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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53. 헤엄 20211227

by 지금은

수영!


코로나로 인해 한동안 학습관 문이 닫혔습니다. 예년 같으면 수강 신청을 받을 시기인데 알림 문자가 오지 않고 홈페이지에도 게시하지 않았습니다. 확인해보니 단 한 종목만 신청받습니다. 수영입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수강 신청을 했지만, 인원이 많아 추첨에서 탈락하는 일이 여러번 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당첨입니다. 코로나 전염병으로 인해 염려되어 망설이기는 했어도 소독을 철저하다는 말에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내가 수영을 정식으로 배운 곳은 바로 문화회관 수영장입니다. 시골에서 유년기를 지냈으니, 물에 뜨는 일이야 어렵지 않지만 제대로 배운 일은 없습니다. 자연스레 친구들과 어울려 발장구 치고 손을 휘젓다 보니 물에서 뜨는 일을 어렵지 않았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듯 나는 가끔 호기를 부린 때도 있습니다. 누군가 물으면 수영을 꽤 잘하는 양 말했습니다.


“뭐, 배가 고프지 않다면야 종일 물 위에 떠 있을 수 있지.”


그렇습니다. 물 위에 뜨는 일이야 어렵지는 않지만 제대로 된 수영 솜씨를 보여줄 수는 없습니다. 이런 나의 실력을 모르는 사람들은 물속에서 잠시 떠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여깁니다. 물을 무서워하지 않기 때문일까요. 사실은 남이 상상하지 못하는 곳에서 수영을 한 일도 있습니다. 동해입니다. 그것도 휴전선에서 가까운 곳입니다.


30대 후반 여름방학 때입니다. 친척 가족과 동해안으로 피서를 갔습니다. 그중 하루는 작은 배를 탔습니다. 낚시를 좋아하는 형님 때문입니다. 우리는 낚싯배를 빌려 고기가 많이 잡힌다는 곳으로 갔습니다. 북방한계선 가까이 군함이 지키는 곳입니다.


낚시하다 보니 뱃멀미가 났습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습니다. 구역질하자 선장이 말했습니다.


“바다에 빠져요, 못 나오면 내가 건져줄 테니까.”


선장의 말만 믿고 정말로 바다로 뛰어내렸습니다. 모두 걱정을 했지만 나는 여유롭게 바다에 떠 있었습니다. 그것도 몇십 분 동안입니다. 개헤엄이지만 편했습니다. 힘들다 싶으면 하늘을 보고 누웠습니다.


수영을 익힌 것은 60대 후반입니다. 물에서 뜰 수 있다는 자신감에 정식으로 배워보고 싶었습니다. 생존을 위해 필요하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니 일거양득입니다. 수영을 익히는 동안 생각지 않은 물을 많이 먹었습니다. 팔과 손의 동작도 중요하지만, 호흡을 익히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비록 자유형을 익혔지만, 다른 사람에 비해 진도가 빨랐습니다. 우리 팀에서는 유일하게 나만 완주했다고 해야 할까요. 한두 사람씩 포기하더니만 나중에는 혼자만 남았습니다.


개인 수영을 할 때입니다. 한동안 핀잔을 많이 들었습니다. 완숙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을 때이니 본의 아니게 주위 사람들에게 성가신 존재입니다. 부딪치거나 레인을 방해했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미안하다는 말로 그들의 표정을 누그러뜨렸습니다. 몇 개월이 지나자, 나는 그들보다 영법이 부드럽고 빠르기도 앞섰습니다. 상황이 역전되었습니다.


한참 수영에 재미 들였을 때입니다. 힘든 줄을 모르고 과욕을 부렸나 봅니다. 체력에 비해 많은 시간을 물속에서 있다 보니 생각지 않게 병이 났습니다. 외국 여행을 준비했는데 일정을 뒤로 미루어야 했습니다. 아침을 먹고 회관으로 출발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입금하면 좋으련만 프로그램에 오류가 있어 부득이 수영장에 직접 납부를 해야만 한답니다. 시니어는 일정 금액 할인이 되는데 집에 있는 컴퓨터로는 접속할 수가 없습니다. 담당자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프로그램에 오류가 있다고 합니다.


어제, 오늘은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입니다. 하지만 수영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에 추위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두툼한 코트를 입었습니다. 목도리를 했습니다. 마스크, 모자에 장갑까지 끼었습니다.

창구에 코로나 전염병 3차 예방접종 확인서를 내밀었습니다. 아차. 회원증은 챙기지 못했습니다.


“다음에는 꼭 가져오셔야 해요. 예방접종 확인 스티커를 붙여야 하거든요.”


‘하나를 챙기면 하나를 잊을 게 뭐람.’


희미하게 눈발이 날립니다. 마음속으로 이미지 훈련을 해봅니다. 팔, 다리, 머리, 호흡의 일치, 영법이 흐트러지지는 않았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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