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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Grace May 21. 2024

에필로그, 다행히 숨을 쉽니다.

모두 다행인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요.

최종장을 마감하고 나서 이 글의, 이야기의 마무리를 어떻게 지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사실 제 이야기는 마감이 아닌 현재 진행 중이기 때문에, 끝이라는 부분이 정해져 있는 이 책의 마무리를 지어야 할지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저는 많은 불행의 한가운데 서 있었습니다. 많은 슬픔을 온몸과 마음으로 맞이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다가올 소소한 행복을 온몸과 마음으로 맞아보려 합니다. 자랑하려는 것도 아니고, 동정해 달라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닙니다. 그저 저는 이 열몇 편의 이야기를 함께 해준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사람마다 각자가 느끼는 삶의 무게는 다 다릅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저의 신발을 신어보지 않았듯, 제가 여러분의 신발을 신고 그 삶의 무게를 느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그래도 덜 부끄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모두가 각자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지금도 생과 사의 경계선에서 매일 선택을 내리며, 그 선택을 번복하는, 지루하지만 고통스러운 싸움을 싸우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그랬듯이요.


그러나, 정말 그러나,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의 한 문장을 빌려 이야기하고 싶은 말은,

[그러나 살기로 결정하라고 말하고 싶다.]입니다.


죽을 용기로 살아내라는 잔인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지옥을 걷고 있을 때, 누군가 그 이야기를 제게 해 줬을 때, 저는 분노를 느꼈거든요. 제가 듣기 싫은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하나 확실한 것은, 삶이 당신에게, 또 저에게 유쾌하지 않았듯, 죽음 또한 저에게, 그리고 당신에게 그리 유쾌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어쩌면 죽음이 더 유쾌하지 않을 수 있겠네요. 깊은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당신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조금은 잔인해 보일 수 있겠으나, 이게 제가 건넬 수 있는 큰 위로 중 하나입니다.


무엇을 고르던 그리 유쾌하지 않은 양자택일의 선택이라면, 조금의 가능성이 있는 곳을 선택하기를 바랍니다. 세상에는 벌레 같은, 잔인하고 남들의 고통을 양분 삼는 것처럼 살아가는 사람들, 당신이 사는 곳을 지옥으로 만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바보 같을 정도로 당신을 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바보 같을 정도로 매일을 눈물로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당신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잔인한 사람들이 당신에게 다가올지라도, 그 몇 명의 당신을 위하는 사람들로 인하여 당신은 다시 일어나게 될 겁니다. 그렇게 지루한 인생을 조금씩 살아내시기를 기원합니다.


삶은 지루합니다. 지루하고, 어쩌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잔인하게 굴기도 합니다. 지친 당신의 멱살을 잡고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게 삶이라는 친구입니다. 하지만 감사한 것은, 그 지루한 삶을 같이 살아내고 있는 단 한 사람, 어쩌면 몇 사람으로 인해서 삶은 나름 흥미로워지기도 합니다. 지루한 삶에 있어서 의미를 찾아내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사는 것이 지옥이었고, 매일이 가시밭을 맨발로 걷는 기분이었으며, 사형 집행의 올가미가 제 목에 걸리듯 찾아오는 공황 발작은 매일 죽음을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귀에서는 목소리들이 들렸고, 눈에서는 눈물이 나오다 나오다 눈물을 흘리는 것조차 지겹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죽음을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그 선택 사흘 후 저는 깨어나게 되었고, 그제야 내가 지금 그래도 살아 있음이 “다행이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살아갈 수 있음에 다행이라는 감정은, 죽음의 문턱 앞에 서 있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아이러니 하지만 감사한 감정입니다. 그토록 죽음을 향해 달려왔기에,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내가 호흡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에게, 그리고 다시금 이 글을 쓰는 저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다행힌 삶을 살아가십시오.

당신의 삶에서는 앞으로도 선택지가 펼쳐지게 될 겁니다.

삶과 죽음, 행복과 불행, 우울과 기쁨, 절망, 상실, 고양과 취득,


이 수많은 선택을 마주할 때 당신이 단 하나의 선택지만은 선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죽음입니다.


당신의 뼈를 깎고, 살을 찢는 고통을 마주할지라도, 당신은 생존을 선택하십시오.

차라리 도망가서라도 살아가십시오.

그리고 어디서든, 당신은 당신의 다행을 발견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다양한 글들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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