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그릇을 읽고

by 여름나무

조금만 더 빠르게

........ 너를 만날 수 있었더라면,

그래도 내일이 아닌 오늘,

너를 만나

얼마나 고맙고 다행스러운 일인지,

가슴을 쓸어내리며 고백을 한다.


더 늦지 않아

........ 참 다행이다.


퍼즐을 꿰맞추듯, 한 번쯤 정리를 해야지 하던 마음이었다. 질질 늘어놓고 스스로도 어수선하여 정신 사납던 날들이었다.


마음이란 게 그렇다.

언제나 균형을 잡으려 애를 쓰지만,

미친년 널 띄듯,

쥐불놀이라도 하듯 여기저기 불을 지르며

동네방네 바람난 누렁이 마냥 쏘다니고 있었다.

한때는 아쉽지 않던 것들이 해를 더할수록 소중해진다. 혼자여서 좋았던 커피 한잔의 시간이 함께였으면 좋겠고, 혼자 걷는 그 길이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걷는 그 길이 되었으면 바라게 되었다.


중년을 넘어선 여자가 일곱 살 계집아이처럼 친구를 만든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붙임성이 좋아 아무 대고 턱 가서 붙기라도 한다면 모를까, 가뜩이나 편협한 사람이니 사람보다는 일을 하는 편이 훨씬 자연스럽고 속 편하게 생각되었다.


그만큼 관계가 어려웠다.

분명 인식하고 있는 문제였지만, 마주하고 싶지 않은 거울 속의 모습처럼 직면하지 못했다. 하여 뚜렷하지 않은 기억의 모습에 매달려 매사 흐지부지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두리뭉실 살아가는 쪽을 택해 살아내고 있는 터였다.

그런 참에 심리학에 기반을 둔, 코칭심리전문가 김윤나의 '말 그릇'이란 책을 읽게 되었다.


옛 부터 사람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거나 또는 뭔가 스스로 부딪친 것에 부족함을 느낄 때 사람의 크기를 그릇에 비교하며, 사람의 크기가 고만고만해 그렇다며 받아들이기 힘든 일도 이해하며 수용하고 위로를 삼았었다.

그러한 사람의 됨됨이를 ‘말 사용’으로 바꿔 보게 한 김윤나의 ‘말 그릇’은, 평소 “간장종지라서 그래요”하며 변명을 회피책으로 삼던 내게 뜨끔뜨끔한 대침을 맞는 일이 되었다.


'말 그릇을 다듬는다는 것은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것과 같다’는 그녀의 말은, 결국 언제 한번 정리를 해야지 하며 질질 끌고 가던 수선스런 마음을 들여다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왜 저렇게 말을 하지”

내가 누군가에게 느꼈을 일을 나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그리하였음을 성찰하며, 말이 주는 상처가 가장 아프다’는 그녀의 글을 새겨가며 읽어보고자 한다.


‘말은 배운 대로 하기보다 입에 배인 대로 말한다.’는, 말도 습관이라 생각한 그녀는 사람마다 고유한 말버릇을 가지고 있다 했다. 이는 타인, 특히 성장 시 부모의 행동을 관찰함으로써 그들의 행동, 사고, 감정을 습득한다고 믿는 반두라의 관찰학습으로 말의 대물림을 설명하는 듯 보였다.

어쨌든 그녀는 이 책에서 다양한 심리학적 치료기법과 이론으로 언어 사용에 접근해 독자를 이해시키고자 하는 작가의 친절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1. 프롤로그

무심코 던진 말이라도 일단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사람의 마음에 파장을 일으킨다.

안타까운 것은 말 때문에 자책하거나 타인을 원망하면서도 여전히 자신의 잘못된 말 습관을 그냥 내버려 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와 다른 말 습관을 지니고 싶다면, 말 그 자체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나를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말의 근원지를,

유독 참치 못하는 말투가 있는가?

유독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말이 있는가?

내가 왜 그런 말투를 사용하게 됐는지, 왜 특정한 말에 대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지 알 수 있게 된다면 비로소 자신의 말을 제대로 다룰 수 있게 될 것이다.

