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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그날

52. 말주변 20210720

by 지금은

나는 가끔 잡담 실력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 중 종종 대화가 끊기는 일이 발생하곤 합니다. 이럴 때 나나 상대방 모두 어색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보는 사람이면 그 분위기를 더욱 서먹해집니다.


‘어휴, 만나지 말았으면 좋았을걸.’


미리 회피하지 못한 것이 후회됩니다.


답답한 마음에 처세술이라든가. 말의 기술, 대화의 요령과 같은 책을 찾아 읽었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읽는 동안에는 고개를 끄덕이고 음, 하고 긍정의 반응을 보이곤 했는데 실전에서는 통 힘을 쓰지 못합니다. 나만 그런 줄로 알았는데 의외로 그 수가 많은 모양입니다. 서점에 가보면 대화에 관련된 종류의 책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유튜브에서도 나름대로 자신이 알고 있는 대화법에 대해 알려주려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니 잡담이라고 해서 무조건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때와 장소와 분위기에 어울려야 합니다. 주제와 관련이 있으면 좋습니다. 외국 사람과의 대화에서 나이를 묻는 것은 예의에 벗어나는 일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초면에도 불구하고 불쑥 나이를 꺼낸 일이 있습니다. 옆 친구가 곧 대화의 방향을 바꾸어 어색함이 곧 해소되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대화법 강의를 하거나 책을 소개하는 일은 있지만, 아직 잡담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경우를 본 일이 없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잡담을 강의할 강좌가 있다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신문을 들추다 우연히 대화에 관한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요점을 말하면 대화의 시작은 가치중립적이며 관심을 두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일상적으로 누구나 관심을 두는 날씨와 건강에 관한 이야기로 처음을 여는 것이 좋습니다. 운동선수에 비하면 본 운동을 하기 전에 몸을 푸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상대방의 관심사에 대해 미리 알고 있으면 좋습니다. 서로의 취미나 공통된 관심사는 대화를 순조롭게 할 수 있습니다. 일상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으니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자연스레 말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오늘 조카에게 전화했습니다. 한동안 소식이 없어 안부를 물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오늘도 날씨와 건강 이야기를 했습니다. 입원해 있는 형의 상태를 물으며 열대야가 시작되었다는 말과 코로나 예방접종에 관해 이야기도 했습니다. 건강 조심을 당부했습니다.


그동안 여러 사람과 만남에 있어서 대화의 실마리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오늘과 별다름이 없는 듯합니다. 그렇다 치더라도 본론에서 이야기의 흐름을 매끄럽게 이어가지 못하는 게 문제입니다. 내 단점으로는 상대편 이야기의 핵심을 읽어내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다음은 말이 생각보다 앞섭니다. 나 자신은 이 나이가 되도록 문화인이며 교양인의 자격을 갖추었는지 의문입니다.


수영을 배울 때의 생각이 납니다. 내 영법을 몇 차례에 걸쳐서 비디오에 담아본 일이 있습니다. 잘못된 부분을 시정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입니다. 대화의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이처럼 흐름을 되짚어 보아야 합니다. 만남 이후 후회의 일이 없도록 해 볼 일입니다.


“내일이 중복이지요.”


“아니 벌써 그렇게 되었어요. 지난해 영월 동강에서 물놀이하던 생각이 나네요.”


“밤하늘은 어떻고요. 별들이 강바닥에 무더기로 내려왔잖아요.”


“맞아요, 어쩐지 별이 조개처럼 발에 밟히더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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