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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52. 오복 중 하나라는데 20211225

by 지금은

게가 나에게는 그림의 떡입니다. 모르는 사이에 나에게서 멀어졌습니다. 40대 때만 하더라도 딱딱한 것들을 ‘오도독오도독’ 소리가 나도록 잘도 씹었습니다.


요즘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음식물이 이빨 사이에 낍니다. 식사 때마다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특히 말린 나물 반찬이 그렇습니다. 점심에는 드디어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묵나물은 사지 않는 게 좋겠어요.”


“곤드레나물이 특히 그렇지요”


아내는 나물을 바라보면 고개를 끄덕입니다. 점심을 끝내고 곧 이를 닦았습니다. 요즈음은 시도 때도 없이 칫솔을 듭니다.


며칠 전에도 치과에 갔습니다. 빠진 이를 해 넣기 위해서입니다. 기대하고 갔는데 결과는 실망입니다. 임플란트를 잇몸에 두 개 심었는데 잘못됐습니다. 하나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습니다. 간호사의 말로는 뿌리를 심을 때 잇몸에 염증이 심해 생긴 결과라고 했습니다. 다시 시술했습니다. 진통제를 먹기는 하지만 며칠 동안 아픔을 각오해야 합니다.


“치과에 다녀와야겠어요.”


말을 남기고 집을 나섰습니다. 아무래도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이빨이 흔들리는 느낌이 듭니다. 이빨 사에 불순물을 빼기는 했지만 불편합니다. 임플란트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불안합니다. 문제라도 되면 돈도 돈이지만 아픔의 고통이 또 찾아올 것입니다.


창구의 직원이 말했습니다.


“예약하고 오셨어요.”


“갑자기 불편한 느낌이 들어 곧바로 왔습니다.”


웬 환자들이 그렇게도 많은지, 예약을 하고 갈 때도 오전에는 기다림의 연속입니다.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치과 환자가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기다림에 지친 나머지 화를 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예약받지 말라는 항의를 하기도 합니다. 나는 여러 차례 가다 보니 비교적 한가한 시간을 압니다. 직원에게 물어본 결과입니다. 오늘은 예약하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예약을 한 날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적었습니다.


걱정을 안고 침대에 누웠습니다.


“뿌리는 괜찮은데 이음 나사가 풀렸네요. 흔들리는 느낌이 나지요.”


기둥은 괜찮으니, 반값에 이를 해주겠다고 합니다. 걱정이 많았는데 그나마 결과를 알고 나니 마음이 놓입니다. 이빨, 돈돈입니다. 그동안 다른 병의 진료보다 몇십 배는 더 들었습니다. 간호사가 지금 당장 시술하자며 계약서를 내밀고 서명할 것을 권했지만 뒤로 미루었습니다. 지금의 위치에 있는 이빨을 허물면 당장 음식물을 씹을 수가 없습니다. 반대편 잇몸의 이빨은 텅 빈 상태입니다. 이빨이 네 개나 없습니다. 대신 임플란트 두 개만 잇몸 속에 숨겨져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다니다 보니 남에게 눈에 뜨이지 않을 뿐입니다.


할머니는 음식물을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의 일입니다.


“이빨은 오복 중의 하나라는데 제대로 씹을 수가 없으니, 맛이라고는…….”


무슨 말씀인가 했는데 이제야 이해가 됩니다. 먹는 재미가 예전만 못합니다.


나는 이빨 관리를 잘하지 못했습니다. 어려서부터 이빨을 닦는 일을 소홀히 했습니다. 이빨이 부실해지면서 양치질의 중요성을 느꼈지만, 늦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하나는 이빨을 너무 강하게 사용하였습니다. 힘을 주어 음식물을 씹다 보니 생긴 일입니다. 식구들이 너무 세게 씹지 말라는 충고를 했습니다. 남아있는 이라고는 앞니 몇 개뿐이다.


몇 년 전 노인복지관에서의 일입니다. 보건소에서 간호사와 의사가 와서 치아의 건강을 위해 불소 도포를 해준 일이 있습니다.


“그동안 참 고생이 많으셨군요.”


입안을 확인한 의사가 하는 말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응대했습니다. 치아 관리와 건강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동안 비슷한 말을 수없이 들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몰라서 못 하는 것도 있지만 알면서도 못하는 예도 있습니다. 내 이의 관리는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소홀했습니다. 치과에 가야 할 때마다 후회가 됩니다. 아픔, 돈, 치과에서의 소음은 나를 괴롭히는 삼 형제입니다. 임플란트는 반영구적이기는 해도 믿으면 안 된다고 합니다. 관리를 소홀히 하면 순간에 망가진다며 의사는 적극적인 관리를 요구합니다.


잘 시간입니다.


“아들 이를 닦은 거야? 나 치과 갔다 왔는데 말이야…….”


주방으로 물을 먹으러 오자 말했습니다. 나보다 아들 걱정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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