말은 당신을 드러낸다. 필요한 말을 제때 하고 후회할 말을 덜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말 때문에 사람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말 때문에 당신의 일상이 외로워지지 않기를,


2. 말엔 세 가지 종류의 연결이 있다

바로 나 자신과의 연결, 타인과의 연결, 세상과의 연결이다. 이것은 모두 이어져 있고, 각각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말은 자신이 그 세부분과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는지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도구다.

말을 사용하는 사람이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다른 사람과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게 된다.


3. 듣고 싶은 말을 해줄 수 있다면

사람들은 딱 자신의 경험만큼 조언을 해준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진심이지만, 그것은 그들의 말일 때가 많다. 상대방의 마음속에 숨겨져 있는 대답을 함께 찾아보는 대신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말을 해주고 싶어 하는 것이다.


4. 저절로 좋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누구에게나 부끄러운 말의 민낯이 존재한다. 필요 이상으로 공격적인 말, 좁은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말, 잠깐의 감정을 못 이겨 쏟아내는 말, 과장되고 억지스러운 말 등등,

하루에도 몇 번씩 ‘내가 이것밖에 안 됐나’, ‘왜 나는 이렇게 말을 할까’ 하며 자책하게 된다. 하지만 사람의 말 그릇이 넉넉해지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5. 심리학에는 ‘내면 아이’, 혹은 ‘어른 아이’라는 개념이 있다.

몸은 자랐지만 마음속엔 어린 시절 상처를 받아 자라지 않은 아이가 머물고 있다는 의미다.

즉 어린 시절 경험한 내용이 정신세계 속에 남아 현재의 삶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말 습관도 마찬가지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잘못된 표현이 있다면 그것을 사용할 때 내 말투는 어떠한지, 내 표정은 어떠한지, 내 마음은 어떠한지 찬찬히 다시금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6. 마음이 변하면 말이 변한다.

‘말을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나’를 이해하는 일이다.

숨겨두었던 가정사, 털어놓을 수 없었던 직장에서의 문제, 친구 혹은 연인 관계에서의 갈등과 고비 등등, 자신을 괴롭혔던 상황과의 심리적인 근원과 마주쳐야 한다.


7. 나답게 말한다는 것

말은 언어 그 이상이다.

그것은 한 사람이 성숙해나가는 과정이자 삶과 연결되는 방식이다. 그러니 말을 도구로만 다루지 말고 나 자신으로 대하는 게 중요하다.

말은 살아있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씨를 뿌려 열매를 맺기도, 마음을 더 소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외롭게도 하고 빗장을 열어젖히기도 한다.

내가 가진 그 어떤 것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정확히 보여준다.

나와 어울리는, 잘 어울리는 말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말 그릇을 향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8. 감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감정표현이 서툰 사람들은 보드라운 감정도 송곳 같은 말로 전달한다.

“고마워, 네 덕분이야”를 민망하다는 이유로 “그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로 표현한다.

말은 당신을 드러낸다. 필요한 말을 제때 하고 후회할 말을 덜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 감정의 표현방식

. 폭포수형 : 기분이 나빠지면 마음에 담아두지 못하고 말을 쏟아내야 속이 후련해지는 스타일이다. 자신을 뒤끝이 없는 쿨한 사람이라 말한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책임질 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그러면서 타인의 감정까지 경계 없이 휘저으려는 사람들이다.

. 호수형 : 웬만해선 감정표현을 안 한다. 화가 나도 일정 수준에서 넘어가고, 기쁜 일에도 적당히 좋아한다. 주변에서는 이런 사람을 내성적인 사람 또는 참을성 있고 속 깊은 사람이라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호수는 고여 있다. 물은 자연스럽게 흐르고 섞여야 하는데 결국 썩고 만다. 마음속에서 차고 넘쳐 결국에는 준비되지 못한 상태로 터져버린다. 감정은 담가 두고 발효시키는 게 아니라 느끼고 표현하는 것이다.

. 수도꼭지형 : 시원하게 혹은 따뜻하게 물의 온도를 선택하고 잠가두고 열어 쓰고, 상대방은 갑자기 쏟아지는 뜨거운 물에 데거나 난데없이 쏟아지는 찬물에 놀랄 필요가 없다. 그와의 관계에 편안함을 느낀다.


