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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어느 날

111. 개기월식 20221117

by 지금은

지난 십일월 팔일 천왕성이 가려지는 개기 월식이 있었습니다. 달 왼쪽 아래에 있던 천왕성이 개기월식이 진행되는 동안 달 뒤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는데 이와 같은 현상은 이백 년 뒤에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나는 그 상황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개기월식을 알리는 홍보는 보름 전부터 나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나는 일식이나 월식에 대해 학교에서 배웠고 그동안 몇 차례 보아왔습니다. 내가 처음 이상한 현상을 본 것은 초등학교 삼 학년 때입니다. 개기일식입니다. 그 시절에는 관찰 도구가 변변치 않았습니다. 맨눈으로 보면 시력을 상할 수 있다며 선생님은 유리에 그름을 입혀 우리에게 나누어 주셨습니다. 신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개기월식 때는 식구들과 마당에서 맨눈으로 보았습니다.


자세히 보려면 망원경을 이용해야 한다고 했지만 지금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냥 보면 된다고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달구경을 해야겠다고 달력에 표시까지 해두었는데 거실에서 뉴스를 보다가 그만 깜빡 잊고 말았습니다. 알아차렸을 때는 늦었다고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재빨리 밖으로 나갔습니다. 아파트 사이에 떠 있는 보름달은 벌레를 먹은 듯 한쪽 귀퉁이가 떨어져 나갔습니다. 바라보는 동안 보이지 않던 부분이 서서히 제 모습을 찾아갑니다. 밖에 나와 구경하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멀어집니다.


완전한 보름달이 되자 나도 자리를 떴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집에 들어와 인터넷으로 오늘의 개기월식 진행상황을 보았습니다. 누군가 재빠른 사람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달의 모습을 촬영하여 올렸습니다. 사진을 보면서 나도 망원경을 준비하여 보았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선학별빛 도서관에서 개기월식 관측을 원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공개모집을 했는데 신청하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이 도서관은 인천 최초로 천체망원경을 갖춘 곳입니다. 종종 별을 관측하는 행사를 열지만 나는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개기월식은 달이 지구 그림자에 가려져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이때 보름달이 빨갛게 물들며 신비로운 광경을 연출합니다. 개기월식 때 달이 빨갛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개기월식은 태양, 지구, 달이 일직선을 이뤄, 달 전체가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지는 현상입니다. 태양은 지구 뒤에서 지구의 그림자를 만들어 달을 가리고, 지구는 달에 도달하는 직사광선을 차단해 개기월식을 만듭니다.


개기월식 때 달이 왜 빨갛게 변할까? 개기월식이 일이 나면 달은 붉은 색으로 물들기 때문에 ‘블러드문’이라고도 부릅니다. 지구 그림자의 어두운 부분이 달 표면으로 떨어지기 때문인데요. 전체적으로 붉은색을 띠는 이유는 ‘레일리 산란(Rayleigh scattering)’ 때문입니다. 이는 빛의 파장보다 훨씬 더 작은 분자나 입자들에 의해 퍼짐을 말합니다. 지구의 대기로 들어오는 햇빛은 여러 가스 및 물방울, 먼지 등의 입자에 부딪히며 흩어지게 됩니다. 이때 보라색이나 파란색처럼 파장이 짧은 빛은 산란이 되지만 적색 및 오렌지색처럼 긴 파장의 빛은 달의 표면까지 도달해 구부러지거나 굴절되며 붉은빛을 띠게 됩니다.


개기일식과 개기월식의 차이점이 있습니다. 개기월식은 태양-지구-달이 일직선을 이룰 때 나타납니다.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고 태양 광선을 반사해 빛납니다. 월식은 지구가 태양의 광선이 달에 직접 도달하는 것을 차단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개기일식은 태양-달-지구가 일직선을 이룰 때 나타납니다. 개기일식은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기 때문에 나타나는데요. 개기일식은 보통 약 160km~1만 6,000km 사이의 좁은 벨트 모양의 영역에서만 볼 수 있는 반면, 개기월식은 훨씬 더 넓게 대략 지구의 절반 정도의 영역에서 관측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배운 일식이나 월식에 대한 지식을 잊어버렸습니다. 긴 세월에 장사 없다더니만 꼭 맞는 말입니다. 그동안 관심에서 멀어졌기 때문입니다. 오늘 잠시 달을 관찰한 것을 계기로 다시 천체에 관해 관심을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밤하늘에 관심이 적어진 이유는 별을 볼 수 없는 이유도 있습니다. 도시에서는 인공 불빛으로 인해 하늘의 별 보기가 달 보기보다 더 어렵습니다. 어쩌다 몇 개씩 별이 보일 때면 신기합니다.


시골에 살 때 그 흔하던 별이 도시에서는 매우 귀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밤하늘에 보이는 게 별인데 말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달도 별 중의 하나이지만 우리 가까이 있고 크게 보이기 때문에 달이라는 이름을 가졌을 뿐입니다.


과학의 발전은 인류의 생활을 향상했지만 반대로 동화적 요소들을 빼앗아 갔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달에 관한 이야기를 한두 가지는 알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달과 별에 대한 연구와 탐사가 계속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도 필요하지만, 우리의 동화적 아름다움도 함께 살아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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