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 새벽부터 안전문자 202401124
요 며칠 사이에 하루가 멀다고 안전 문자가 왔습니다. 휴대전화를 잘못 만진 탓인지 조용히 알리던 문자가 큰 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소리가 커서 좋지 않기도 하지만 전화벨 소리와 겹쳐 착각하게 됩니다. 통화를 하려고 마음먹었는데 열어보니 바깥출입 때 조심하라는 문자입니다. 알림음을 바꾸어야겠다는 마음에 휴대전화를 검색했지만 내 실력으로는 곧 해결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것저것 눌러봤지만 요지부동입니다. 안전 문자는 사전 예방과 조심을 하라는 안내이지만 계절에 따라 내용이 다릅니다. 봄철에는 주로 불조심과 황사, 여름에는 집중호우와 폭염, 가을이면 산행에 따른 부주의, 겨울이면 한파와 폭설, 동파, 불조심 등입니다.
오늘도 전화벨 소리를 앞세우고 안전 문자가 왔습니다. 이른 아침에 웬 전화, 전화가 아닙니다. 긴장된 마음이 풀렸습니다. 엊그제부터 강추위와 함께 전국적으로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내가 사는 고장은 염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기온이 급강하한 탓에 바람이 심합니다. 낮이나 밤이나 창을 스쳐 가는 바람 소리가 대단합니다. 어제는 쓰레기를 버리려고 현관문을 열었는데 가볍게 열리던 문이 나의 출입을 막으려는 듯 힘을 주었습니다. 두 손으로 밀자, 내 힘에 밀려 문이 길을 비켜주었습니다. 닫힐 때까지 문고리를 잡았습니다.
강원도, 제주도와 전라도에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아직도 내리고 있습니다. 대설주의보, 대설경보까지 내렸습니다. 뉴스를 보니 눈이 무릎 높이까지 내린 곳도 있습니다. 제설차와 많은 사람들이 눈 치우기에 바쁩니다. 비닐하우스에도 눈이 많이 쌓였습니다. 무너질까, 걱정이 됩니다. 이번에 내린 눈은 습기를 많이 먹은 습설(濕雪)입니다. 눈이 온다고 마냥 즐거워하는 건 아이들과 강아지뿐이라고 합니다. 실외에서 종일 일해야 하는 분들은 눈과 추위는 맞서 견뎌야 할 악조건입니다. 출퇴근하는 사람, 교통경찰과 건설 현장에서 노동하는 분들, 재래시장 상인의 모습에서 냉기를 느낍니다. 내리는 눈을 보며 낭만을 즐기는 이들도 있겠지만, 현대를 사는 생활인에게 눈은 삶을 힘들게 하는 반갑지 않은 손님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요즘은 화재가 자주 발생합니다. 김포의 물류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서천에서는 수산물시장이 화재로 전소되었습니다. 2백여 개의 상점이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오죽하면 대통령이 방문하여 둘러보고 위로와 함께 재난지역 선포를 논의하겠다는 말을 남겼겠습니까. 설 대목을 앞두고 물건을 많이 저장한 상인의 입장에서는 애가 타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작은 부주의가 화마를 불러왔습니다. 추운 날씨에 동사한 사람도 두 명이나 있다고 합니다. 난방이 잘되지 않는 허술한 집에서 사망했으니 살림이 곤궁했나 봅니다. 옹색한 부엌에는 연탄 몇 장이 보일 뿐입니다.
그동안 눈다운 눈이 없고 물을 얼리는 추위도 오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겨울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입니다. 스키장은 눈이 내리지 않자, 인공눈을 만들었습니다. 겨울 장사 망치게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늘은 불평을 알았다는 듯 갑자기 덩치 큰 동장군을 보냈습니다. 북극을 비롯한 시베리아의 차가운 공기가 남진했습니다. 새들도 추위를 느끼나 봅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공원에서 자주 보이던 새들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우산 장수, 짚신 장수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건설 현장의 사람들은 추위를 이기는 게 고통이지만 겨울 행사를 치르는 사람들은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송어축제장은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호수에 얼음구멍을 뚫고 고기잡이에 열을 올립니다. 삶의 방식이 서로 다르니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이번 추위는 일주일 이상 이어질 것이라고 합니다.
눈이 무릎까지 쌓인 어느 날 저녁입니다. 시골의 굴뚝에서는 집마다 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릅니다. 날이 어두워집니다. 참새들이 뒤란의 대나무밭에 모이기 시작합니다. 여기에 끼지 못하는 새가 있습니다. 굴뚝새입니다. 참새보다 작고 짙은 재색의 것이 연기를 아랑곳하지 않고 굴뚝을 넘나듭니다. 짝을 찾는 것인지 추위에 보금자리를 찾는 것인지 모릅니다. 몸을 초싹거리며 재빠르게 들락거리다 울타리를 넘어 윗집의 굴뚝으로 향했습니다. 나는 싸리 울타리 사이로 계속 바라보았습니다. 드디어 굴뚝을 벗어난 새가 눈보라 속으로 날아갔습니다. 나는 새를 한동안 바라보면서 어린 마음에 눈과 코가 매워서일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털이 그을리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앞섰습니다. 따스한 굴뚝의 바닥이 왜 맘에 들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눈보라와 강추위는 서민에게 크나큰 고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재난은 더 큰 아픔입니다. 아직도 빈 나뭇가지를 흔들고 창문을 두드리는 칼바람 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이 날씨에 크고 작은 피해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