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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나무 Jun 11. 2022

어느 곗날

우리 집 고양이 계 탔네

어둠이 꼬리를 감추기도 전 수선을 떤다

사방, 새들의 요란한 밥그릇 싸움에

어느 집 훈수를 두어야 할지

두발 위에 두 손을 얹고도 욕심 사납다      


그래 여름이 온 것이다

열어둔 창문으로 가끔

이웃집 사는 소리도 바람처럼 넘나드는

여름은 그런 계절이었다

덩달아 흥이 날 수밖에          


첫사랑처럼 누구나 한 번은 갖고 사는 곗날

아이들까지 학교로 보내고 나면

골목길엔

잠시 숨 돌리자며 창문 너머로 커피타임 날아들고

파랑새, 노랑새, 하얀 새

색색의 새들이 모여 욕심을 쪼던

돌아보면

그날이 곗날이었까?     


얼렁뚱땅 수신호에도

잠든 아이들 몰래 잘도 모여

상처를 발라먹던 평범한 날들

어찌 보면 그날이 곗날이었을지도


이제

철새들은 날아가고 이야기만 잠든 골목길

아침부터 새들은 모여 그 이야기를 파먹는가 보다          


여름날 하루

날아간 철새들은

창문을 열어놓았을까?    


-새들의 요란함이 잠을 깨운다. 진즉, 그 꾐에 넘어간 콩이는 이리저리 뛰어다니기에 바쁘다. 웃음으로 기지개를 펼치자 마음 가득 뿌듯함이 차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세상사라지만 별일이 다 있다 싶게 번거롭던 한 주였다. 참 살다 보니 그런 날도 있나 보다. 몸이 탈 나 119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에도 가보기도, 재감염된 코로나를 버텨내지 못해 앰뷸런스에 실려 격리병동에 입원을 해보기도 하였다.       


눈 뜨면 커피를 찾는 내게 죽 세끼 외에는 그 어느 것도 허락되지 않는 병실은, 문을 두고도 열고 나설 수 없는 갇힌 세상이었다. 그러니 어찌 평범한 오늘이 그 어느 날보다 기쁘지 않을 수 있을까?


새들의 시끄러움이, 고만고만한 아이들을 키우며 이웃과 새들처럼 살았던 기억을 소환해왔다. 담을 넘는 이웃집 그릇 부딪치는 소리가 지지고 볶던 시절을 생각게 해 눈물이 맺히는 순간이기도 하다. 다들 곱게들 나이 들고 있을지, 그랬으면 하는 소망이 그녀들의 창문을 넘나드는 바람이 돼보고 싶다 헛꿈을 꾸게도 한다.   


아프고 나니, 넘어져야 할 순간도 필요한 것이 삶이구나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삶 속에서 맺은 인연이 강물처럼 흘러 바다로 모여들어 한 번 만나봤으면 싶지만, 오히려 어느 곳으로 가 머물고 있을지 모를, 바람 같은 게 인연이란 것을 알게 된다. 물론 논리를 벗어난 엉뚱함이겠지만, 어쨌든 아슬아슬하게 맞이한 여름날이 참 좋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가만히 앉은자리로, 커튼을 투과해 들어선 빛이 마음을 아름답게 만든다. 누군가의 삶도 이 반성의 글을 투과해 아름다워졌으면 좋겠다. 이제야 조금씩 타인을 눈여겨보는 법을 배워가는 중인데,

........ 늘그막에 조금쯤 철이 들려나?  살이면 곤란한데...... 살 만 는다.     


산다는 게, 욕심을 부리다 의미마저 잃어버리는 경우를 제법 만나는 것 같다. 그 견뎌냄에 지난 추억이 제법 큰 힘으로 다가섰다. 소소하지만 평범한 일상 속 마음에도 습관처럼  평화가 깃들었으면,  날마다 평화롭게,


문! 결코 알지 못했다. 들고 날고 가 너무 익숙해,

열고 닫고 들어서고 나서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어느 곳으로 들어서는 문인지?

덜렁 거림을 줄이고 잘 살펴보는 습관을 들이도록 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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