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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나무
May 12. 2022
그년 참
하필이면 이 아침에
밤마실 가듯 차려입고
내 앞의 계단을 오를 게 뭐람
엉덩이 하나가 세상을 다 가리네
염병할
뻣뻣하기는 나무토막 못지않은 시선에
실룩샐룩
그놈의 엉덩이 참하게나 걸을 것이지
이 아침부터 이리 늙어가는 년
염장을 지르려 하네
그놈의 엉덩이 참 탐스럽기도 하지
수국이 피었나 하다가
담장에 매달린 둥근 애호박 같기도 하고
그러다 아직 연둣빛 가시지 않은
털 까슬까슬한 풋 복숭아 생각나게 하네
그년 참
얼마를 아낀다고 배꼽도 가리지 못하는 티셔츠에
뭣이 그리 바빠 터진 바지도 꿰매 입지 못하고
이 아침부터 서둘러 밤마실을 나섰는지
미쳤지
미쳤네
하필이면 이 아침에
아무리 사내놈들의 시선이 음흉하다지만
이 늙어가는 년 시샘 섞인 시선만 할까?
하필이면 이 아침에
그년 참
그러고 보니
사방 천지에 꽃 흐트러진 봄이네
추억이 난전을 펼칠만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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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어느 구석, 햇빛 드는 창가에서 냥이와 전깃줄에 앉은 새들을 훔쳐보며 살아갑니다. 가끔 그 짓도 지루할 때, 마음을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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