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운동 20230102
날씨가 춥습니다. 며칠 사이에 눈도 많이 내렸습니다. 넘어질까 염려되어 되도록 바깥나들이를 하지 않았습니다. 방안에만 있으니, 좀이 쑤십니다. 찌뿌듯한 몸을 풀기 위해 거실을 서성입니다. 새해의 계획 중 운동으로 아령을 하루에 세 차례 하기로 했습니다. 오전에 아령을 한 차례 했지만, 성에 차지 않습니다. 아내가 사용하는 것이라 가볍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을 찼습니다.
‘거실에서 공을 차다니, 더구나 어른이.’
요즘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 간에 얼굴을 붉히고 시비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심하면 주먹다짐에 생각지 못한 일도 벌어집니다. 이는 내가 겪은 일이기도 합니다. 아래층 아이가 시도 때도 없이 뛰어서 신경이 곤두선 때도 있었습니다. 관리사무실을 찾아가 하소연하고 조심하도록 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짜증스러운 마음이 들 경우는 자정이 넘었을 때입니다. 자리에 누웠는데 울림이 계속됩니다. 새벽일 때도 있습니다. 이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금은 조용합니다. 이사를 했는지 아이가 자라서 잘잘못을 분별할 나이가 되었는지는 모릅니다.
내가 어려움을 겪어봤으니 뛰거나 공을 차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한 달 전부터 공을 찹니다. 뛰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밖에서처럼 하지는 않습니다. 두꺼운 카펫 위에서 경쾌한 음악에 맞춰 발만 들었다 놓았다 하는 정도입니다. 공을 차는 것도 그렇습니다. 가볍고 부드러운 도지 볼을 놓고 카펫 위에서 공을 굴립니다. 최대한 발과 공의 거리를 좁힙니다. 멀어야 30센티미터 정도입니다. 가볍게 공에 발을 댔다 떼었다 하는 정도의 시늉입니다.
“층간 소음을 생각해야지요.”
나의 움직임을 본 아내가 신경 쓰이는가 봅니다.
“염려 말아요. 그렇지 않아도 혹시나 하는 생각을 했으니까.”
오늘은 오전 내내 컴퓨터 앞에 앉아있었더니 몸이 경직된 느낌이 듭니다. 스트레칭해도 아령을 들어봐도 몸이 무겁다는 생각뿐입니다. 추워도 밖에 나가서 움직여야겠습니다.
‘운동하러 갈까요.’
아내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만두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자, 아내는 서재로 들어갔습니다. 문틈으로 힐끗 보니 창을 향한 뒷모습이 보입니다. 붓이 들려있습니다. 마음을 흐트러뜨리기 싫습니다.
살그머니 집을 나섰습니다. 생각보다 춥지 않습니다. 공원을 두 바퀴만 돌까 생각했습니다.
학교 옆을 지나갈 때입니다. 울타리 밖으로 공이 떨어져 있습니다. 학교 공이 틀림없습니다. 집어서 운동장으로 던져 넣을까 하다가 발로 굴리면서 야외 운동기구가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잠시 턱받이를 벽 삼아 가볍게 공을 찼습니다. 다음 여러 가지 운동기구에 매달려 순서대로 지나갔습니다.
오늘은 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을 원래의 자리에 가져다 놓고 공원의 광장으로 향했는데 나무 밑에 숨겨진 또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아이들의 공인가 봅니다. 크기가 작습니다. 외양이 헐고 껍질이 군데군데 벗겨진 것을 보면 숨긴 것인지 버린 것인지 분간하기가 애매합니다. 광장의 계단을 벽 삼아 한동안 공을 찼습니다. 바람이 빠진 공이라 탄력이 적습니다. 투덕투덕 발끝에서 놀도록 왼발 오른발로 번갈아 가며 벽치기를 했습니다.
초등학교 때의 공차기가 생각납니다.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길이 미끄러워 아이들은 신발에 새끼줄을 감고 학교에 왔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자 운동장에 모여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했습니다.
“야, 우리 공 차자.”
“공이 있어야지.”
“새끼줄…….”
친구들의 신발에 묶었던 새끼줄을 모아 둥글게 감았습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오후 수업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우리는 난로 가에 모였습니다. 몸에서 김이 모락모락 오릅니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눈밭에서 새끼줄 공을 쫓으며 함께 달리고 뒹굴었습니다. 우리는 한동안 눈이 쌓이는 날이면 눈사람이나 눈싸움보다 공놀이에 빠져 겨울을 지냈습니다. 나는 운동신경이 둔했나 봅니다. 공을 쫓아다니지만, 끝날 때까지 두세 번 내 발아래 놓이면 다행입니다. 언젠가는 한 시간 내내 쫓아다녔지만, 한 번도 건드리지 못했습니다. 운동회 때 달리기 하면 항상 꼴찌만 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하루는 나 자신에 화가 나서 공차기를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자 운동장 가에서 눈덩이를 굴렸습니다.
“야, 뭐 해. 짝이 맞지 않는데.”
친구들의 성화에 ‘가위바위보’ 편 가르기를 하고 다시 공을 쫓았습니다. 남자애들이 홀수였다면 나는 분명 팀에 끼지 못했을지 모릅니다.
지금의 상황은 다릅니다. 공을 다루는 발재간이 그때보다는 낫습니다. 달리기도 체력도 그만합니다. 세월이 흐르다 보니 건강이나 체력이 나만 못한 친구들이 늘었습니다.
다음 모임에는 큰소리를 쳐볼까 합니다.
“너희들 어릴 때 나를 놀렸지. 눈도 왔는데 새끼줄 공 한 번 차 볼 거야.”
지루하게 공원을 걷는 것보다 공을 차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둘 다 하면 시간이 빨리 지나갈 것 같습니다.
‘공원 한 바퀴, 공다루기 20분.’
버킷리스트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