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5. 어른 아이 20240112
그는 잠을 자고 싶었으나 명령을 따라야 하므로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어린 왕자는 등을 켜고 끄는 일이 다른 사람이 하는 직업보다 더 의미가 있고 멋지다 여겼습니다.
‘그가 가로등을 켜면 별 하나가, 꽃 한 송이가 태어나는 거니까.’
어린 왕자는 점등원이 자기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별은 너무 작아서 두 사람이 있을 공간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어린 왕자는 별을 떠나야 했습니다. 어디로 갔을까요? 우리 마을로 왔을지도 모릅니다.
램프 점등원 직업이 있는 곳, 폴란드 브로츠와프에는 최초의 가스 랜턴이 시작된 곳입니다. 오늘날에도 전통은 이어져 1년 365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가로등 아저씨라고 불립니다. 복장이 특이해서 사람들의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공공의 가로등은 16세기에 시작되었습니다. 가로등을 켜는 사람은 저물녘이면 거리를 순회하며 가로등에 불을 밝혔습니다. 장대에 살린 심지를 이용하여 불을 켜고 날이 밝으면 기둥에 있는 작은 고리를 이용하여 불을 껐습니다. 연료로는 양초, 기름, 가스 등이 사용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1897년 1월에 최초의 가로등이 도입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전기로 불을 켜지지 않았고 석유를 이용했습니다. 이후 최초의 전기회사인 한성전기회사가 1900년에 길거리 조명등을 설치했습니다.. 전차를 야간에 운행하기 위해 가로등이 필요했습니다. 중학교에 다닐 때는 나도 길 한복판을 달리는 전차를 탔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점등원이 있을까요? 있었습니다. 지금은 일일이 가로등을 따라다니지 않습니다. 기계의 힘을 빌립니다. 다시 말하면 안테나를 설치해서 가로등 통제소에서 전파를 보내 점등하는 방식이 있으며, 빛을 감지하는 센서를 설치해 자동으로 점등되는 방식, 직접 사람이 켜고 끄는 방식, 일출과 일몰 시각을 입력해 놓는 타이머 방식, 이 모든 기능을 넣은 통합형 등이 있습니다.
전봇대와 가로등, 초등학교 입학 전의 일입니다. 골목길을 비추는 희미한 보안등 아니 가로등이 켜지는 밤이면 별들이 놀러 왔습니다. 왜 내 눈에만 뜨였는지 모릅니다. 하늘에 반짝이던 별들이 가로등 밑으로 다가가 올려다보면 어느새 가로등 속에 숨었습니다. 가로등과 수많은 별이 어울려 내 눈을 현혹했습니다. 가로등과 눈을 마주치고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면 깜깜한 암흑입니다. 숨바꼭질이라도 하려는 듯 눈을 잠시 감았다 떴을 때야 별들은 제자리를 찾아갔습니다. 눈 깜짝할 새입니다. 별들의 움직임이 새보다도 훨씬 빠릅니다.
전봇대의 가로등은 골목길을 따라 드문드문 자리했지만, 보안등 구실을 했고 아이들에게는 밤의 놀이터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딱지치기, 팽이치기 등, 어린 왕자가 다른 직업보다 더 의미가 있다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가 가로등을 켜면 별 하나가, 꽃 한 송이가 태어나는 거니까.’ 동화 속 아이의 마음입니다.
요즘 아파트 단지에 가로등이 켜지면 별이 듬뿍 내립니다. 왜냐고요? 잔디밭에 떠나지 못하고 있는 사슴과 썰매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에 달라붙어 있습니다. 빈 썰매입니다. 사슴들은 보름이 지났는데도 제자리에 머물러 있습니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찾아올 장소를 알려주려는 눈치입니다.
“얘들아, 잠깐만.”
할아버지는 떨어진 선물을 구하려 가셨는지, 아니면 화장실이 급해서 자리를 잠시 떴는지는 모릅니다. 사슴에게 물어봤지만 하늘로 눈을 돌린 채 말이 없습니다. 나는 좋게 생각했습니다. 아직 선물을 받지 못한 어린이의 마음을 산타할아버지가 헤아리고 있을 거라고, 하지만 걱정이 됩니다. 그 먼 핀란드에까지 다녀오려면, 글쎄요. 더운 여름이 되어야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더 걱정이 됩니다. 사슴과 수레는 어쩌라고요. 내가 미리 알았더라면 내 고향 넙티의 산타 할아버지를 소개했을 터인데 말입니다. 고향 산타할아버지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복장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주는 선물도 달라요. 내가 버선 속에서 꺼낸 선물은 홍시 두 개였습니다. 아랫집 동수가 받은 것은 군고구마입니다. 넙티 산타할아버지는 우리들이 좋아하는 것을 많이 많이 가지고 계십니다. 호도, 밤, 땅콩, 엿, 눈깔사탕…….
어쩌지요, 가로등이 켜지고 별이 내리면 편지라도 써야 할까 봅니다. 선물이 떨어졌다면 넙티 산타할아버지께 가보라고 소개를 해야겠습니다. 홍시를 나누어 먹고 싶습니다. 어린 왕자도 불러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