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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그날

65. 이 여름의 시작에 20210615

by 지금은

미루고 미루던 코로나 예방주사를 맞았습니다. 정부에서 큰 부작용이 없다고 하더니만 나에게는 힘들었습니다. 삼 일간이나 코로나 예방주사의 후유증에 시달렸습니다. 한 마디로 독합니다.


아침을 먹고 나서도 몸의 저림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팔다리, 등이며 머리까지 욱신거립니다. 의사의 주의사항대로 해열제를 한 알 먹었습니다. 어젯밤에도 복용했습니다. 자다가 깼는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습니다. 온몸에 ‘훅훅’ 달아오르는 열기가 느껴집니다.


전등불을 켜자, 아내가 따라 일어났습니다.


“안 좋아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주방으로 따라 나와 물을 따라줍니다. 약을 삼켰습니다. 몸을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었습니다. 몇 번이나 깨어나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동안 예방주사에 대해 별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독감, 폐렴 등을 막기 위해 예방 접종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잘 지나갔습니다.


아무래도 밖으로 나가야겠습니다. 장소를 옮기면 좀 나아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나 잠시 바람을 쐬고 올게요.”


대답이 없습니다. 이 방 저 방 기웃거렸지만, 아내는 보이지 않습니다.


‘아, 그렇지.’


아내는 집에 없습니다. 아내의 예방접종은 오늘 아침입니다.


나는 밖으로 나와 공원을 걸었습니다. 천천히, 천천히 발걸음을 옮깁니다. 잔뜩 찌푸린 하늘에서는 비가 한두 방울 우산 위로 떨어집니다. 호숫가에 이르렀을 때입니다. 갑자기 ‘쏴아’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소나기려니 했는데 하늘로 솟구치는 분수입니다. 이런 날에 구태여 분수까지 작동시킬 게 뭐람 하는 마음이 순간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더운 날에나 물줄기를 힘껏 날릴 것이지.’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자세히 보고 있노라니 흥취가 있습니다. 옅은 안갯속에 무언가 살아 움직이는 모습입니다. 한 폭의 수묵화입니다.


휴대폰을 꺼냈습니다. 아무래도 몇 장을 찍어야겠습니다. 내 눈에 보이는 대로만 보인다면 멋진 사진이 될 게 분명합니다. 생각과 현실은 종종 다릅니다. 찍은 사진을 곧 지웠습니다. 느릿느릿 길을 걷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지나쳐 갑니다. 오늘은 내 발걸음이 거북이를 닮았습니다.


어제 의사와 간호사의 말이 떠오릅니다. 심한 운동을 피하고, 목욕도 며칠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속보 정도야 어쩌랴 싶지만, 온몸이 불편하니 혹시나 하는 노파심이 작동하나 봅니다.


집에 들어와 우산을 펼쳐놓자 곧 아내가 도착했습니다.


“다 그렇대요.”


“뭐가?”


“감기, 몸살, 두통 등이 보인다는군요.”


병원에서 얻은 소식인가 봅니다. 그새 소문을 손에 쥐고 왔습니다. 주위의 몇 사람도 해열 진통제를 먹었다고 합니다. 나는 몸이 불편해서 힘이 드는 데 별일 아니라는 얼굴입니다.


“당신은 괜찮나요.”


“아직은 뭐, 아무렇지도 않아요. 저녁때 불편하면 준비한 약을 먹으면 되지요.”


어제 아침에 내가 찾은 병원은 시끄러웠습니다. 한 사람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곧이어 다른 한 사람이 합세했습니다.


“뭐야, 바쁜 사람들 한 시간 이상이나 붙잡아 놓고 말이야.”


“능력이 되지 않으면 신청이나 받지 말지.”


내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병원의 대기 장소가 사람들로 꽉 차 있습니다. 예방접종, 건강검진, 물리치료를 받으려는 자들로 뒤엉켜 북새통을 이루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거리 두기는 실천 불가능한 일입니다.


직원이 연신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담당 의사가 두 명인데 한 사람이 수술 때문에 참가하지 못하게 되어 상황이 이렇게 되었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애원합니다. 내가 접수를 끝내자, 삼십 분은 대기해야 한다며 미안한 표정을 짓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종합병원이 아닌 개인 병원으로 예약할걸.’


때늦은 후회입니다.


생각보다는 시간이 조금 단축되었습니다. 다른 날과는 달리 의사나 간호사가 좀 더 친절한 모습입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병원이 나쁜 일로 소문나면 좋은 것도 없습니다.


나는 이틀 동안 해열제를 세 알이나 먹었습니다. 욱신거리고 저린 몸이 조금씩 풀리는 기분입니다.


“괜찮은 거죠.”


“느낌이 좀 이상해요.”


나는 망설이지 않고 말했습니다.


“고생하지 말고 한 알 먹어요.”


물컵을 들어 아내 앞에 내밀었습니다. 겪어본 사람이 그 심정을 안다는 어머니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괜찮을 거라고 했던 마음이 잠시 몸을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예방접종의 효과가 나타나서 사회생활이 정상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학생들은 학교로, 직장인들은 직장으로, 나 같은 사람은 복지관이나 평생학습관으로 발걸음이 바빠지기를 기대합니다. 예방접종을 한 사람들은 이 학기부터 수강 신청을 받는다고 하니 대면 수업이 기다려집니다. 그동안 어쩔 수 없이 삼식이 노릇을 했습니다. 아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 가끔 외식하자고 조른 때도 있습니다.


하루빨리 코로나 전염병이 사그라져 세계가 평온을 찾아야 합니다. 경제가 회복되고 일자리가 늘어나 청년들의 희망이 솟아오르기를 소원합니다. 또한 고생한 많은 사람이 안정된 직업을 갖고 평온한 삶을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몸 상태가 회복되고 있으니, 김칫국을 마셔야겠습니다. 손바닥을 펼칩니다. 미루어 놓았던 여행의 꿈을 그립니다. 이 길로 아니 저 길, 어느새 손바닥에는 더 많은 길이 그려져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몹쓸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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