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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그날

82. 백세를 향해 20210811

by 지금은

우리는 각자 이 세상에 처음으로 태어났고, 처음으로 젊어지고, 처음으로 늙어갑니다. 마침내 처음으로 생을 마감합니다. 어쩌다 보니 이 자리에 있습니다. 나는 아직 경험하지 못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는 백세라는 나이는 떠올리기 힘든 시기였습니다. 환갑잔치를 성대하게 치를 때이니 하는 말입니다.


어느덧 내 나이가 이쯤 되었을 때 백세의 삶에 관한 이야기들이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게 되었습니다. ‘백세주’가 시중에 유통되었습니다. 백세주를 마시면 백 살까지 살 수 있을까. 부질없는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술을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왜 이런 생각을 할까. 백세 주를 마시면 오래 살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술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그럴듯한 이름을 붙인 상술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친구들과 좋은 기분으로 함께 마신 일이 있습니다.


“이 술 먹고 모두 백세까지 사는 거야.”


“백세 그 이상 살고 싶은 사람은?”


“그야 뭐, 천세주, 만세주를 마시기로 하고.”


“욕심이 과하구먼.”


집에 가면 재빨리 상표 등록 신청을 준비해야 할까 봅니다.


대부분 오래 사는 것을 싫어할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남 보기에 추하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백세까지 살아본 사람들이 많지 않으니, 누구에게 도움을 받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렇게 하면 백세를 사는 사람들에게 좋을 것입니다. 학문적으로 또는 일상적인 기준에서 말할 수 있을 뿐입니다. 인간의 삶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의견입니다. 그것도 각기 조금씩 다릅니다.


어느 순간부터 내 활동 범위가 점차 줄어듭니다. 내가 알던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갑니다. 점점 내 주위가 허전해집니다. 이제는 만나는 친구도 친지들도 드뭅니다. 그렇다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교제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나는요 며칠 백 년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일 먼저 떠올린 일입니다. 혼자 사는 방법을 배워야겠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는 하지만 종래는 혼자 남겨지는 존재입니다.


잘 늙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다른 사람들에게서 꼰대 소리는 듣지 않아야겠습니다. 안방 늙은이라는 말은 더더욱 싫습니다. 늙어간다고 생각까지 멈출 수는 없습니다. 두 손 묶고 살 수는 없습니다.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젊은이 못지않은 활력을 되찾아야 할까요. 가진 것을 아낌없이 베풀어야 잘 늙는 것일까요. 좋기는 하지만 정답도 아닌 것 같습니다. 백세를 향해 앞서가는 사람들의 생활을 눈여겨보기로 했습니다. 철학자 김형석, 세계 최장수 디자이너 노라노를 비롯하여 본보기가 될 만한 사람들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긍정적인 삶입니다. 평화로운 마음의 소유자들입니다. 독특한 개성과 감각을 지닌 노인들입니다.


아직 시간은 충분합니다. 어떻게 할까. 어릴 때 장래 희망을 상상하듯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해야 합니다. 늙었다고 희망까지 없지는 않습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중요합니다. 유년이나 노년이나 다를 리 없습니다. 내가 살펴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변화와 성장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배우고, 봉사하고, 새로운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이 나이에 익혀서 뭘 하겠다고.”


나는 이런 사람은 외면합니다.


잘 늙는다는 건 긍정적인 삶입니다. 자기 내면을 성숙하게 하고 풍요롭게 하는 것입니다. 늘 움직이고 배우고, 겸손해야 합니다. 나는 얼마 전부터 건강한 삶을 실천을 하려고 마음먹었습니다. 일기를 쓰는 대신에 잠자리에 들기 전 감사의 기도를 합니다. 하느님과 어머니, 집안 식구들,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두 손을 모읍니다. 무엇이든 나와 남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눈을 크게 뜨고 귀를 기울입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건강 유지를 위해 움직입니다. 향상의 문제는 다음입니다. 우선 해보는 겁니다.


나는 남에게 특별히 자랑할 게 없지만 굳이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이것저것 배우고 익히고 싶어 동분서주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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