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한 마리가 아이를 빤히 쳐다보고 있습니다. 아이는 고양이와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책을 고르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냐고요? 고양이 도서관입니다. 버려진 고양이들을 모아 돌보는 곳입니다. 건물에는 버젓이 고양이 도서관이라는 큼직한 문패가 걸려있습니다. 고양이가 독서하고 있을까요? 생각 자체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아무리 고양이가 똑똑하다고 해도 책을 읽는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인간과 비슷한 영장류라면 혹시 모를 일입니다. 원숭이, 침팬지, 오랑우탄 그렇지만 책을 들고 있는 모습조차 보지 못했습니다. 구관조라면 혹시나 하지만 이마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지 사람의 말을 따라 흉내 내는 정도입니다. 이 세상에는 사람 말고 글자를 읽을 수 있는 그 무엇인가가 있을까요? 귀신, 아니 이 세상의 만물을 다스린다는 하느님, 하지만 아직은 만나지 못했으니,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고양이 도서관에서 아이와 고양이가 독서하고 있습니다. 어린이가 포근한 자리에서 책을 읽고 있습니다. 고양이가 얌전히 앞에 앉아 바라보기도 하고 머리를 움직이기도 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귀를 쫑긋 세우기도 합니다. 책 읽기를 배려라도 하려는 듯 얌전히 귀를 기울입니다. 어린이는 책 읽기에 푹 빠졌습니다. 표정이 진지합니다. 내용이 마음에 드나 봅니다.
외국의 어느 고양이 도서관이 인기랍니다.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책 읽기를 싫어하거나 두려워하는 어린이에게 좋은 장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곳에서는 책을 읽는 동안 누구의 간섭도 없습니다. 눈치를 볼 일도 없습니다. 어린이는 주위에 마음을 빼앗길 염려 없이 오로지 책 읽기에 몰두할 수 있습니다.
“얘, 거기 틀렸잖아, 뭐 그렇게 더듬거리는 거야.”
부모나 선생님의 지적을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자기 능력에 맞게 읽을 수 있습니다. 고양이는 다가와 말없이 조용히 귀를 기울입니다. 얌전한 청자가 있습니다. 그저 자신의 목소리를 잘 들어줄 뿐입니다. 가뜩이나 읽기가 서툴고 두려움이 있는데 이래라저래라 간섭이 없어서 좋습니다. 자기 능력에 맞게 속도에 맞게 읽어갑니다. 평소에 집중하지 못하던 어린이가 이곳에서 책을 들면 생각 외로 집중하고 읽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어린이만큼이나 고양이도 정서적 안정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대다수 어린이는 개나 고양이를 좋아합니다. 교감의 대상으로 느껴지는 듯합니다. 칭찬은 하지 않아도 조용히 관심을 기울여 주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나 봅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성장 발달과 능력에 차이가 있습니다.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지만 외형으로 나타나는 것만큼은 확실합니다. 이러한 차이는 노력 여하에 따라 대부분 만회될 수 있습니다. 읽기 이야기를 하고는 중이니, 나에 관해서도 말해볼까 합니다. 지금의 교실 풍경을 알 수 없지만 초등학교 시절 국어 시간입니다. 글자를 막 익혀갈 즈음 선생님은 종종 소리 내어 읽기를 시켰습니다. 함께 읽기입니다. 합창하듯 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속도를 맞춰야 하지만 종종 맞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읽기에 자신이 있는 친구는 모르는 사이에 속도를 빨리하려고 하고 서툰 친구는 더듬거리다 발음이 꼬이며 뒤처집니다. 불협화음이 나타났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낭독을 시키기도 합니다. 읽기의 차이가 발견되는 순간입니다. 자신 있는 친구는 일사천리로 숨을 쉬지 않는 듯 띄어 읽어야 할 곳도 단숨에 지나칩니다. 비행기로 치면 제트기라도 되는 양 빠릅니다. 너무 빠르다는 선생님의 지적입니다. 아무리 급해도 숨은 쉬어야 한답니다. 읽기에 자신이 없는 친구는 별도 달도 없는 깜깜한 밤길에 발을 헛디디는 것처럼 발음이 어긋납니다. 선생님의 지적이 뒤따랐습니다. 친구는 얼굴이 홍당무가 되면서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뺏어 읽기도 했습니다. 한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읽기를 합니다. 도중에 틀리게 읽는 부분이 나타나면 다른 사람이 재빨리 가로채서 읽습니다. 한 시간 동안 읽는 사람이 자주 바뀌게 되지만 나는 한 번도 남의 읽기를 가로채지 못했습니다. 순발력이 부족하지만 읽기도 잘하지 못하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맘먹고 이번만큼은 꼭 가로채고 싶었지만, 번번이 놓쳤습니다. 기회를 주고 싶은 선생님은 가끔 읽기가 부족한 어린이에게 기회를 주었지만, 다른 친구에게 읽기를 빼앗기는 것이 일순간입니다. 그 시절 우리 집에도 고양이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상상했지만, 고양이를 싫어하는 내가 뭐 도움을 받았겠습니까. 차라리 내가 좋아하는 소 앞에서 읽었으면 모를 일입니다.
어린이들의 독서, 고양이 도서관의 모습을 보니, 정서적인 분위기를 마련해 주고 가끔은 모른 척하는 것도 약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나는 독서력이 뛰어나지 못합니다. 꾸준히 읽고 있을 뿐입니다. 어느 책은 세 번이나 읽었는데도 이해가 되지 않아 다시 펼쳤습니다. 되도록 천천히 읽습니다. 행간의 의미를 되새겨보려는 의도입니다. 마음처럼 되지 않습니다. 「어린 왕자」, 이번에는 도서관을 나와 공원의 구석진 벤치에서 어느 작가의 작품 해설서에 소리를 실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