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파란 멍들이 다 빠지기도 전에
어디든 가을입니다
곧 제 살빛을 찾아가듯
황금빛 세상이 고개를 내밀겠지요.
그대, 가을입니다
책상을 정리하고 이대로 걸어
그대에게로 닿아진다면,
멋쩍은 웃음이라도 지으며
잘 사셨나요?
인사라도 한마디 나누고 싶어 집니다.
가을 속엔 그대가 삽니다
이별의 계절이기도 하지요
낙과를 줍듯 기억을 주워 듭니다.
가을이 왔다고
붉은빛 체크남방에 어울릴
부푸러기 부풀 부풀 피어오를
밤빛 스웨터 한벌 사 들고
가을로 들어설까 합니다.
그대의 무릎에 올라앉아
고양이처럼 간질간질 비벼가며
참을 수 없는 웃음을 피게 하겠지요.
그대, 가을 햇빛 쏟아지는 곳에서
여기저기 닳아 뭉툭해진 낡은 책상을 놓고
그네들처럼 커피 한 잔 마실까 합니다.
어떻게 살아오고 또 살아가는지
시간의 문턱을 두고
가만히 전해주려 합니다.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란 흔한 말로
위로를 주고받게 되겠지요.
사실 그보다 더한 말인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젠 늙어갑니다만,
세상에 그 많던 사내들은 다 어디로 가고
원색의 옷을 걸친 여자들은 어디로 숨어들었을까요?
가을입니다.
퇴근길엔 모처럼 서점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형태도 없는 것이 원자들의 전자기력에 가시광선의 사과 표면처럼
삭막하고 허무한 현상 세계,
그만 접어두고 울어보고 슬퍼 볼까 합니다.
사랑만 한 것이 있겠습니까?
물끄러미 젊은이들의 사랑 얘기를 훔쳐보기라도 할양
베스트셀러 자리를 꿰찬 젊은 글쟁이의 책을 집어 들고
구석진 곳으로 파고 들어앉아 읽어봅니다.
중년을 넘어선 사람이 무슨
그러는 이 두고 있어 애달플까마는
달콤한 것이 슬렁슬렁 온몸을 기어 다니는 것 같습니다.
사랑해 히힝
보고파 히힝
나 둥,
괜한 눈치에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낯이 간지러워집니다.
이 가을, 이렇게 모든 것들은 그대가 될 것입니다
그 등에 기대어 물드는 가을을 바라보게 되겠지요
그대 가을이라고 울지는 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