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내 이름은 민들레」라는 책을 펴낼 생각을 못 했습니다. 구상하면서 언젠가는 한 권의 책으로 탄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기회가 왔습니다. 도서관에 그림책 공부를 하려고 수강 신청 했는데, 이야기가 완성되면 책으로 만들어 준답니다. 준비하려던 시기와 꼭 맞아떨어졌습니다. 지금 글을 쓰려는 목적이 책과 관련 있습니다. 내가 구상하고 편집한 책을 얻고 나서 기쁜 나머지 관련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제각기 부모님이 지어주신 고유의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평생 그 이름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가끔 개명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특이한 경우입니다. 사람뿐이겠습니까. 생물은 물론 무생물에도 이름을 붙여줍니다. 이는 사물을 구별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내 이름은 민들레」는 내 책 이름입니다. 봄철이면 피어나는 꽃, 요즘 이 흔한 식물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민들레뿐이겠습니까. 도시에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은 식물과 접할 기회가 부족하다 보니 각종 동식물의 이름을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나는 시골에 살았으면서도 흔한 식물의 이름을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미 알고 있던 식물도 그 이름이 가물가물할 때가 있습니다. 사람 사이에도 자주 보아야 친숙해지듯 동식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과 떨어져 살다 보니 어려서 알고 있던 그들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어떤 것은 아예 처음 보는 것처럼 머릿속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은 좋습니다. 모습을 기억해 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만났던 사람이 다음에 내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줄 경우 반가움에 친근감이 생깁니다. 그를 다시 한번 더 쳐다보기도 하고 한 번 더 생각하게 됩니다.
내 그림책에 나오는 민들레와 할머니, 어느 봄날 할머니는 횡단보도의 경계석에 의지하고 힘들게 피어난 민들레를 발견했습니다. 그녀는 불쌍한 마음에 민들레를 공원의 한 곳으로 옮겼습니다. 다음 날부터 매일 이름을 불러주고 돌봐줍니다. 그 후 어느 날부터인가 할머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민들레는 궁금해서 주위의 꽃과 나무들에게 할머니의 안부를 물었지만, 고개를 저었습니다. 상심한 민들레는 밤을 지새우던 중 홀씨가 되어 할머니를 찾아 나섭니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비둘기의 도움으로 거처를 알아냈습니다. 민들레가 찾아간 곳은 할머니의 영원한 안식처입니다. 밤이 되어 별꽃이 내리고 할머니와의 만남이 이루어집니다. 서로 이름을 불러주며 새벽까지 도란도란 정다운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내 이름은 언년이.”
할머니의 이름은 다양합니다. 언년이라는 이름을 놔두고 어려서는 누구의 딸, 시집을 가서는 새댁, 밤골댁, 아이를 낳고는 누구의 어멈, 할머니가 되어서는 누구의 할멈으로 불리었습니다. 할머니는 자신의 이름을 찾고 싶었나 봅니다. 민들레의 이름을 불러줄 때마다 함께 자신의 이름을 강조합니다.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의 자식, 누구의 아버지로 불리는 일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른들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는 생각에 함부로 입에 담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내 이름이 많이 불린 것은 학생 때입니다. 학교에 가면 출석을 확인하기 위해 선생님들이 이름을 불렀습니다. 친구들도 이름을 불러줬습니다. 군대에서도 그랬습니다.
퇴직을 한 후에는 내 이름이 불리는 경우가 드뭅니다. 하루 종일 이름이 불리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나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이름을 불러주어야 할 일은 가물에 콩 나듯 합니다. 요즈음은 내 이름을 불러주는 시간이 가끔 있습니다. 이유는 만남이나 배움을 위해 기관을 찾기 때문입니다. 강사분들이 출석 점검을 위해, 수업 중 의사소통을 위해 이름을 조심스럽게 불러줍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자신보다 연상이니 ‘님’이나 ‘선생님’의 호칭을 덧붙여 줍니다. 나도 모르게 친근감이 갑니다.
이름을 자주 불러줄 경우 기억이 잘됩니다. 가까이하지 않으면 멀어집니다. 그러기에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말이 있습니다. 내가 익히 알고 있던 동식물의 이름이나 생김새가 기억나지 않거나 머릿속에 가물거리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잊지 않기 위해서는 이름을 불러주고 생김새를 기억해야 합니다.
‘모감주나무의 열매는 꼭 꽈리와 비슷하지, 부들은 열매가 아이스바와 비슷하지.’
연상과 함께 이름을 수시로 불러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학교 때 단짝이던 그 친구 얼굴은 희미하지만 이름을 떠올릴 수가 없습니다. 그동안 이름을 불러주지 않은 때문입니다. 만나보고 싶은데, 만나보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