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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6. 책의 역사 20240120

by 지금은

책은 할머니이고 할아버지입니다.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책 한 권을 마음속에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 책을 사람들에게 들려주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읽혀 주었습니다. 무슨 내용인지는 이야기할 수도, 모두 기억할 수 없지만 분명한 사실입니다.


‘사람이 책을 만들고 그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누구의 말이 기억됩니다. 할머니의 동화 같은 말, 시 같은 말속에 아이들이 꿈을 먹고, 할아버지의 소설 같은 무용담에서 삶의 용기를 얻습니다.


인류의 발전은 불과 언어를 말할 수 있지만 삶을 더욱 빛나게 한 것은 책이 아닐까 합니다. 모든 것을 머릿속에 기억할 수 없다면 이에 맞는 보조 기억 장치기 필요하지 않았을까요. 현대의 기억장치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컴퓨터의 작업에 따른 기억을 저장하고 불러오는 부속장치입니다. 오랫동안 책이 이런 역할을 했습니다. 기억장치가 발달한 지금에도 책의 효용의 가치를 저버릴 수 없습니다. 물론 제일 좋은 기억장치는 사람의 두뇌입니다.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저장하고 꺼내 쓸 수가 있습니다. 다만 특별히 기억해야 할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영구적이지 못하다는 데 있습니다. 기억을 되살렸을 때 가끔은 왜곡 현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책은 이런 현상들을 막아줄 수 있습니다.

책의 출현은 문명과 문화를 발전시키는 큰 역할을 했습니다. 역사, 과학 기술,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면에서 힘을 발휘했습니다. 앞선 사람들이 남긴 자취를 따라 모든 것들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면 달 탐험이라든가 다른 별의 탐험에 나설 수 있는 것 모두가 과학자들이 연구하여 남긴 기억의 정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요즘은 길을 찾는 내비게이션이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가본 데가 아니고 처음 가는 낯선 곳이라도 그 지역의 사람에게 물어보지 않고 찾아갈 수 있습니다. 기억의 정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기계의 힘을 빌리지만 이 모두가 책에 기록된 것들을 바탕으로 발전에 발전을 이룩한 효과입니다. 내가 처음 자동차 운전을 할 때면 늘 고민이 되었습니다. 길을 잘 몰라 시행착오를 겪는 일이 있었고 마음먹고 먼 곳으로 놀러 갔는데 목적지와는 다른 곳으로 향하기도 했습니다.


책 속에는 이런 내용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전반적인 것들이 숨어 있습니다. 자연의 비밀도 있습니다. 너무 많은 이야기가 있다 보니 중구난방입니다. 사람들이 그대로 놔둘 리 없습니다. 분야별로 정리를 했습니다. 요즘 서점이나 도서관의 수많은 책은 이름이 있고, 사는 곳이 정해져 있습니다. 000 총류, 100 철학, 200 종교…… 900 역사입니다. 같은 종류끼리 무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를 다시 세분화하여 010 도서관학, 서지학. 020 문헌정보학……. 점차 더욱 세분화합니다. 쉽게 말하면 친구에게 편지를 부칠 때 이름과 주소를 쓰면 쉽게 전달되는 것처럼 책에는 각각의 이름과 번지수를 붙인 셈입니다. 누구나 원하는 자료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남의 기억을 편리하게 꺼내 쓰기 위한 체계인 방법의 하나입니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을 매일 만나고 있습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고 과거의 사람들을 만납니다. 지구상에서 이미 사라진 수많은 사람과 함께 살아갑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사람들, 그들이 친척은 아니어도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는 셈입니다. 이들이 남긴 발자취를 필요에 따라 더듬어봅니다. 수많은 생각이나 표현들이 책 속에 차곡차곡 쌓여있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보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음 세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이 보물을 찾아 읽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어려서는 글자를 깨치고 책을 읽는다는 게 서툴렀지만, 부지런히 익혔습니다. 지금은 천만번을 생각해도 잘했다는 마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나만의 생각은 아닙니다. 늦은 나이에 글자를 배우고 책을 읽는 재미에 빠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문해교육(文解敎育)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문해란 문자해독능력을 보유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현대에는 문해의 개념이 단순한 문자의 해독 능력이나 읽기·쓰기·셈하기 능력의 보유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일상적 사회생활을 하는 데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기본생활 기능이나 사회적 의식의 수준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이들은 새로운 세상을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글자를 알고 책을 읽을 수 있으니, 이제는 두려움이 없다고 말합니다. 이정표나 간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들이에 자신이 생겼습니다. 이들만큼 반짝이는 반가움은 적지만 늘 책 속에 빠져 있는 것만큼은 속일 수 없습니다. 재미있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읽어간다는 것은 남과의 교감입니다. 생각하지 못한 것이나 모르는 것을 찾아가는 것은 새로움의 발견입니다.

요즘은 읽은 것을 벗 삼아 글쓰기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훌륭한 작가가 되겠다는 욕심보다는 그저 무엇인가 써보고 남기고 싶은 마음입니다. 오로지 내 작품만 실린 글은 아니지만 몇 사람이 함께 만든 책을 몇 권 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생각 외로 여러 권이어서 기뻤습니다. 올해도 지난해만큼의 책을 가슴에 안고 싶습니다. 편수가 좀 더 많고 알찬 내용으로 채울 생각입니다. 내 그림책처럼 산문(散文)도 내 것으로만 채울 수 있다면 더 좋겠습니다. 책 속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얻은 게 많으니 나 또한 작은 것이나마 남기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나는 세 가지 기억을 관리합니다. 머릿속의 기억, 메모와 공책에 의한 기억, 컴퓨터의 힘을 빌리는 보조 기억입니다. 아무래도 정선된 최종의 기억으로 남기는 것은 책이라고 해야겠습니다. 책이 삶의 모든 것은 아니지만 많은 부분이 나를 이끌어갑니다. 책이 밥이 된 시절이 있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쳤고, 도서관에서 사서로 책과 씨름을 했던 기간입니다. 자신의 책을 남긴다는 목표로 아무튼 열심히 써보는 겁니다. 누가 읽을지는 다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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