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악기 다루기 20210812
일주일 전에 노인 복지관에서 ‘피아노 칼림바’라는 악기를 받았습니다. 강사와 수강생의 학습활동이 비대면으로 이루어집니다. 코로나19 전염병의 확산으로 노인복지관에서 강사가 화상으로 교육하는 줄로 알았는데 그게 아닙니다. 2005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원 연합회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입니다. 수강 방법은 온라인 채널을 이용합니다.
‘피아노 칼림바’라는 악기의 발생지는 아프리카의 어느 지방이라고 합니다. 처음 보는 것으로 어른의 손바닥 크기입니다. 네모난 울림통에 기타처럼 가운데 둥근 구멍이 있습니다. 악기를 받아오자, 설명서를 읽었습니다. 대충 감을 잡았습니다. 엄지손가락으로 건반을 튕겨보았습니다. 소리가 작기는 하나 오르골 소리나 실로폰 소리와 흡사합니다. 음반의 배열이 달라 익히려면 시간이 걸리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생각대로입니다. 쉬운 동요를 연주하는데 자꾸만 다른 건반을 튕기게 됩니다. 악기가 작다 보니 손놀림이 자유롭지 못합니다. 연습을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신청자 중에서 악기를 받았으니, 기분이 좋은데 조금은 걱정이 됩니다. 이왕이면 연주를 잘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며칠 동안 연습을 해보았습니다. 생각만큼 진도가 빠르지 않습니다.
“연습하고 연주 모습을 카톡으로 홈페이지에 올려 주세요.”
담당자의 말에 어제오늘 몇 사람이 동영상을 올렸습니다.
“처음 만져보는 악기예요. 생각같이 쉽지 않네요.”
여러 사람이 댓글을 올렸습니다. 수강생 연주 솜씨가 엇비슷한 게 서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건반 튕기기를 더듬거립니다. 음정이나 박자가 맞지 않습니다. 처음 기타 줄을 튕겨보는 것과 같은 서툰 솜씨입니다. 그래도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용기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영상을 보낼까 말까 잠시 망설였습니다. 좀 더 연습한 후에 보내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나는 악보를 볼 줄 알고,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친 적이 있으니 썩 잘하지는 못하지만 몇 가지 악기는 기본적으로 만질 수 있습니다. 리코더, 오카리나, 기타, 하모니카, 실로폰, 오르간 등입니다. 그렇다고 누구 앞에서 드러내놓고 선을 보일 정도는 아닙니다. 지도 방법을 부지런히 익혔을 뿐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음악성이 부족합니다. 다른 예술 분야와는 달리 노력에 비해 발전의 정도가 느립니다. 가끔 속상하다는 생각을 할 정도입니다. 악보가 왜 그렇게 외워지지 않는지, 오선지를 보지 않고는 연주하기가 어렵습니다. 노래를 잘하면 악기 다루는 데도 도움이 되지만 나는 음치에다 박치입니다. 노래해야 할 경우 꽁무니를 빼기가 바쁩니다. 퇴직을 한 후에 한동안 음악에서 멀어졌습니다. 요즘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글을 쓰는 정도입니다. 지루하다 싶으면 누군가의 그림을 흉내 내기도 합니다. 될 수 있으면 마음이 바쁘게 돌아가도록 노력합니다. 나를 잊기 위한 방법입니다. 그중에 우선으로 꼽는 것은 독서와 글쓰기입니다. 완전 몰입을 하기 위해 힘씁니다. 책을 읽는 가운데 하루에 한 편의 글을 쓰려고 하지만 그게 그리 만만하지는 않습니다. 일기 쓰기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소재가 떠오르지 않아 궁리 끝에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날이 많지만, 꾸준히 노력하는 중입니다.
어떻게 할까. 무슨 일을 하든지 몰입이 중요합니다. 노래나 악기 다루기에 대해 생각을 해봤는데 독서나 글쓰기만큼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어느 정도 하다가 어렵다 싶으면 중도에 그만두었습니다. 영어 회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작년부터 매일 오전에 한 시간씩 텔레비전 시청을 하고 있지만 효과는 지지부진합니다. 영어에 관심을 가진 지가 자그마치 몇 년인가. 발전은커녕 퇴보하는 것은 몰입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활용할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내가 영어권에 가서 살고 있다면, 아니 관련되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면, 또 꼭 필요한 경우라면 달라졌으리라 생각합니다.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다루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내 삶에 으뜸으로 여겼다면 달라졌으리라 믿습니다.
칼림바를 받고 나서 어려움을 겪는 또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오선 악보에 익숙한 내가 처음으로 대하는 숫자 악보에 약점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잠시 새로운 동네에 간 느낌입니다. 지리에 밝지 못해 엉기적거리는 모습입니다. 숫자를 계명으로 바꾸어 연주해 봅니다. 익숙한 오선악보를 이용하게는 게 났다는 생각에 그동안 모아두었던 악보를 찾아보았습니다. 음표를 보자 눈에 익숙합니다. 좀 마음이 편합니다. 오선 악보를 가지고 연습해야겠습니다. 한 술 밥이 배부르겠습니까. 꾸준함을 무기로 삼겠습니다.
스스로의 약속입니다. 일 년 후에는 마음에 드는 곡 멋지게 연주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