귀중한 하나의 목표 설정 방법을 활용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시간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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