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늘 앞뒤가 맞는 건 아니겠지요. 예측불허, 그러하니 두렵고 불안한 내일이겠지요. 그런데 그녀들은 마치 그 전쟁을 끝내고 돌아온 전사들 마냥 당당하고 목소리가 쩌렁쩌렁합니다. 보는 이에게 그 고비를 넘어선 자들의 편안함과 여유를 전염시키고 맙니다. 썩 괜찮은 전염이지요.
젊은 날엔 젊은이답게 선망의 대상이 있었겠지만 나이가 들어가니 할 수 있으면 건강하고 곱게 나이 들고 싶은 소망을 갖게 됩니다. 그 이면에는 늙으면 다 똑같다는 생각도 숨어있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의 프로에 나오는 네 여자분을 보면서, 참 사는 게 똑같구나 하는 보편성에 위로를 받게 됩니다. 어찌 보면 68세에 처음으로 밥솥을 사용해본다는 혜은이 님이 참 화려하게 살았다 부럽기도 하지만, 반면에 또 그렇게까지 바쁘게 살았구나 하는 안쓰러움을 어쩌지 못합니다. 화려함 뒤에 몇 번의 결혼 실패와 가슴에 아들을 먼저 묻은 박원숙 님의 아픔은 또 얼마나 클지, 감히 상상하기도 죄스러워 못하고 맙니다. 다른 출연자들도 기타 등등 사연이 많겠지요. 그러고 보면 뒤집어 까도 별거 없는 나의 삶에 무게나, 화려함 속에 감춰진 삶의 무게나 별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행운권 추첨의 기회가 올 때마다 난 그런 운은 없어하며 살았습니다. 언제나 행운은 나를 비켜간다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녀들의 삶을 들여다보니 큰 사고 없이 무난하게 살아온 내 삶이 참 행운이 아니었나, 깨닫게 되네요. 그러고 보면 원망할 것보다 감사할 것이 많이 남아 있네요.
그렇습니다. 가장 큰 행운은 잿팟처럼 터진 화려함이 아니라 별 탈 없이 보낸 하루하루가 행운이었네요.
가만히 손을 내주고 또 내민 손을 편안히 잡는 그녀들의 이야기에 웃다 보면 어느새 눈물이 흐르고 있네요. '웃프다'는 것이 이런 거 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