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5. 고양이와 개를 보면 20240306
고양이를 만나면 늘 귀엽다기보다는 섬뜩한 마음이 듭니다. 제일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눈입니다. 고양잇과 동물의 눈이 그러하듯 보는 순간 몸이 움찔해집니다. 두 번째는 움직임입니다. 소리 없이 다가오고 사라지는 모습이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길을 가다가도 길고양이 때문에 멈칫하는 때가 있습니다. 분명 나를 놀라게 하려고 하는 행동이 아니겠지만 고양이의 마음과 나의 마음이 같지 않아 일어나는 현상이 아닐까 합니다. 개와 고양이의 습성이 달라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다고 내가 개와 친한 것도 아닙니다. 개도 싫어하는 것을 보면 나는 애완동물에는 관심이 없는지도 모릅니다. 특히 개를 싫어하는 이유는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개에게 혐오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내가 그의 곁을 지나칠 때면 이유 없이 짖거나 대듭니다. 물론 자신의 영역을 침범했다는 뜻이겠으나 내가 가야 할 길을 가로막고 마구 짖어대거나 쫓아올 때면 어쩔 수 없이 겁을 먹게 됩니다.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경우는 낯선 동네를 갔을 때입니다. 심부름이라도 할라치면 어떻게 알았는지 마을 입구까지 쫓아 나와 짖기 시작합니다. 허연 이빨을 드러내며 곧 물어버릴 기세입니다. 어쩌겠습니까. 마을 앞길을 지나가거나 동네에 들어서야 하는데 어쩔 수 없이 멀찌감치 떨어져 누군가 나타나기를 기다립니다.
“괜찮아, 저 개는 짖기만 할 뿐 물지는 않아.”
하지만 이 세상에 물지 않는 개가 없다는 말을 듣고 보면 그 옛날 나에게 한 말이 거짓이 아닐까 합니다. 개를 훈련하는 조련사의 말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개와 고양이의 눈이 무섭다고 했는데 특히 캄캄한 밤에 눈에서 뿜어 나오는 빛은 소름을 돋게 합니다. 모든 동물의 눈에는 서기가 있다고 하는데 맞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밤에 토끼의 눈을, 고라니의 눈을, 오소리와 너구리의 눈도 보았습니다. 모든 동물의 눈을 본 것은 아니지만 시골에서 유년기를 보냈기 때문에 짐승들을 눈여겨볼 수 있었습니다. 사람의 눈도 서기가 있다고 하지만 직접 목격을 하지 못했으니, 뭐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며칠 전 우연히 고양이에 얽힌 짧은 이야기를 보게 되었습니다. ‘고양이 남자’를 읽고 죄책감을 느낍니다. 내가 한순간 장난이 지나쳐 고양이를 죽게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지 말아야 했는데, 의도적인 일이 아니라 해도 마음에 걸립니다. 새끼의 연약함을 미처 깨닫지 못했습니다. 책 속의 인물은 나와 정반대입니다. 대학을 졸업했지만 제대로 된 직업이 없이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몇 년 동안 취업을 하기 위해 입사 원서를 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아르바이트하며 술로 마음을 달래는데 길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자신을 따라왔습니다. 불쌍해 보여 한 마리 두 마리 거두다 보니 40여 마리와 함께 산다고 합니다. 어려운 살림에 작은 주거 공간으로 이사를 하려고 했지만, 포기를 하고 말았습니다. 자신의 처지와 고양이의 삶 환경이 별로 다를 게 없다는 마음에 힘들지만,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지금의 주거 공간이 고양이의 집이라 생각하고 마음 편하게 살기로 했답니다.
고양이는 평형감각이 뛰어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잘못되는 일이 드물다고 합니다. 텔레비전에서 높은 곳을 올라가거나 내려오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소리를 내지 않고 사뿐히 뛰어내리기까지 합니다.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누군가 우리 집에 새끼 고양이를 한 마리 주었습니다. 집에 쥐가 돌아다닌다는 말을 듣고 선심을 썼는데 우리와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텔레비전에서 본 것과 같을지 하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높은 곳에 올려놓아 보기도 하고 바닥에 놓고 뱅글뱅글 원을 돌려보기도 했습니다. 내가 한차례 장난을 끝내고 자리를 뜨자 동생도 하고 싶었는지 고양이와 놀았습니다. 다음 날입니다.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건강을 되찾아 주려고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예전에는 쥐가 많았습니다. 쥐의 천적은 고양이입니다. 쥐를 없애기 위해 고양이를 구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원하는 숫자가 부족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고양이를 이웃이나 동네에 빌려주는 일도 있었습니다. 쥐도 잘 잡지만 고양이 소리에 주변의 쥐들이 다른 곳으로 피해 갑니다.
‘쥐 잡는 고양이.’
지금은 이런 이야기를 좀처럼 듣지 못했습니다. 길고양이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에게는 개처럼 사료를 줍니다. 개중에는 길고양이에게도 사료를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특히 겨울철이면 먹이가 부족해지니 마음을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길고양이가 눈에 자주 뜨이고 들개의 무리도 목격됩니다. 유기견과 유기묘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동물 애호가들과 주민들 사이에 이를 두고 옥신각신하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주는 피해 때문입니다. 동물애호가들도 할 말이 있습니다. 모든 생물에게는 삶도 하나, 생명도 하나입니다.
하지만 나는 유년기의 좋지 않았던 감정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직은 개나 고양이에 대해 늘 낯선 느낌입니다. 저 멀리서 개를 데리고 오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 발짝 피해 갑니다. 반려견이나 반려묘가 나에게는 예뻐 보이지 않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