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오늘은 행복했을까. 20210818
저녁나절 네 잎 클로버를 내 손가락, 내 발가락을 합친 것만큼 발견했습니다. 아니 다섯 잎짜리도 있습니다. 오늘 나는 행복했을까. 운동 겸 산책을 한다고 골프장을 향해 걸었습니다. 골프장 둘레를 한 바퀴 돌고 집에 오면 만 오천 보는 넉넉합니다. 걷는 중 가끔 멈춰 서서는 일이 있습니다. 나를 중심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하늘도 한 번씩은 올려다봅니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몸이 빨라질 경우 잠시 멈춰 선다고 합니다. 아직 마음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랍니다. 내 머릿속과는 정반대입니다. 내 몸이 빨라도 마음은 저만큼 멀리 가 있습니다. 항상 행동보다는 마음이 앞선다는 생각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오늘도 평소의 습관처럼 걷다가 멈춰 서기를 반복했습니다. 골프장에 다다랐을 무렵입니다. 공터의 갈대는 내 키의 두 배나 자라 바람에 몸을 흔들고 있습니다. 하늘과 땅의 보살핌이었습니다. 갈대 속에 몸을 숨겨보고 싶은 마음에 발을 내딛는 찰나입니다. 발밑에 클로버의 무더기가 나를 올려보고 있습니다. 하마터면 밟을 뻔했습니다. 디디려던 발을 움찔했을 때 네 잎 클로버가 눈에 비쳤던 겁니다. 나는 자세를 낮추고 그것을 들어 올렸습니다.
‘네 잎 클로버가 아니잖아, 아니!’
다섯 잎 클로버입니다. 신기한 생각에 쪼그리고 앉아 무더기를 살폈습니다. 생각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클로버의 줄기를 잡고 들어 올리자, 다섯 잎 클로버가 한 줄기에서 줄줄이 딸려 올라옵니다. 두 줄기에서 스무 개도 더 되는 것을 찾아냈습니다. 세 잎 클로버는 행복, 네 잎은 행운, 그럼, 다섯 잎은 뭐라고 불러야 하나. 행운 하고도 운, 행운에 행운이라면 좀 이상하지 않나. 언젠가 클로버를 알아보았더니 일곱 잎도 있다고 합니다. 내가 본 것은 다섯 잎이 최고입니다. 그것도 오늘에서야 찾아냈습니다.
속설에 의하면 나는 행운이 터진 사람임이 틀림없습니다. 행복이 행운보다 더 보편적이라고 해야만 할까. 어디에서나 눈에 잘 뜨이는 것은 세 잎 클로버입니다. 내 눈에는 네 잎 클로버가 눈에 잘 뜨입니다. 행운이 있는 사람인가. 사람들은 행복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사람마다 느끼는 행복은 다르고 또 다양합니다. 요즈음은 행복에 목말라한 사람이 많습니다. 행복 도시, 행복 주택, 행복 페이, 행복 카드, 행복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모두 행복을 말하고 행복을 바라지만 사람들은 점점 불행을 느낍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개별 삶, 힐링 등 신조어가 나타나지만, 사회는 가짜 행복을 권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행복을 주고 파는 상품이 되면서 장사꾼이 나타나고 기업이 생겨났습니다. 말이 행복이지 행운을 바랍니다. 복권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투자보다 투기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행복이 아니라 행운을 손에 쥐고 싶어 합니다. 생산성이 증대되면서 나라는 물론 국민들 사이에 빈부의 차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행복이란 마음이 아니라 물질에 의해서 좌우되는 시대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행복은 무엇인가. 하루하루 별 탈 없이 지내는 것입니다. 먹고, 입고, 잘 수 있는 의식주의 해결입니다. 수렵시대와 농경시대의 일입니다. 지금도 기본은 변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삶의 환경이 좋아지면서 의식주와 함께 문화생활과 여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기본적인 삶의 조건이 해결되니 내가 아니라 남에게 시선을 돌립니다. 상대를 의식하는 가운데 비교의 대상이 됩니다. 내 안에 만족은 떠나버린 지 오래입니다. 더 넓은 주택, 더 좋은 의상, 더 좋은 먹거리를 생각합니다. 이런 경우 만족이란 없습니다. 백을 원했으면 다음에는 천을 원하고 그다음에는 만을 원합니다. 가진 자나 못 가진 자나 생각은 같습니다. 나는 내 손가락의 개수보다 두 배나 되는 다섯 잎 클로버를 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책갈피에 하나하나 정성껏 끼워 넣습니다.
나는 오늘 행복했을까. 행운을 바란 것은 아닌지 네 잎 클로버보다 한 잎 더 많은 다섯 잎을 발견하고 잠시 기뻤습니다. 행복 이상의 행운을 넘어 그 이상을 꿈꿨는지 모릅니다. 요행을 바랐는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오늘은 별일이 없었습니다. 요행을 바랐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다행이지 뭐. 산책을 하며 기분이 좋았다는 자체로 만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