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 해바라기뿐인가 20240107

by 지금은

며칠 전 글쓰기 동호회에서 마음에 남는 영화 한 편을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닷새의 시간이 주어졌지만 그만 깜빡 잊고 말았습니다. 홈페이지에 회원의 글이 올라온 것을 보고서야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나절의 시간이 남아있지만 글을 남기기에는 만만치 않습니다. 기억을 되살리고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니 어영부영하다가 놓치고 말았습니다.


이틀이 지난 후 EBS 명화 방영 시간입니다. ‘해바라기’를 감상했습니다. 계획이 있어서가 아니라 채널을 돌리는 순간 공교롭게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3·4분이 흐른 다음입니다. 몇 분이 지났지만 시작부터 보았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세계 2차 대전 무렵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입니다. 줄거리를 간략히 소개합니다. 이탈리아의 나폴리에 살던 조반나(소피아 로렌 분)는 밀라노에서 온 안토니오(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분)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해 이들이 결혼식을 올리지만 남편 안토니오는 곧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떠납니다. 곧 돌아오겠다던 남편은 소식이 없습니다. 기다리던 조반나가 받은 것은 한 장의 전사 통지서입니다. 하지만 남편이 살아있다고 확신하는 조반나는 소련으로 건너갔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남편을 찾아내지만 그는 부대에서 낙오되어 헤매다가 과거의 기억을 잃어버린 상태입니다. 자신을 구해준 소련 여인 마샤를 만나 딸을 둔 아버지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녀는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와 나이 든 공장 일꾼 에토와 결혼합니다. 아들도 한 명 낳고 그럭저럭 살아가던 조반나에게 기억을 되찾은 안토니오가 다시 나타나자, 그녀의 삶은 흔들리기 시작하지만 자신을 찾아왔던 남편은 소련으로 떠납니다. 전쟁으로 빚어진 비극은 이들뿐이겠습니까. 수많은 전사자들이 있는 것을 보면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안타까움이 있으리라 짐작합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6·25 전쟁을 떠올립니다. 우리라고 해서 이와 같은 비극이 없다고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 남의 나라 영화나 우리나라의 영화를 생각해 볼 때 몇 편이 이와 비슷한 줄거리가 있음을 어렴풋이 기억합니다. 전쟁도 전쟁이지만 우연한 사고가 기억 상실로 이어져 가족과 생이별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애를 태우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30일’, ‘이터널 선샤인’ 등이 있습니다.


전쟁으로 인한 사랑의 아픔은 남녀 간의 사랑뿐입니까. 잘 알려지지 않은 수만은 일들이 숨어있습니다.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우리나라에서 이산가족 찾기 특별 생방송이 있었습니다. 1983년 6월 30일부터 시작된 방송은 그해 11월 14일에서야 마감을 했습니다. 무려 138일에 걸친 생방송으로 10,189명의 이산가족이 만났습니다. 얼마나 많은 아픔입니까.


내 주변을 돌아봅니다. 둘째 할아버지의 가족입니다. 할아버지는 이북에, 그 가족은 남쪽에 살게 되었습니다. 전쟁이 시작되자 위험을 느껴 식구들을 고향으로 가도록 했습니다. 자신은 상황을 보아가며 오겠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이후 이별의 아픔을 간직한 채 떨어져 살게 되었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났습니다. 통일이 되면 남편과 아버지를 찾아가겠다던 그들이 영원한 숙제를 안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제는 그의 손자 손녀들이 노년을 맞이했습니다.


또 한 사람이 있습니다. 건넛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전쟁 통에 북쪽이 싫어 탈출을 했습니다. 북쪽에 아내와 딸이 있다고 했습니다. 통일이 되면 가족을 찾아가겠다고 했지만 소원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북쪽에 남겨둔 가족을 그리워하면서도 세월이 흐르자 어쩔 수 없이 새로운 가정을 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남녀가 피난민입니다. 이 두 사람도 이후 북쪽 땅을 밟아보지 못했습니다. 간간이 북쪽의 고향땅과 가족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짓곤 했지만 결국 마음만 남겨두었습니다. 전쟁의 상처는 크나큰 고통을 우리에게 안겨줍니다.


두 전쟁만을 떠올렸지만 어디 이뿐이겠습니까. 세계의 역사 속에는 수많은 전쟁이 있습니다. 아직도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싸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사라지나 했는데 생각지 않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이스라엘과 주변의 나라에서 피비린내 나는 살육전이 일어났습니다. 많은 군인과 민간인이 희생되고 피난 행렬이 보입니다. 독재국가에서 국민의 피해도 있습니다. 그들의 보금자리가 무차별적으로 파괴되고 있습니다. 동물들의 가장 정점에 있는 똑똑한 인간이 동물보다 더 잔악한 일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크나큰 파괴를 일삼고 있습니다. 전쟁 원인의 대부분은 종족 사이, 종교 간의 다툼입니다. 사상의 대립도 있습니다.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세계에 동물보다 못한 일을 벌이는 지도자들을 보면서 그들이 진정 나라와 민족을 위하는 것인지 의심해 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몇몇 사람의 잘못된 판단이 수많은 사람의 희생을 강요합니다. 이제는 가슴 아픈 사연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앞으로는 더 이상 우리 눈앞에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 막말과 함께 어제는 서해의 한 곳에서 포성이 울렸습니다. 끝으로 ‘소설 서부전선 이상 없다’와 한국 전쟁영화 강제규 감독, 장동건, 원빈, 이은주, 공형진 출연의 ‘태극기 휘날리며’를 한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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