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새해의 새 결심 20240104

by 지금은

새해가 되면 대부분의 사람이 한 가지 정도는 실천하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요즘은 잘 모르겠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담배를 끊겠다는 이야기를 제일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나는 것도 금연이 많았습니다. 이제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점차 줄어들어서인지 예전 같지 않은 듯해 보입니다.


근래에 들어서는 걷기에 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만보 걷기입니다. 만보기를 만들어낸 사람이 기기를 판매하기 위해 만보는 걸어야 건강에 좋다는 말을 퍼뜨렸다고 하지만 걷기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수월한 운동이며 삶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내가 알고 지내는 사람은 하루에 일만 보 걷기를 채우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집착을 합니다. 눈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거나 따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걷기가 최고의 건강 유지 비결이라고 전도사라도 된 양 강조를 합니다. 만남이 있어 잠시 이야기를 하다가도 해지기 전에 목표치를 채워야 한다며 자리를 뜨기도 합니다.


또 다른 사람은 체력이 떨어졌다며 걷기를 하겠다고 새해 결심을 했습니다. 한 번에 만보를 걷기는 힘들겠고 틈나는 대로 자주 걷겠답니다. 2 천보, 3 천보, 5 천보……. 겉보기에도 몇 해 전과는 다르게 동작이 우둔해 보입니다.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실천을 하고 있느냐 물었습니다. 머뭇거립니다. 초하룻날 아침에 나가려고 했는데 바쁜 일일이 있어 미루었습니다. 다음날은 미세먼지가 높다고 해서 그만두었습니다. 어제는 깜빡 잊었습니다. 내일부터는 할 거랍니다.


나도 새해를 맞이하여 결심한 게 있습니다. 하모니카 연주 두 곡입니다. 연습을 해서 내가 좋아하는 곡을 남 앞에 보여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삼일동안 하모니카를 만지지도 못했습니다. 책장에 있는 것을 빤히 보면서도 못 본 척했습니다. 남들은 작심삼일리라고 하는데 나는 삼일동안 마음에 두고서도 지나쳤습니다. 다른 사람이 작심삼일을 끝냈다고 여겨지는 날 날부터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큰 의미는 없습니다. 뜸을 들이기로 했다고 해야 할까요. 드디어 오늘 하모니카를 손에 쥐었습니다. 곽을 열고 꺼냈습니다. 천으로 겉을 닦았습니다. 몇 년 동안 잠자고 있었는데도 천이 지나가자 반짝반짝 빛을 냅니다. 10여 년을 그렇게 한 자리에서 있었습니다. 처음 마련할 때는 연주가라도 되려는 양 포부가 있었는데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음계를 익히고 한 두곡이나마 서툴게 불 수 있었는데 하루 이틀 손을 놓다 보니 책꽂이로 밀려났습니다.


하모니카를 입으로 가져갑니다. 도레미파……. 내불고 마시고 내불고, 라, 시 음에서 뭔가 이상합니다. 십여 년에 모든 것을 잊었습니다. 물어볼 사이도 없이 아내가 서재에서 거실로 다가왔습니다. 그렇게 까맣게 잊어버릴 수야 있겠느냐며 호흡을 짚어줍니다. 수영이나 자전거, 스케이트는 쉬었다가 시작해도 잠시 뿐 제자리를 찾아가는데 하모니카는 생각 같지 않습니다. 호흡이 잘 맞지 않고 불안합니다. 소리도 제자리를 찾지 못합니다. 처음 배운다 치고 다시 시작을 해야겠습니다.


나는 악기 다루는 것을 좋아합니다. 남이 하는 것을 보면 부럽습니다. 악기 하나쯤은 만질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늘 머릿속에 있지만 손이 잘 따라주지 못합니다. 음악성이 부족하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노력이 부족하다고 해야 할까요. 둘 다라고 하는 편이 마음 편할 것 같습니다. 다시 악기를 다뤄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학습관 때문입니다. 평생프로그램에 하모니카반이 있습니다. 개강 처음 날 들려오는 소리는 불협화음으로 마음을 어지럽게 했지만 봄이 지나자 소리가 귀에 익어갑니다. 여름 노래로 바뀌었습니다. 가을 노래로 바뀌었습니다. 눈으로 계절을 알 수 있지만 귀로도 바뀜을 느낍니다. 때때로 감상을 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겨울이 되자 강당에서 그동안 배운 동아리의 학습발표회를 했습니다.


‘내년에는 바로 이거야.’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마음만 먹으면 꺼내 불 수 있습니다. 크기가 작으니 휴대하기가 편합니다. 옆에는 늘 강사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아내입니다. 하모니카를 어려서부터 불어본 덕분에 쉽게 익혔습니다. 몇 차례 학습프로그램에 참석을 하더니만 합주를 함께 할 수 있는 정도의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피아노를 공부한 덕분에 악보를 이해할 줄도 압니다. 나도 그동안 선머슴처럼 이 악기, 저 악기 손을 대고 보니 기초는 습득했다고 해야겠습니다.


삼일 늦었다고 늦은 게 아닙니다.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오늘 포기한 사람이 있습니다.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수많은 사람들 속에는 꼭 있게 마련입니다. 확인할 수 없지만 지금도 실천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몰입이 항상 중요합니다. 내 글쓰기처럼 말입니다. 매일같이 정성을 다해 쓰는 글도 아니고 매끄럽지도 않지만, 이제는 다만 몇 글자라도 쓰지 않으면 불안한 생각이 듭니다. 이 정도면 습관이 된 게 아닐까 합니다.

이번에는 놓지 말아야 합니다. 불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마음이 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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