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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3. 기나긴 기도 20211212

by 지금은

한 아이가 보이지 않습니다. 불현듯 불안이 엄습했습니다. 예감이 좋지 않습니다. 헐레벌떡 이 층을 향해 달렸습니다. 생각대로입니다. 신발장 옆에 아이가 가방을 등에 멘 채로 모로 쓰러져있습니다. 재빨리 안아 보건실로 달렸습니다. 아이를 보건선생님에게 인계하고 아이들을 하교시켰습니다. 보건실로 갔지만 아이는 눈을 감은 채 잠든 것처럼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다른 때 같으면 깨어날 시간이 되었는데 시간이 점점 길어집니다.


‘빨리 깨어나게 해 주세요.’


하느님을 향해 평소에 하지 않던 기도를 했습니다. 지켜보던 보건 선생은 아무래도 안 되겠다며 아이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보건 선생은 나보다 오래전부터 아이의 소아 당뇨에 대해 상태를 알고 있었습니다. 부모의 말처럼 위증환자입니다.


오늘따라 내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학교 일로 출장을 가야 합니다. 누가 대신해 주면 좋겠지만 업무 특성상 대신할 사람이 없습니다. 교육청에 있는 동안 틈을 내어 부모에게 수시로 상태를 물었습니다. 계속 같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의사는 모든 처치를 했으니 상황을 지켜보자고 했답니다.


“쓰러지는 거 보셨어요?”


보지 못했습니다. 어머니는 머리가 먼저 바닥에 닿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드는 모양입니다. 혹시 뇌에 이상이 오는 것은 아닌지 하는 마음이 드는가 봅니다.


나는 사실대로 말했습니다. 오늘따라 일이 어긋나려고 했는지 그 아이를 앞세우지 못했습니다. 반장이라 늘 하교시간이면 앞에 서는 것이 기본이었는데 가방을 미처 챙기지 못해서일까. 아래층으로 다 내려왔겠지 했는데 신발을 갈아 신는 사이에 확인해 보니 보이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점점 흘러갑니다. 벌써 몇 차례나 전화를 했는지 모릅니다. 출장을 마감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늦어져 어둠이 짙어졌습니다. 아무래도 안 되겠습니다. 병원에 들르겠다고 하자 어머니는 극구 말렸습니다.


“오신다고 달라지겠어요. 더 기다려보면 깨어나겠지요.”


할 말이 없습니다. ‘눈 안에 넣지 못한 죄’ 무조건 미안하다는 말의 연속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점점 가슴이 탑니다. 빨리 깨어나야 하는데 깨어나야 하는데 하는 말을 입속으로 반복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밤 열 시가 되었습니다. 밖으로 내봅니다. 까만 밤처럼 내 마음이 점점 까맣게 물들어갑니다. 부모가 말했습니다.


“아이가 깨어나면 전화 들릴게요.”


십여 분이 지났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전화를 해야겠습니다. 두 손을 모았습니다. 슬며시 밖으로 나왔습니다. 아내가 사실을 알면 걱정을 할 것입니다. 나 하나면 됐지 아내의 마음까지 불안하게 해서 되겠나 싶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달려가야겠어요.”


버스 정류장으로 발길을 옮기며 오늘은 마지막 전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막 깨어났어요. 의사 선생님이 머리에는 이상이 없다는군요.”


“아이고 하느님 감사합니다. 부모님께 걱정을 끼쳐 미안합니다. 좀 더 신경을 썼어야 하는 데……”


머릿속에 저장된 것처럼 많은 문장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내가 살아오는 동안 이렇게 긴 기도를 해본 적은 처음입니다. 이후로 나는 학년이 끝날 때까지 아이를 옆구리에 끼고 지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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