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꽃의 이야기

첫눈이 내리는 날

by TheGrace

내가 언제 비루한 몸이었느냐고 소리치듯

깡 마른 가지에 하얀 꽃이 핀다.


세상의 한기를 내가 다 삼킨 끝에 피었노라 소리치는

차갑고도 따스한

그런 하얀 꽃이다.


이불을 덮은 찬 돌 위로 우뚝 서서

언제 질지 모르는 하얀 꽃을 펴서

소리친다, 목이 터져라 소리친다.


아직 살아 있노라, 큰 숨을 내뱉는다.


세상의 열기 앞에 금방 질지언정

바람 한 번에 몸을 부르르 떨면서

꽃잎을 떨굴지라도


나는, 여기 있겠노라.


얼굴을 가리었던 그 달도 고개를 들어

눈이 부신 빛으로 꽃에게 속삭인다.

내가 비출 동안 너는 안전하다.


그러니 마음껏 소리치고

마음껏 목 놓아 울어라.


내가 여기 있겠노라.

나는 빛을 기억한다.

나는 너를 기억한다.

마음껏 넌 빛나거라.

내가 여기 있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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