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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5. 넋두리 20240119

by 지금은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보고, 듣고, 생각하고, 말하고…….


생각 같지 않습니다.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다더니만 요즘은 물이 아니라, 100m 달리기 선수만큼이나 빠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야의 종소리를 들은 게 엊그제 같은데 하순이 낼모레입니다. 정해진 출근은 없지만 벌써 월요일, 어느새 금요일 저녁이 되었습니다. 직장인들에게는 토요일 일요일이 다가오는 게 좋기는 하겠지만 나 같은 사람에게는 토요일이나 일요일이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되도록이면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다가왔으면 좋겠습니다. 학교나 직장에 다닐 때는 특별한 계획이 없어도 기다려지는 토요일, 일요일이었습니다. 월요일이 다가오는 게 변소에 가는 것만큼이나 싫은 때도 있었습니다.


세월(歲月), 세월을 사전에서 찾아보았습니다. 흘러가는 시간, 광음(光陰)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한자의 뜻을 알아봅니다. 歲(해 세), 月(달 월) 해와 달입니다. 해와 달이 지나가는 시간을 말합니다.

이미 배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선생님이 어느 날 과학시간에 지구본을 놓고 지휘봉으로 경선과 위선을 가리켰습니다.


“지구는 팽이처럼 하루에 한 번씩 제자리에서 돈단다, 이를 자전이라고 하지. 낮과 밤이 생 겨요.”


세월이 가는 것을 알 수 있도록 하루를 24로 나누고 한 시간을 60으로 나누고 1분을 60으로 나누어 그 하나를 1초라고 했습니다. 지구가 스스로 한 바퀴 도는 데 24시간이 걸립니다.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도는 것을 공전이라고 한다. 한 바퀴 도는 데 1년이 걸린단다.”

1년을 365일로 나누었습니다. 하루는 24시간이니 1년이면 8,760시간이 됩니다. 이 속에 우리가 말하는 4계절이 들어있습니다. 절기도 있습니다. 우리는 일, 시간, 분, 초를 말하고 절기를 따지고 계절을 맞이합니다.

사람에 따라 느끼는 감정이야 다르지만 나의 경우 세월이 참 빠릅니다. 계산을 해보니 지구의 자전 속도는 초속 약 436m나 됩니다. 세월은 화살 같다고 하더니만 이보다도 더 빠릅니다. 우리는 지구가 이렇게 빨리 움직이는 것을 느끼지 못합니다. 어릴 때는 이런 것도 모르면서 어서 빨리 시간이 지나기를 바랐습니다. 뭐 큰일이라도 할 양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습니다.


“커서 뭐 될래?”


“어른.”


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면서 어른이 되면 뭐든지 할 수 있고 뭐든지 될 수 있다는 상상에 빠졌던 때가 있었습니다.


나는 세월의 시간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남의 말을 빌리면 시간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내가 나누지 않았을 뿐이지 어려서부터 머릿속에 이 두 가지를 담고 있었습니다. 크로노스의 시간과 카이로스의 시간입니다. 크로노스는 과거-현재-미래로 연속해 흘러가는 정량적인 시간입니다. 우리는 흔히 시간을 말할 때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시간을 말합니다. 모든 사람이 객관적으로 느끼는 시간입니다. 하루를 24시간으로 말합니다. 부자건, 가난하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과거로부터 미래를 향해 같은 속도와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카이로스의 시간은 주관적입니다. 상황에 따라 시간이 빨라지기도 하고 느려지기도 합니다. 물리적인 한 시간이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1분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하루처럼 생각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좋은 일이 있을 때는 시간이 빨리 흐르고, 괴롭거나 나쁜 일이 있을 때는 시간의 흐름이 느리게 느껴집니다.


일각이 여삼추(3년)라는 말이 있습니다.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하여 아주 짧은 시간도 삼 년같이 길게 느껴진다는 말입니다. 한마디로 지루하다는 뜻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1년이 하루 같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할 때입니다. 이는 기쁘거나 즐거운 일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크로노스의 시간과 카이로스의 시간 중 어느 것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나는 후자의 시간을 갖겠습니다. 시간에 이끌리기보다는 내가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면 그만큼 여유롭고 보람된 삶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시간을 멈춰 세우고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들을 마음껏 하고 싶습니다. 카이로스의 시간, 다만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한 시간을 한 달만큼, 한 시간을 일 년만큼의 길이로 쓸 수 있다면 삼천갑자 동방삭이 만큼 살았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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