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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 마음먹은 대로 20240211

by 지금은

올해의 버킷리스트 중에서 1년 기간을 정한 게 하나 있습니다. 하모니카 연주입니다. 새해 첫날부터 연습하여 연말쯤에 두 곡 정도는 제대로 불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첫날은 어쩌다 보니 빠뜨렸습니다. 둘째 날도 그냥 지나칠 뻔했습니다. 저녁이 되어서야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둠이 몰려오는 창가를 바라보며 하모니카를 입에 물었습니다. 십여 년 전에 어느 음악 발표회에서 합주하는 모습을 보고 화음이 좋게 느껴졌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악기사를 지나는데 눈이 안으로 향했습니다.


집에 돌아오자, 아내에게 하모니카를 내보이며 말했습니다.


“나 하모니카를 배우기로 했어.”


“어디서요.”


“어디서는 어디서겠어요. 당신에게 지.”


아내는 음감이 있습니다. 학생 때부터 피아노를 배운 탓인지 악보를 보지 않고도 하모니카를 잘 붑니다. 도, 미, 솔, 도는 공기를 내 불고, 레, 파, 라, 시는 공기를 들이마시고 이렇게 나의 하모니카는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동요 한두 곡을 익힐 때쯤이 되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연습이 중지되었습니다. 서운한 마음이 들었을까요. 하모니카가 집에 들어간 채로 종적을 감추었습니다.


사람들은 평소에도 뭔가 해보겠다고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연말이나 연초에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하지 못한 사람은 설날을 전후로 마음을 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것이 더 좋다 나쁘다 말할 수는 없습니다. 실천이 문제입니다.


어느 책을 읽다 보니 다음과 같은 구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세상에는 두 가지 잘못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시작하지 않는 것이요. 두 번째는 도중에 그만두는 것이랍니다. 이 두 가지를 생각해 볼 때 지나온 삶 중에 중요한 것을 무심코 지나쳐버렸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작심삼일이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 사전에 작심삼일이라는 말은 없다고 말을 뱉으며 마음을 단단히 했습니다. 끊기 힘들다는 담배도 30여 년 전에 단숨에 버렸는데 못할 게 뭐가 있겠느냐는 생각입니다. 계획대로 하모니카 연주를 할 수 있으면 나 자신에게 상을 주겠다는 생각도 잊지 않았습니다. 보답으로 무엇을 할까 아직 정한 것은 없지만, 매일 글쓰기 30회를 달성했을 때 책가방을 하나 샀습니다. 다음 30회를 달성하면 전기면도기를 선사하기로 했습니다. 두 번만 더 쓰면 성공이니 이미 면도기는 손에 든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시작은 잘했는데 용두사미가 되는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명절을 며칠 앞두고 하모니카가 갑자기 입에서 멀어졌습니다. 무엇엔가 홀린 것 같은 느낌입니다. 악보와 함께 거실의 한 편에서 시선을 늘 마주치는데도 말입니다. 마음이 가야 손이 따라가는데 발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벌써 닷새가 되었습니다. 잘못이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그렇게 밤낮이 바뀌었습니다. 하모니카를 처음 집에 들일 때와 같은 일이 일어는 것이 아닌지 마음에 걸립니다.


습관이 필요한데, 몰입이 필요한데 아직 이에 이르지 못했나 봅니다. 습관이 되기 위해서는 무한 반복이 필요합니다. 습관이 되었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내가 그 짓을 하지 않으면 왠지 불안한 마음이 이어질 경우입니다. 나의 독서와 글쓰기가 그렇습니다. 하루라도 책을 손에 잡지 않으면 어색합니다. 그러기에 집에는 이곳저곳에 책이 널려있습니다. 늘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다소 어수선하기는 해도 흩어진 책들을 정리할 생각이 없습니다. 차를 타고 먼 곳으로 외출할 때도 책을 먼저 가방에 챙깁니다. 차 안에서 지루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보다는 책을 펼치면 어느새 목적지에 가는지 모릅니다. 몇 차례 열고 덮기로 하다 보면 책을 한 권 읽게 됩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루에 단 몇 줄의 생각이라도 써야지, 그렇지 않으면 마음이 놓이지 않습니다.


하모니카의 연주 희망은 이제 두 번의 시도입니다. 시작을 했으니, 하나의 잘못을 시정했다고 하겠습니다. 두 번째가 문제입니다. 포기하거나 작심삼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어느새 시침이 밤 열한 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주위가 조용합니다. 선물로 내 마음을 유혹해 볼까요? 슬며시 하모니카를 손에 들었습니다. 입에 물었습니다. ‘삐’ 소리를 낼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집안 식구들에게는 물론 이웃들에게 민폐가 될 게 분명합니다. 소리를 감추고 악보의 자리를 찾아 하모니카의 음 자리를 찾아갑니다. 붕어의 입놀림을 따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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