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 이름 이야기 20240102

by 지금은

“돌멩아 노올자.”


“개똥아 놀자.”


어렸을 때 흔히 듣던 이름입니다. 무심코 부르던 이름이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놀림감이 되곤 했습니다. 화가 났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그렇게 불렀으니 동네 사람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친구가 학교에서 출석부에 있는 이름대신 별명을 부르자 다른 친구들이 함께 부르며 짓궂게 놀렸습니다. 눈물이 났습니다.


원래의 이름을 두고 그렇게 불렀느냐고 집에 와서 어머니께 물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네가 오래 살라고 그렇게 하셨다고 했습니다. 좋은 의미이기는 하지만 어린 나이에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별칭을 부른 때문인지 몇십 년이 지난 후에도 동창 모임에서 그 친구의 이야기가 나오면 모습과 이름이 동시에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얼굴 한 번 못 보았어도 잊히지 않습니다. 물건의 상표만큼이나 이름이 중요해 보입니다. 붕어빵, 국화빵, 뻥튀기…….


우리 글쓰기 동호회원 중 한 사람의 글이 게시판에 올라왔습니다. 회원들이 읽고 즉시 답 글을 올렸습니다. ‘재미있다, 놀림깨나 받았겠다, 아버지 때문에 좋은 글을 쓰게 되었다’는 등의 다양한 의견을 보였습니다.


그는 어느 문중의 ‘장남(長男)’입니다. 졸지에 문중을 책임지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백발이 된 지금까지도 장남입니다. 하지만 그는 여자입니다. 장남이 된 사연이 있습니다. 팔 남매의 다섯째로 태어났는데 전쟁 통에 형제를 잃었습니다. 그가 아들이기를 바랐는데 딸로 태어나자 다음번에 태어날 아기가 남자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장남이라고 했다는군요. 사실은 이름도 없이 삼 개월이나 방치되어 있었답니다. 호구 조사를 나왔던 면서기가 사연을 듣고 그 자리에서 이름을 지어주게 되었습니다.


여자가 장남(長男)이라 이상하지 않습니까. 오래 살라는 의미도 들어있습니다. 학교에 가자 놀림이 심했나 봅니다. 할아버지가 이름을 바꾸어 주려고 면사무소에 들렸는데 개명을 하려면 돈이 든다고 했습니다. 어려운 살림에 어떻게 해보려고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름대로 삶이 이루어지는지 모르겠으나 이분은 여자임에도 남자 못지않게 활발하고 힘도 셉니다. 무거운 물건이라도 움직일 일이 있으면 거리낌 없이 해냅니다. 봉사활동에서도 앞장을 섭니다.


초등학교 시절 친구 개똥이입니다. 원래의 이름은 ‘명문’ 이입니다. 형제자매가 태어났지만 안타깝게도 일찍 세상을 달리하자 별명을 지어 부르게 되었습니다. 어떻게든 살아남으라는 의미였답니다. 부모의 간절한 마음이었을까요. 건강한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음 친구는 돌멩이입니다. 원래의 이름은 ‘동명’ 이입니다. 이 집도 개똥이네와 별반 다르지 않았나 봅니다. 태어난 아기가 시름시름 앓다가 부모의 품을 떠났습니다. 마음이 아팠던 때문일까요 아버지가 튼튼하고 오래 살라고 돌멩이라고 했습니다. 친구는 힘이 장사입니다. 초등학교 졸업 무렵입니다. 장사라고 소문난 아버지의 지게 짐보다 더 무거운 나뭇짐을 지고 다녔습니다. 학교에서도 친구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쉽게 해냈습니다.


어쩌다 이상한 이름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웃긴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멋쩍다고나 해야 할까. 궁금한 마음에 인터넷으로 찾아보았습니다. ‘구자두, 육백만, 방귀녀, 마진가, 백김치, 석을년, 엄어나, 신난다, 안테나, 김시발, 이학교, 허억, 최첨단, 손낙지, 고기판, 고오환, 강도야, 조지나, 여인숙, 인분, 김샌다, 피바다…….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별명도 있지만 주민등록상의 이름들입니다. 많은 사람이 개명신청을 했고 대기 중인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신청의 이유를 살펴보았습니다. 원래 이름이 좋지 않은 뜻이나 발음을 가져 불편함을 겪은 사례 등이 있습니다. 이밖에도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이름을 바꿀 수가 있다고 합니다.



며칠 전입니다. 내가 참가한 동호회에서 모임을 명칭을 이야기했습니다. 좋은 이름을 짓기 위해 여러 명이 의논을 했습니다. 수십 분이 지나서야 결정을 지었습니다. 대외에 알리지 않는 우리들끼리의 모임임에도 불구하고 멋진 명칭을 짓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해돋이 글방’ 막 떠오르는 글쓰기 모임이라고 할까요.


물건에 상표가 있는 것처럼 이름은 자신을 나타내는 얼굴입니다. 그러고 보면 자신에 어울리는 이름을 갖는 것은 중요합니다. 대분의 조부모가 바쁘다는 이유로 또는 즉흥적으로 자식의 이름을 지은 경우가 있습니다. 태교나 태명을 생각하듯 미리 태어날 아기의 이름을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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