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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6. 고마운 분들 20240228
새벽에 잠에서 깼는데 등이 따스합니다. 침대에 누워있지만, 고향집 방의 아랫목에 누워있는 느낌이 듭니다. 일어날까? 하다가 포근하고 아늑한 느낌이 들어 눈을 감았습니다. 눈을 떴을 때 아들은 이미 출근했습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유로운 맛입니다. 밖을 내다보니 나뭇가지에 연둣빛이 감돕니다. 햇살도 더 밝아 보입니다. 봄이 오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친구가 휴대전화에 막 알림 문자를 보냈습니다. 다섯 분의 영웅이라는 제목의 글귀입니다. 내용을 보니 나라와 민족을 구하고 삶을 풍요롭게 한 인물들의 면면을 이야기합니다. 목화씨의 문익점, 한글의 세종대왕, 동의보감의 허준, 임진왜란 이순신, 배고픔에서 탈출시킨 박정희입니다. 나라를 이롭게 하고 국민 삶의 질은 높인 사람이 이들뿐이 아니지만, 우리 역사에서 위의 인물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이분들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의 삶이 어떠했을까 잠시 생각해 봅니다. 어쩌면 지금도 헐벗은 가운데 고단한 생활을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아니 나라를 잃고 자주권을 잃은 채 남의 나라 국민이 되어 살아가고 있을지 모릅니다. 나라를 빼앗기고 일본의 지배를 받았던 36년이 있지 않습니까.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세상에 앞날을 예측할 수 없다고는 해도 어느 한 사람의 올바르고 정의로운 생각과 행동이 우리를 웃음으로 이끌었습니다. 친구나 친지들의 모임에 나갔을 때 우리 내 삶을 이야기하는 일이 있습니다.
“나의 삶은 옛사람들의 몇십 배라고 생각해.”
이야기를 듣고 난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입니다. 내 삶의 모습이나 흐름이 너무나 빨리, 너무나 많이 변했습니다. 지금은 세상을 따라가기가 버겁습니다. 예전에 비해 배우고 알아야 할 게 많고 생각할 게 머릿속을 채우고도 모자라 넘쳐납니다. 요즘 나를 당황하게 하는 것은 길치(痴), 키오스크 치, 생각 치입니다. 새로 생기는 도로 우뚝 솟는 빌딩, 전자 문명 발달의 장에서 적응하기가 어렵습니다. 시행착오를 거치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길에서 헤매면서, 전자기기를 다루면서, 어느 때는 과거의 문명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머리가 아픕니다. 바보가 되어가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이런 과학 문명의 발전은 안락한 삶으로 이끕니다.
나의 어린 시절입니다. 춥고 배고팠습니다. 아파도 변변히 치료할 약이나 의술이 부족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입니다. 겨울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가면 해마다 좋지 않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동네의 인근 사람들 중에 얼어 죽었다거나 굶어 죽었다는 사람의 소문을 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와 비슷한 먼 곳의 소식도 들렸습니다. 이 시대의 지도자들은 국민의 춥고 배고픔을 덜어주기 위해 외국에 손을 내밀고 스스로 일어서기 위한 잘살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노인 세대는 알고 있습니다. 누구라고 지적하여 말하지 않겠지만 그의 노력과 국민의 호응이 기초가 되어 지금의 경제 선진국이 되었고 배고픔에서 벗어났습니다.
지금은 과학의 기술과 경제력이 세계를 지배하는 세상입니다. 우리의 땅덩이는 작은 나라에 속하지만 강대국과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글이 있기 때문이라고 믿습니다. 세계에는 여러 종족의 말이 있지만 글자를 가진 나라는 많지 않습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자기의 글자를 가지지 못한 나라들은 강대했다 해도 지금까지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말과 글은 민족을 결집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의료 선진국입니다. 나는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 사실을 몰랐습니다. 의료체계가 잘 되어있다는 의료종사자의 말을 들었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막상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확산하자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대처를 잘했습니다. 아직 겪어보지 못한 전염병이기에 초기에는 다소 우왕좌왕했지만, 발 빠르게 대처하고 안정시켜 나갔습니다. 많은 나라들이 우리의 예방과 치료술을 도입했습니다. 위의 이 모든 것들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헌신적인 노력과 호응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 결과입니다.
고마운 분들이 어디 이 다섯 분이겠습니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신 분들이 많기에 지금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스포츠의 예에서 수영을 들어보겠습니다. 노력의 결과 한 사람이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이를 본 어린이들이 꿈을 키웠습니다. 얼마 전 수영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가 여러 명 나왔습니다. 스케이트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의 초석이 다른 사람들을 훌륭한 사람으로 키웁니다. 본보기입니다. 나는 세상의 누구보다 ‘나의 어머니’를 존경합니다. 가난이 찌든 고향을 박차고 도시로 나와 무진 고생하셨습니다. 어머니의 생각, 굶어도 배워야 한다는 의지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세상은 현명한 지도자와 함께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지금이 있기까지 애쓴 모든 사람을 존경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