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 행복에 관하여 20240124
행복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는‘욕구가 충족되어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상태’라고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태가 늘 지속될 수는 없습니다. 살다 보면 크고 작은 불만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러기에 이런 것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동안에도 행복한 삶을 꿈꾸고 있습니다. 책을 읽다가 행복의 조건을 제시한 구절을 눈여겨보게 되었습니다. 누군가 행복은 완벽함이 아니라 부족함에 있다고 했습니다(吾唯知足). 스스로 분수를 지키고 넉넉함을 느끼는 것(守分知足)입니다.
동호인 활동 시간에 동료가 쓴 글을 기억합니다. 요약하면 행복은 일상에서 얻는 작은 기쁨이 모여 이루어진다고 했습니다. 그의 기쁨은 복권에 1등 당첨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하늘에서 뭔가 크나큰 선물이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쏠쏠한 재미와 즐거움이라고 했습니다. 학교에서 받아쓰기해서 100점을 받았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의 얼굴에 번지는 미소를 보는 순간, 카페에서 기다리는 애인에게 다가갔을 때 반기는 표정에서, 잠자리를 함께하는 동안 아이가 학교생활에서 친구와 재미있게 지낸 이야기, 교회에서 기도했을 때 신도들이 감사의 반응, 건널목에 이르렀을 때 곧바로 바뀐 초록 신호등……. 그의 나열된 항목을 보니 일상에서 소소하게 겪는 일들입니다.
나는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서 한때 복권에 집착한 일이 있었습니다. 일등에 한 번만 당첨되기를 소원했습니다. 복권을 사고 추첨을 하는 때까지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당첨되면 무엇을 할까. 상상의 날개를 펼쳤습니다.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칫국 먼저 마신다’는 속담을 잠시 잊은 듯합니다. 기다리는 동안 즐겁기는 했는데 횟수가 지날수록 반감되어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복권에 당첨되는 일은 행복이 아니라 행운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행운은 쉽사리 찾아올 수 없음을 알고 있습니다.
떨어진 복권이 아까워 수첩에 몰래 끼워놓았습니다. 책장을 정리하던 아내가 어느 날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뭐 숨기는 거 있어요?”
고개를 저었습니다. 수첩을 내밉니다. 지난 회의 복권들을 내보입니다. 매미채를 하나 사줄 테니 하늘에 있는 별을 따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했습니다. 나는 그 흔한 세 잎 클로버를 놔두고 네 잎클로버를 찾기 위해 잔디밭을 서성거렸습니다.
나이를 들면서 깨달은 행복이 있습니다. 큰 기쁨 하나보다 작은 기쁨 열 개가 더 낫다 하는 생각입니다. 기쁨이 자주 반복되다 보면 행복해집니다. 사람의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습니다.
첫째, 모든 행복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마음속에서 만들어집니다. 불교의 용어 가운데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란 글귀가 있습니다. 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낸다는 뜻입니다.
둘째, 행복은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할 때 만들어집니다. 어린 시절 만들기를 좋아했습니다. 지금처럼 놀이기구를 사서 사용하는 게 아니고 보니 서툴기는 하지만 이것저것 만들어 보았습니다. 겨울이면 팽이를 만들어 팽이 싸움을 하고, 연을 만들어 연싸움을 하기도 했습니다. 서툴기는 하지만 만들기를 반복하다 보니 기술이 늘고 승리의 맛을 보기도 했습니다. 제기를 만들어 제기차기했습니다. 공부는 몰라도 이것만큼은 잘할 수 있다는 우월감이 있었습니다.
은퇴 후에는 독서하며 글을 써보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젊은 시절 동화와 시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틈틈이 습작을 한 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자 원고가 쌓이고 몇몇 기관으로부터 수상의 영광을 얻기도 했습니다. 매일 쓰는 글이 나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나를 알아간다는 생각에 희열을 느낍니다.
셋째, 행복은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데서 만들어집니다. 미국의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의 말입니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뀝니다. 이어 삶이 바뀌게 됩니다. 긍정은 긍정을 낳습니다. 어려운 삶이라도 긍정적으로 풀어나가다 보면 행복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현대인의 행복 조건은 건강, 돈,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 세상에 모든 것을 만족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늘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완벽함에서 행복을 찾을 게 아니라 부족함에서 행복을 찾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안분지족(安分知足)이 아닐까 합니다. 풀이하면 편한 마음으로 지기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 아는 것입니다.
오늘 나의 행복은 무엇일까요. 작은 기쁨을 찾아봅니다. 글을 한 편 썼습니다. 점심의 빵과 고구마 커피가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머리를 감았는데 기분이 좋습니다. 이명이 잠시 사라졌습니다. 잊고 있던 패딩점퍼를 아내가 찾아주었습니다. 입고 있으니, 이불속에 들어있는 것처럼 포근하고 아늑합니다. 오후에는 더 많은 기쁨이 내 머릿속을 채울 것입니다. 기대하는 기쁨도 행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