9. 머릿속에 만들어진 공식

. A-B-C (사건-신념-반응)의 공식은 사실, 발생한 사건이 반응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신념이 반응을 취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배신을 당한 사람은 사람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공식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관계를 진전시켜야 할 때마다 이 사람을 믿어야 할지 끊임없이 검증하려 할 것이다.


10. 공식의 차이가 오해를 부른다

사교적인 사람은 친밀감을 높이는 대화를 즐겨 사용하고, 사고형의 내향적인 사람은 개인적인 질문에 불편해한다. 서로의 공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11. 듣기의 재발견

Fact(사실 듣기):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eeling(감정 듣기): 진짜 감정을 확인한다.

Foucus(핵심 듣기): 맞지 않더라도 알아주었으면 하는 핵심 메시지를 발견한다.

무엇보다 경청은 말하고 싶은 욕구를 다스리며 상대방의 말속에 숨어있는 의미 파악과 마음까지 파악하는 것이다.


사람마다 암호가 달라 그 문을 열려면 정밀한 세공이 필요하다. 상대방이 자신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중요하다.

어쩌면 우린 솔직한 감정 한마디를 드러내지 못해 그렇게 불필요한 말을 하는지도 모른다.

“외롭고 힘들어요.” “위로해 주세요.” “내가 부끄럽네, 미안해 후회하고 있어.”라는 말을 못 해 상대를 질책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12. 말에 책임을 진다는 것

‘왜 우리는 나이 들어서도 성숙한 대화를 하지 못할까?’

마흔을 넘기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하듯이 말도 경험이 많아지고 삶의 연륜이 더해질수록 책임을 져야 한다.

‘몰라서’, ‘알면서’ 하는 말도 나이가 들수록 피해 갈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사라지고 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화를 ‘상대방을 이해하는’ 차원이 아닌, ‘내가 이해받기’ 위한 문제로 생각한다. 이해받으려 하기 전에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써 말을 사용하는 것이 말의 그릇을 키우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13. 나와 연결되기

말을 향한 태도를 다듬는다는 것은, 마음이 작동하는 원리, 생각이 흘러가는 구조,

말을 타고 전해지는 너와 나의 심리적 기제에 관해 아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가장 먼저 보듬고 이해해야 할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말 그릇을 키우기 전,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먼저 가져야 한다.


- 나의 말 습관 알아보기

발달과정 상 원만한 사회성을 기르기에 부족함이 있었다. 정작 가까워지는 관계를 불편해했고, 거절과 상처 받는 게 두려워 미리 경계를 둘렀다. 반면, 허락된 관계는 지나치게 관대해 봐야 할 것을 종종 놓쳐 버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생각하는 대로 보는 관계 양식을 취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언어니 서툴 수밖에 없었다, 자위를 할 수밖에,

사실 한 사람의 어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금에 그만 바라볼 수 없는 것이다. 이미 성인이 된 각 개인의 내면에는 어린 시절 경험한 것들이 정신세계 속에 남아 현재의 삶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부끄럽게도 나의 말 습관을 고백하자면, 새처럼 조절되는 계집 아이다. 조모의 손에 크다 보니 그 부분이 몹시도 결핍되었던 것 같다. 그래 소수의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나도 모르게 쉼 없이 떠들어되는 수다쟁이가 돼버린다. 되돌아보니 대화의 내용보다는 재롱떠는 계집아이가 되어 즐거웠던 것이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는 말이 있다. 건네는 말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상대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말일 것이다.


뜻하지 않게 오랜 시간 함께 늙어갔으면 하는, 나름 정성 들인 친구들을 잃어버린 경우가 있다, 말실수로 인한 일이었다. 무심코, 생각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하던 일상의 말들이 날카로운 칼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크게 배운 경험이 되었다.


이제라도 ‘말은 마음을 따라 자란다’는 그녀의 말에 따라 나의 마음이 천천히 조금씩이라도 자라 언젠가 좋은 말 그릇을 가질 수 있게 되기를 노력해보고자 한다.

......... 더 늦기 전에 나다워지는 말을 찾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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