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바야흐로 정보와 기술의 사회다.
통신 기술이 발달 하면서 인터넷이 활성화 되었고 SNS는 이제 삶의 필수이자 일상이다.
자연스레 이런 환경에 따라 라이프스타일이 형성 되었다.
그에 따라 블로거, 유튜버와 같은 인플루언서라는 직업도 생겨났고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그들의 영향력은 어마 무시하다.
비단 인플루언서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상을 사람들과 공유를 한다.
자신이 직접 방문한 음식점, 카페, 문화공간, 전시회 등 후기를 남기고 다른 사람들은 포털 검색을 통해서 이를 보고 다음 자신의 선택에 반영하게 된다.
이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기술이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에 자연스레 흡수된 현상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평생 예쁘고 좋은 것만 보고 살아도 짧은 인생.
최대한 예쁘고 다양하고 독특한 인테리어의 가게를 갈려고 노력을 한다.
시각적인 요소를 가장 중요시 여긴다.
그리고 대중성 역시 나에게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다.
그래서 어딘가를 방문하기 전에는 꼭 웹 서핑을 통해서 정보를 얻고 판단한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100% 성공을 하는 것은 아니다.
실망을 할 때가 더 많다. 아마 검색을 하는 동안 기대를 하게 되고 사진기술의 트릭에 속아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사진이 공간 전체를 담는 것은 불가능 하다.
제한된 공간을 담으며 보정기술을 통해서 실제 공간의 무드를 다 담지 못한다.
또 속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또 포털에 검색을 하고 있고 열심히 SNS와 블로그를 들어갔다 나왔다 한다.
어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학교 앞에서 자취를 4년째 하는 중이라 학교 앞은 너무나도 빠싹하다.
좀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던 어제의 나는 오랜만에 학교 앞을 벗어나서 예전에 갔었던 카페를 가기로 했다.
웬만하면 한번 갔던 카페는 잘 가지 않는 편인데 한번 갔을 때의 기억이 좋다면, 거의 단골이 될 만큼 자주 간다.
학교 앞에서 버스를 타고 50분 가량 이동했다.
예전과 같은 길로 카페를 가다보니 하나 둘 예전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기 시작했다.
카페와의 거리가 좁아질수록 기대감은 점점 커졌다.
인테리어가 바뀌었을까? 분위기는 여전할까? 오늘은 어떤 음악이 나올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새로운 잡지가 있을까?
그 곳이 내 취향을 저격한 이유는 큰 창과 함께 라탄을 베이스로 한 인테리어도 있지만 여러종류의 'B 매거진'이 있기 때문에 커피 값만 내면 B 매거진을 공짜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카페 문을 여는 순간. 직감했다.
내가 앉을 자리는 없구나. 일요일이라 그런가 커플, 친구, 가족 다양한 손님들이 있었다.
혼자 카페를 간 나는 누군가의 사이에 끼어서 앉는 것은 싫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카페를 나왔다.
순식간에 목적지를 잃어버렸다.
노래 '이별택시'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어디로 가야하죠? 아저씨...
다급하게 네이버 지도를 켜고 무작정 '카페'라는 단어를 검색했다. 그리고 카페가 모여있는 곳을 향해 걸었고 얼추 길을 외운 다음에,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래, 오늘은 그냥 발길이 닿는 곳으로 가보자. 운명과 나의 직감에 맡긴다.
내년에 유럽 여행을 갈 예정인데, 유럽이라는 완전 새롭고 어색한 공간에서 나는 일일이 검색을 통해서 카페를 가기 보다는 현지인이 추천하는, 아니면 그저 걷다가 나의 눈을 사로 잡는 곳을 가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다.
"그래, 오늘은 유럽의 예행연습 하는 셈 치자. 어딜가도 지겨운 학교 앞 보단 낫겠지."
그렇게 발이 이끄는대로. 그저 직감을 믿은 채 걸었다.
그러다 눈길을 사로 잡은 카페를 발견했다. 작고 포근한 느낌의 카페.
다락방 이라는 이름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아무도 없는게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어차피 혼자 카페를 가는데 조용하면 더 좋은거지. 라는 생각에 문을 열었다.
커피 주문을 하고 노트북을 켰다. 우선 목부터 적시고 오늘 하고자 했던 일부터 시작했다.
혼자 노트북에 집중을 하고 있을 때, 손님들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고 나를 처음으로 총 4팀이 카페에 머물렀다.
노트북을 하다가 잠깐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그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 순간. 바로 여유를 느꼈다.
사실 그때 느낀 그 감정이 여유로움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감정은 여유로움에 가깝고 그 찰나의 순간이 나에겐 행복을 주었다.
진정한 소확행이었다.
그와 동시에 그 순간을 조금 즐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노트북에서 잠깐 눈을 떼고 멍하니 밖을 10분가량 쳐다보기만 했다.
내가 오늘 한 행동은 100% 아날로그적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어찌됐든 결과는 마치 인터넷이 없었던 시절처럼 그저 걷다가 발견한 카페를 들어간 것이니 디지털보단 아날로그에 가까운게 아닐까.
다락방이라는 이름이 주는 따뜻한 느낌을 실제로 카페에서 느꼈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아날로그적 행동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멈추어서 주변을 둘러보거나, 하늘을 보는 듯한 행위와 비슷한 맥락이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느림의 미학.
이것이 아날로그가 주는 포근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