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내리는 날
내가 언제 비루한 몸이었느냐고 소리치듯
깡 마른 가지에 하얀 꽃이 핀다.
세상의 한기를 내가 다 삼킨 끝에 피었노라 소리치는
차갑고도 따스한
그런 하얀 꽃이다.
이불을 덮은 찬 돌 위로 우뚝 서서
언제 질지 모르는 하얀 꽃을 펴서
소리친다, 목이 터져라 소리친다.
아직 살아 있노라, 큰 숨을 내뱉는다.
세상의 열기 앞에 금방 질지언정
바람 한 번에 몸을 부르르 떨면서
꽃잎을 떨굴지라도
나는, 여기 있겠노라.
얼굴을 가리었던 그 달도 고개를 들어
눈이 부신 빛으로 꽃에게 속삭인다.
내가 비출 동안 너는 안전하다.
그러니 마음껏 소리치고
마음껏 목 놓아 울어라.
내가 여기 있겠노라.
나는 빛을 기억한다.
나는 너를 기억한다.
마음껏 넌 빛나거라.
내가 여기 있겠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