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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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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나무
May 27. 2022
수몰된 한낮의 도시를
표표히 떠돌다
흘러들었다
높고 낮은 빌딩들이 만들어낸
무성한 수초의 숲
잠잠히
물빛에 젖은 수은등 간판이 손짓을 한다
시간도 졸고 있는 기차역으로 들어서면
그곳으로 가는 열차표를 구할 수 있을까?
그곳요, 하면
표정도 없이 역무원은 무심히 표를 던져주고,
감정의 날들이 사라졌다
거기
그곳에 두고 왔을지도,
ㅡ 그곳으로 가는 열차가 있었으면 좋겠다. 어디든 여기가 아닌, 가끔은 내가 사는 세상을 벗어나 이방인으로 살아가고 싶다.
무료함이 외로움으로 착각스러운 때가 있다. 얕은 피로에도 회복은 점점 더뎌지고 더 강한 자극에야 겨우 반응하는 감각이다.
겉도는, 지금 시대에는 맞지 않는 늘어진 녹음테이프로 오늘을 재생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차 한잔의 시간에 바라본 창 밖 세상이 물에 잠긴 듯 고요하다. 분명 모든 것이 제자리를 지키며 바쁘게 돌아가고 있을 텐데, 세상과 동떨어진 기분!
그날이 그날 같은, 어느 날은 무난함에 감사하다가도 어느 날은 못 견디게 지루해 허우적거리는, 삶은 그런 늪인가 보다.
도망치듯 그런 날엔 문득 그곳으로 가고 싶어 진다.
나도 확실치 않은 그곳으로,
존재하지도 않는 그런 역으로,
서울역으로 가,
'그곳요', 하면
역무원은
다시, 어디요?라는 되묻는 표정을 짓거나, 뭐 이런 정신 나간 사람이 있어? 하는 시선을 던질 것이다.
뻔히 그런
줄 알면서도 가끔, 그런 미친 짓이 미치도록 하고 싶어 진다.
누구나 그런 곳 하나쯤 갖고 있을 것이다. 잃어버린
곳도 없으면서 뭔가 잃어버린 듯 한, 가슴이 뻥 뚫려 휑한 바람이 들고 날게 하는 곳, 나 태어나 텅 빈 쭈그러든 엄마의 자궁 안이 그러할까?
형광등 불빛 아래 졸고 있는 것이다.
어느 날 문득,
걷다가도 자꾸 뒤돌아 보게 되는,
사는 날이 그런 걸까?
나는 오늘 수몰된 도시에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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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어느 구석, 햇빛 드는 창가에서 냥이와 전깃줄에 앉은 새들을 훔쳐보며 살아갑니다. 가끔 그 짓도 지루할 때, 마음을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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