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격하게 사 먹고 싶다
식당에서나 담그는 그런 어마어마한 숫자 아닌가.
나는 과거,
김장 200 포기를 해본 적이 있다.
식당 일 하는 것도 아니고
뭔 종갓집도 아니고
대가족 대식구도 아니다.
시부모님, 시누, 남편과 나 5명...
하고
어머님 형제들... 정도..
나눔할 건데..
시댁 마당에서
200포기 김장...
그걸 해냈었다.
플러스 알파로
무와 알타리까지ㅎ
그런데
올해는 약소하게
100 포기를 하자신다ㅋㅋ
그때는 어머님이 아프지 않았으니
어찌어찌해냈지만,
지금은 뭐 어쩌잔 말인가.
숟가락질도 제대로 못하는 손으로
대체 뭘 하겠다는 건가..
김장하다 온 천지 사방에 양념장 튈 생각 하니
숨이 턱턱 막힌다.
입으로 지시만 할 테니
그냥 내 몫이 되겠지.
김장... 그래 좋지
김치 맛있지
남편이 김치를 너무 좋아하다 못해
사랑해서, 이 사달이 난 걸까.
김장이라면 치가 떨리는 나다.
그 사연은 과거로 돌아간다.
때는 2020년 11월
결혼하고 처음 맞는 김장철.
시어머님이 김장을 하자신다.
시댁도 되게 오랜만에 김장을 한다는데
그게 시집살이의 시작일 줄은
그땐 몰랐다.
시누가
엄마, 우리 크고선
한 번도 안 하다가
왜 며느리 생기니까
갑자기
김장을 하쟤?ㅎ
라는 걸 보면
분명했다.
처음엔
와, 재밌겠다~ 싶었다.
우리 엄마도 김장을 했었다.
그런데 그래봤자
욕조에서 했으니 많아야
열 포기 정도 했던 기억?
어머님은 1남 4녀 5남매다.
이모님들 것까지 만들자니
한 서른에서 마흔 포기쯤 하려나 싶었다.
그런데 웬걸.
시댁에 내려가 밭에 가보니,
배추며 알타리며 무며
끝이 안 보이게 심겨 있네.
노는 땅 뭐 하냐며
배추씨, 알타리씨를 마구 뿌린 시아버님.
그 덕에 배추밭이 무성~
초보 농사꾼 손에
배추가 뭐 그리 잘 자랐는지,
농민으로 사셨어도 대성하셨을 듯하다.
농사가 아~~~ 주 잘됐다.
그렇게 시작된 김장 전쟁.
오전부터 배추 뽑고, 알타리 뽑고,
무까지 뽑으니
허리가 나갈 것 같았다.
절임 배추 가격이 왜 비싼지 알 듯했다.
막노동이 따로 없었다.
배추 뽑고 녹초가 됐는데
이제 시작이였다.
첫 번째 작업은
이파리 손질하고 반으로 가르기.
하, 이것도 너무 힘들었다.
배추는 또 뭐 그리 크담.
이어서 총각무도 손질.
하, 이건 더 손이 많이 가.
조만한 게 뭐 그리 많은지, 손가락이 아팠다.
안 해본 사람은
뭐가 힘드나 싶겠지만
저기 알타리 몸통과
이파리 사이에 낀
검은색 뭔가를 제거도 해야하고
잔털들도 없애야 하고
길게 늘어선
끄트머리 이파리 부분을
짧게 잘라줘야 했다.
잡지식+
그다음 대야에 찬물을 받았다.
반 가른 배추를 다 집어넣고 푹푹 눌렀다.
손이 너무 시렸다.
그러고 소금을 콸콸.
이렇게 하루를 절여야 한단다.
그렇게만 했는데 하루가 저물었다.
“김치 그냥 사 먹지…”
그렇게 노동하고 점심밥, 저녁밥 다 차리고
설거지까지 다 했다.
그 당시엔 시누가 일이 바빠 못 옴.
하... 스마트해라.
어쨌든 그렇게 기절하고 다음 날.
또다시 시작된 김장 전쟁.
절여진 배추를 씻고 또 씻기를 반복.
와, 손에 감각이 없다.
