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4. ‘아내의 자가용’을 읽고 20210917
나는 동화를 좋아합니다. 그뿐 아니라 옛날이야기도 좋아합니다. 이야기에 빠져 한동안 열심히 동화책을 읽었습니다. 잘 쓰지 못하는 글이지만 머리를 쥐어짜며 부지런히 써보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한 편을 쓸 때마다 희열에 빠졌습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멋진 이야기라는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한동안 에세이와 시에 관심을 두는 관계로 동화를 소홀히 했습니다. 오늘은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갔다가 동화 코너에 눈이 갔습니다. ‘TV 동화 행복한 세상’이 내 눈을 현혹합니다. 무조건 페이지를 들췄습니다. ‘아내의 자가용’이라는 글입니다. 그림을 포함해서 세 쪽입니다. 가난한 부부는 열심히 일했습니다. 남편은 시장 골목에서 손수레로 물건을 실어 나르는 짐꾼이었고 아내는 옥수수를 쪄서 시장에 내다 파는 행상입니다. 고단한 일상이지만 돈을 한 푼 두 푼 모으는 재미로 힘든 줄을 몰랐습니다.
남편의 생일입니다. 아내는 다른 날보다 일찍 장사를 끝낸 뒤 남편을 위해 선물을 사고 고기와 찬거리를 한 아름 장만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습니다. 많은 짐을 머리에 이고 힘겹게 버스에 타려 했지만, 기사들은 번번이 거절했습니다. 아내는 할 수 없이 두 시간이 넘는 거리를 걸어야만 했습니다. 설움에 눈물이 주룩 흘렀습니다.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가 밤늦도록 오지 않으니 걱정입니다. 저 멀리서 아내가 터벅터벅 걸어옵니다. 남편은 얼른 손수레를 끌고 달려가 짐을 받아 실었습니다.
“왜 이렇게 늦은 거야.”
남편의 다그침에 눈물을 쏟으며 자초지종을 말했습니다. 남편도 눈물이 핑 돌았지만, 아내를 번쩍 안아 수레에 태웠습니다.
“자! 여왕님, 그럼, 지금부터 제가 모시겠습니다.”
남편이 끄는 낡은 손수레, 퉁퉁 부은 발만큼이나 부어있던 아내에게 그것은 세상에 어느 차보다 좋은 자가용입니다.
나는 책을 덮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머니의 생각에 책을 펼친 채 가슴에 품었습니다. 이 세상에는 꾸며낸 이야기들이 많이 있지만 우리 어머니의 고단한 삶을 표현한 것 같아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다른 것이라고는 파는 물건이 다르고 남편이 없다는 것일 뿐 행상의 과정이 닮았습니다. 매일 옷 봇짐을 머리에 이고 버스를 탔습니다. 이곳저곳 시장을 누볐습니다. 공장에서 물건을 받아 시장의 점포에 납품하는 일입니다. 어머니의 짐은 아내의 짐보다 크면 크지, 작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짐작을 해봅니다. 기사로부터 냉대를 받은 것도 더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짐이 크다고 버스를 못 타게 하니.”
힘에 부칠 때면 어쩌다 나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짐을 일부 나누었습니다. 내가 하교 후에 시장에 가져다 드린 일이 있습니다. 내가 지금에 있기까지 뒷바라지를 해주신 어머니께 늘 감사의 기도를 합니다. 젊은 아내와는 달리 나의 어머니는 슬프거나 괴로움이 있을 때 누구에게 위로받을 사람이 없습니다. 얼마나 외로움이 크셨겠습니까. 자식들이 학업을 마칠 때까지 일상의 반복이었습니다. 어머니의 힘든 삶의 무게가 지금도 느껴집니다.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나는 동화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에 어머니의 이야기를 신춘문예에 투고를 해보았습니다. 번번이 고배를 마셨습니다. 얼마 전 그 글들을 꺼내어 읽어보았습니다. 실력과 노력이 기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자기도취에 빠져있었습니다. 글의 짜임이 엉성하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 맞춤법도 틀린 곳이 두 군데나 있고 문장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습니다. 글 한 편 쓰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퇴고의 의미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작가들의 이야기를 보면 한 편의 글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서는 수십 또는 수백 번 고치고 다듬기를 반복한다고 합니다. 제이의 창작이라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나는 매일 한 편의 글을 써보려고 노력합니다. 생각같이 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니 이글 저글, 꽤 많은 원고가 쌓여갑니다. 아직 다듬는 일에는 소홀합니다. 쓰는 일에 시간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틈틈이 퇴고의 과정을 충실히 해야겠습니다. 어머니의 수고에 비해 내 노력은 보잘것없습니다. 다시 도전해 보아야 합니다. 명절이 다가옵니다. 이럴 때마다 어머니의 생각이 더더욱 간절해집니다. 어떤 해처럼 이번 추석에는 언덕에 올라 달을 바라보며 어머니와의 추억을 살려보기로 했습니다. 겉옷에는 이슬이 내리고 밤이 깊어져 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