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6. 전화 20240216
낯 모르는 전화가 두 통이나 왔습니다. 한 통은 엊그제 한 통은 오늘입니다. 번호가 비슷한 전화도 있습니다. 바로 어제입니다. 나는 낯선 전화를 잘 받지 않습니다. 광고 전화이거나 이상한 전화입니다. 전화 기피증이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부담스럽습니다. 더구나 요즘은 보이스 피싱이 유행하니 낯 모르는 전화는 지레 겁부터 먹게 됩니다. 가진 것은 별로 없지만 그나마 빼앗기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앞서는 경우가 있습니다.
같은 번호의 전화가 두 번이나 왔기에 혹시라도 아는 사람이 나에게 꼭 전해야 할 게 있거나 이야기할 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긴장하면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보건소 치매센터입니다.”
전화한 용건을 간단히 말하며 치매에 도움이 될 수 있으니, 일주일에 한두 번씩 상담을 해보는 게 어떠냐고 합니다. 문득 내게는 아직 치매의 증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맙지만 다음 기회에 상담받겠다고 했습니다.
지난 해입니다. 코로나 전염병의 유행이 수그러들자, 각종 행사가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지방 행사에는 약방에 감초처럼 노인들을 위한 치매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간단한 진단이나 도움이 되는 안내입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참여했는데 내 전화번호가 그들의 설문지에 기록되었습니다. 보건소를 비롯하여 노인복지관의 치매 관련입니다. 관계자들의 말에 의하면 내가 이상하다고 느껴질 때는 서슴없이 전화해 달라는 부탁입니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치매 환자도 함께 늘어나고 있습니다. 옛날이라고 해서 치매 환자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노인 중에 평소에 하지 않던 이상한 짓을 하는 사람에게 ‘망령’ 들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망령'은 치매를 말합니다. 망령의 뜻은 늙거나 정신이 흐려서 말이나 행동이 정상을 벗어난 것을 말합니다.
우리 사회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치매 발병률도 함께 늘어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치매센터의 최신 통계입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의 노인 897만 명 중 92만 명이 치매 환자로 나타났습니다. 10명 중 1명이 환자라는 뜻입니다. 이제 치매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의학 수준으로는 완치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치매는 돌이킬 수 없는 뇌세포의 손상을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으로서는 치매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치매는 후천적으로 기억, 언어, 판단력 등, 여러 영역의 인지 기능이 감소하여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임상 증후군을 의미합니다. 치매에는 알츠하이머병이라 불리는 노인성 치매, 중풍 등으로 인해 생기는 혈관성 치매가 있습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원인에 의한 치매가 있습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정기적인 운동, 올바른 영양 섭취, 충분한 수면과 의료의 관리입니다.
주변에서 가끔 치매에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뉴스를 통해 현실을 눈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치매 환자나 가족들이 겪는 어려움이나 고통이 생각보다 큽니다.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도 있습니다. 돌보기가 힘들어 시설로 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치매 환자의 인식이 부족하던 시절입니다. 우리 가족 중에도 한 분이 계셨습니다. 병명을 모르고 그에 따라 환자를 대하는 방법도 모르니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저 세상으로 떠난 지 오래되셨지만,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있습니다. 지금의 상식을 그때 알고 있었더라면 환자를 잘 돌보고 현명하게 상황에 대처했으리라는 마음입니다. 무조건 지적하기보다는 환자의 심리상태를 읽고 적절한 태도를 취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한마디로 환자의 심리적 안정에 힘쓰지 않았을까 합니다. 불안한 마음을 되돌리는 일은 무엇이었을까. 불안해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때 알았더라면, 되돌아보면 삶이란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치매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인생의 뒷길에는 수많은 후회나 자책의 발자국이 어지럽게 널려있습니다. 그나마 많은 생각과 고심이 그 족적의 많은 부분을 남기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국가가 있고 국민이 있고 이 모든 것들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어 우리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고 보면 전화가 나쁜 게 아니라 나쁜 사람들이 있을 뿐입니다. 나를 불안하게 하는 사람은 일부입니다. 대부분 사람은 서로 도우며 살아갑니다. 모든 일에 조심하며 살아가는 게 최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