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흘러나오는 노랫말이다. 그래 봤자 겨우 한두 줄, 더 이상 기억나지 않는 가사를 제멋대로 개사해 박자 또한 제 맘대로 맞춰가며 차창 밖 도로에 늘어선 차들의 행렬을 바라본다.
버스는 1킬로미터도 되지 않는 유턴 고개에 멈춰서 벌써 십분 넘게 시간을 잡아먹고 있었다. 출근 길만 아니라면야 신경 쓰일 시간이 아니었지만, 오늘따라 늦장을 부린 터였고 그리하여 조금 서둘러볼까 싶어 올라 탄 버스가 평소 이용하던, 9분 뒤에 온다는 다음 버스보다 더 늑장을 부리며 놀리듯 시간을 뺏어 심기가 사나워지는 터였다.
충분히 예상했던, 뻔한 결과를 알면서도 시도한 어이없는 행동에 대한 자책감이 들었을 것이다. 답답한 노릇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숱하게 봐왔던, 여유로워 보이던 그 길이 어느 순간 오도 가도 못하는 정체 구간이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보이는 게 전부인 양 그 길로 돌아가는 버스에 의기양양, 올라탔던 것이다.
그러면서 오늘이 아니어도 언젠가 한 번쯤 행했을 일을, 그런 면에서 버스가 멈춰 설 때마다 탈까 말까 망설이던 고민을 이젠 끝냈구나 싶어, 마음 한편이 가벼워지는 거였다.
'하긴 뭐, 사는 게 늘 그렇지 않았을까?'
누구라 할 것 없는 것에 응수를 한다. 되돌아보면 크고 작은 차이야 있었겠지만 매 순간 비슷한 상황들로 연이어진, 선택을 요구받는 것이 삶에 날들이었을 것이다.
전혀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버스가 간살을 떨듯 몸통을 흔들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착하고 보니 조급하던 마음과 달리 시간은 이십여분을 더 소비했을 뿐, 그렇게 서둘지 않아도 좋을 형편이었다.
삶에 열심일 때야 누구나 할 것 없이 우당탕탕 급하게 서둘 수도 있다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아가는 이 시점에도 여전히 물리적 시간 앞에 자유롭지 못한 것이 조금은 서글펐다. 하지만 그 또한 누구나 겪고 사는 일이니 특별할 것도 없는 일인 것이다.
어디만큼 왔을까?
아마도 마음은 계속해 그 질문을 던지고 싶었나 보다.
늘 분주했고 보다 낫다 싶어 선택한 것들에 매여, 추구하던 나로부터 너무 멀리 떠나온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