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에

by 여름나무

언뜻언뜻 깨어나는 잠을

서둘 것 없다며

몇 번이고 다독여야 했다


그리고 나서야 실컷

잠을 자고 일어날 수 있는 게

늦은 일요일 아침이다


헝클어진 머리를 동여매고

봄볕에 겨울을 빨아넌다


한곁에

자꾸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불안도

굵은 빨래집게로, 꼭 집어 매달아 둔다


그제서야

집집마다 담벼락 너머로 고개를 내민

수줍은 꽃들이 보였다


늦은 밥을 꼭꼭 씹어먹고

커피 한 잔 싸 들고 숲길을 걸어야겠다


봄날의 숲길을 홀로 걷는 것만큼

아름다운 일이 있을까?


온통 꽃 투성인 봄길 그 어디쯤에 가 앉아

손잡은 연인들을 향해 눈도 흘겨가며

바람과 커피 한 잔 나눠 마시련다


잘들 살아내는지 묻지는 않을 것이다


등 떠밀리지 않아도 좋을,

제자리 걸음으로


서둘것이 없다며

자신을 설득하지 않아도 된다


늘어진 꽃나무 가지처럼

길게 늘어진 사람가지가 될 것이다

바람이 그 나무가지 사이를

살며시 오가도 좋을

틈을 내어주고,


그러다

겨울이 봄볕에 곱게 마르면

햇볕이 깃든 스웨터를

지난 이야기와 함께 접어

서랍에 담아두려 한다


다시 겨울이 오면 그 서랍을 열어

지난 얘기에 키들거리며

혼잣말을 되뇌이게 될지도 모르지만,


참 좋다

봄볕이 가볍다

마음에도 봄볕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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