식당 하는 사람들, 대단하다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그렇게 물기 쫙 빠지게
소쿠리에 담고 또 담고를 반복
이제 양념을 만들 차례.
고춧가루, 생새우, 과일 간 거, 양파 간 거, 액젓 등등
오만 가지 넣고 섞섞.
맛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고 나서 절인 배추를 집 안으로 옮겨
양념장을 묻히기 시작하는데,
생전 처음 해보는 난 너무 어려웠다.
꼼꼼하게 하고 싶지만
허리며 손목이며 목이며 빠질 것 같았다.
저녁이 되자 아버님은 “배고프다” 시전
수육 삶아 얼른 먹자 신다.
하.. 저도 빨리 하고 싶죠
스피드 떨어진 나는 하기 싫은 티가 났을 터.
그러고 한 스무 개 남았을 무렵,
내가 마지막 통에 담고 발로 밀었는데
아버님이
“그럴 거면 다 갖다 버려!”
화를 내셨다.
와, 이거 결혼 잘못했나 싶었다.
이 개고생을 하고 있는데
본인은 다리 아파서라지만
소파에서 감독관처럼 앉아 있으면서
그거 김치통 발로 좀 밀었다고
그렇게 다그칠 일인가?
손목이 너무 아픈데 어쩌란 말인가...
어쨌든 남편이 커버 쳐줘서
나머지 배추까지 다 하고,
알타리도 다 하고... 하.
진짜 무슨 벽 쌓듯
김치통이 집안 벽면 가득했다.
첫째 이모네, 둘째 이모네,
막내 이모네, 시누네, 우리 집.
이렇게 나누는데도 되게 많았다.
다 끝나고
양념 남은 거랑 굴 무쳐가지고...
수육이랑 같이 먹으니까
꿀맛이긴 했다.
흑..
이 짧은 행복을 만끽하려
그 개고생을 했단 말인가
그렇게 그 많은 걸
차에 싣고 들고 와서 나눔 하고
녹초 됐는데,
우리 냉장고에 어찌 다 들어감?
꾸역꾸역 다 가져온 우리가 바보지
일단 베란다에 두고 다음 날
하이마트 가서 김치냉장고를 샀다.
이게 뭐람? ㅋㅋㅋㅋ
그냥 김치 그때그때
사 먹으면 됐을 것을...
그 돈이 그 돈 같은데..
아무튼 그렇게
개 힘든 김장 전쟁을 치렀었다.
다음 해에는 다행히... 는 아니고,
어머님이 빙판에 미끄러져
손목에 철심을 박아서
그 이후로 김장을 하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뇌종양 걸리신 거고
그렇게 우리 집안 김장은 끝인가 싶었는데
올해,
무슨 바람이 부셨는지
우리를 시댁에 오게 하려고 그러셨는지.
하...
또 배추 100 포기와 알타리를 심으셨단다.
이번엔 100포기고 무는 없단다.
좋은 건가?ㅋㅋㅋ
아니, 어쩌시려고.
아니이.
하...
시누 남친이라도 데려와?
며칠 전
시어머니가 남편에게 전화로
“너 김치 좋아하니까 해주려고 배추 심었지.”
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
아니 어머님이 못 하는데 뭘 해주셔요.
어차피 우리가 가서 다 뽑고 절이고 양념하고
무치고 다 해야 하는데...
남편도 한숨 쉬면서
“그냥 다 죽이고, 뽑으면 소밥으로 줘.”
어머님을 다그쳤다.
하...
이번 주 아니면
다음 주에는 가야 김장을 하던 할 텐데.
바빠서 시간도 안 나고,
가서 또 김장할 엄두도 안 난다.
집에 종갓집 김치 사둔 거
봉지째 냉장고에 있는데.
나는 아직 전화를 안 드린 상황이다.
전화를 할까 말까 고민 중이다.
마음 약한 나는,
전화하면 이번 주말에
내려가겠다고 할 것 같은데..
그냥 평창 고랭지 김장 축제나 가서
김치 깔짝 담그고
오대산이나 구경하고 오고 싶다.
6만 9천 원인가 주면
절임 배추도 주고 양념도 다 주고
버무리기만 하면 된다던데..
택배도 되고.....
하....
정말 고민이 많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