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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 글을 쓰는 이유 20240125

by 지금은

세상의 사람들은 무엇인가 남기고 싶어 합니다. 무형이든 유형이든 자신의 이름이 알려지기를 바라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세상에는 남겨진 것들이 많습니다. 물건일 수도 있고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이것들에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습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이나 후대를 살아갈 사람들에게 배우고 참고해야 할 만한 것입니다. 건축물이 있습니다. 미술, 음악, 문학과 그 밖에도 다양합니다. 나는 이 모든 것들에 관심이 있지만 특히 문학에 흥미가 있습니다. 젊었을 때는 모든 분야에 미련을 두었지만, 점차 책에 눈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독서에 집중하는 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글을 한 편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시작은 뚜렷한 목적보다는 생각을 나타내고 싶다는 마음이었는데 쓴 글이 어느새 하나둘씩 쌓이게 되었습니다. 내가 생각해도 제법 많은 편이라 여겨집니다. 남에게 말하지 않았을 뿐이지 나의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모임이나 어떤 기회에 내 글을 보았을까요, 어느 때는 내가 언제부터 글을 썼는지 몇 편이나 되는 글을 가졌는지 물어보곤 합니다.


“아직은 내놓을 게 못 돼서…….”


책을 출판하라고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크게 미련을 두지 않습니다. 예전과는 달리 책으로 무엇을 해보겠다는 시대는 지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것이나 희소가치가 있어야 하는데 요즘은 너도나도 글을 쓰고 너도나도 책을 펴내는 이들이 많습니다. 소문에 의하면 읽히지 않고 버려지는 책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후대에까지 살아남으려면 무언가 사람들에게 끌리는 게 있어야 합니다. 이런 생각을 할 때 내 글을 책으로 남겨야 할까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하지만 남에게 읽히지 않고서는 그것을 가늠해 볼 수 없습니다. 읽는 이들의 마음에 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무엇을 할 때 성과를 기대하게 마련입니다. 책을 쓰는 것도 같은 이치가 아닐까 합니다. 내 책이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베스트셀러가 되기를 원합니다. 내가 욕심이 없다고는 하지만 속마음이야 하늘의 별이라도 따고 싶은 심정이 아니겠습니까.

작년 올해 들어 나의 글쓰기 동호회에서 30일 동안 글쓰기를 합니다. 이렇게 한 이유는 글을 쓰는 습관을 길러보자는 뜻입니다. 두 번째 회기에 들어섰습니다. 한 달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글을 쓴다는 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비록 다섯 줄 이상 글쓰기라고 약속은 했지만 다섯 문장으로 끝내는 사람은 없습니다. 내용이야 어떠하든 대부분 A4용지 한 장쯤은 써냅니다. 중간에 몇 사람은 포기했지만, 서로를 응원하는 가운데 여러 사람이 목적을 이루었습니다. 끝내고 자리를 같이 했을 때 함께 축하는 말을 하며 격려를 했습니다.


두 번째 시작입니다. 30일 글쓰기 회원 중 삼분의 이가 이탈을 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같은 모임이면서도 두 편으로 갈렸습니다. 이야기하다 보니 서로의 취향이 달랐습니다. 한쪽은 매일 에세이를 쓰는 것이고 다른 한쪽은 일주일에 한 편 내지 두 편의 서평을 쓰기로 했습니다. 나는 서평 쓰기에 대해 잘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은 매일이라는 무거움에서 벗어난 듯합니다. 조금 여유가 생길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에세이 쓰기 편에 남았습니다. 함께 하기는 해도 이미 습관에 길들어 크게 부담을 느끼지 못합니다. 동호회에 가입하지 않았어도 글쓰기는 매일 이루어질 것입니다. 작년에는 365일 중 한 달 정도를 빠뜨렸습니다. 내용을 따지기에 앞서 꽤 끈질기게 썼다고 생각합니다. 이제의 고민이라면 소제를 찾는 게 쉽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소재를 찾고, 글의 내용을 꾸미는 게 어렵게 여겨졌는데 서서히 하나는 급박한 마음에서 벗어났습니다.

‘책을 쓰는 건 더 큰 명함을 갖는 것’이라고 누군가 했습니다. 정약용은 18년 동안 유배 생활을 하면서도 5백여 권의 저술을 남겼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불쌍한 사람을 돕고자 ‘흠흠신서를 썼고, 다음에는 관리들의 부정부패를 알고 공무원의 자세에 관한 '목민심서’를 썼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많은 저서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왜 책을 쓰고 싶어 할까. 책을 팔아 돈을 벌고 명성도 얻고 싶어서일까. 예전에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 인세만으로도 살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안정된 생활을 하기에 어렵습니다. 독서 인구가 줄었습니다. 내 책이 잘 팔리라는 확신을 할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이름 있는 작가들은 책을 쓰는 가운데 강연이나 문학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강의합니다.


인터넷에 들어가 책을 쓰는 사람들의 이유를 알아보았습니다. 경험을 나누기 위해서,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려고, 새로운 관점에서 세상을 보려고, 공부를 꾸준히 하기 위해서 등 다양한 의견입니다. 내 의견은 무엇일까요. 나는 누구인가를 알아보고 싶습니다. 내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나의 존재를 파악하지 않을까 합니다.


당신은 왜 책을 내고 싶어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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