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마라톤 대회. 하프 마라톤.
처음 신청을 한 시기가 지금으로부터 4달 전쯤이었나, 이 시간이면 충분히 가능하겠구나 싶었는데 일주일 밖에 안 남았음에, 설레면서도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앞선다.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무리만 하지 않는다면 유익무해하다.
둘째, 운동을 좋아하던 나의 일상 습관에서 접근하기가 쉽다.
셋째, 별다른 기술과 비용이 필요하지 않다.
넷째, 비만 오지 않는다면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대회 참가가 아닌 순수하게 달리고 난 후의 성취감과 건강함이 목적이었다.
점차 뛰는 시간과 거리가 늘어남에 따라 내 달리기 실력이 궁금해졌고 정량적인 목표를 세우면 좀 더 도움이 될 거 같아 마라톤 대회에 나가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커졌다.
(러닝이 유행이기도 하거니와 나도 대회에 참가해 봤어 나름 자랑거리가 필요해서?!)
본격적으로 대회를 위한 연습으로 처음 기록한 거리가 7km.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단거리에 익숙한 운동신경과 노쇠해 가는 신체 앞에 장거리라는 새로운 운동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어떤 거리든 중반을 넘어가면 그나마 괜찮은데 문제는 초중반이었던 것 같다.
10km를 뛰었을 때 3~6km쯤 고비가 왔다.
또 어떤 날은 몸이 가볍길래 21km를 뛰어볼까 했지만,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21km는 무리이니) 오늘은 15km만 뛰어보는 것으로 마무리하기를 수회 반복했다.
너무 힘들어서 그만 뛰고 내일 뛰어야지 하는 유혹에 자주 흔들렸다.
그래도 계속 뛰다 보니 물리적인 실력(거리와 시간)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실력(포기하지 않으면 되는구나)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해했다.
철두철미한 전략과 계획으로 기록을 단축하기보다는 그날의 몸 상태와 기분 등을 두루 고려하여 이만하면 됐다는 나름의 만족감으로 달리는 시간을 채웠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까지 달린 가장 긴 거리는 18km.
대회 전까지 21.0975km를 달릴 수 있을 거 같지는 않고,
남은 일주일을 부상 없이 평소대로 체력 관리와 컨디션 조절에 집중할 예정이다.
달리기를 하면서 느낀 점은 우리 인생이 달리기와 많은 점에서 닮아 있다는 것이다.
오버페이스를 하면 금방 지쳐 포기하게 되니, 속도를 준수해야 한다는 점(조급하면 안 됨).
100m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처럼 장기전이라는 점.
시간의 문제이지만 꾸준히 하면 언젠가는 결국 성취할 수 있다는 점(포기하지 않으면 완주 가능).
마침 컨디션 조절을 위해 달리기 관련 글을 찾아보는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이번 하프 마라톤을 무사히 마치고 이 책을 읽어볼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