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앞에 선 단독자처럼

사랑과 철학

by 잰이

신 앞에 선 단독자처럼 살아가라는 말을 좋아했다. 자신의 운명과 책임을 기꺼이 짊어지고 나아가는 묵묵함이 연상되었으며, 그것은 곧 내가 아버지에게 보았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힘들었을 길을 가면서도 우리에게 힘듦을 토로하기보다 그저 책임지고자 다시금 발걸음을 옮길 뿐이셨다.


머리가 커지고 철학을 하면서 관계와 타자성이 나와 삶을 규명하고, 구성한다는 생각을 했다. 신 앞에 선 단독자는 현실에서 존재할 수 없으며, 비장한 마음가짐을 가지기 위한 비유일 뿐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간은 아무리 고독해도 관계 속에서만 규정될 뿐이다. 신 앞에 선 단독자는 내게 삶의 방향성과 같았다가, 그렇게 마음 한편에 밀려난 낡은 다짐이 되었다.


한편으로, 나는 매일 같이 산책길을 걸으며 여러 주제를 고민했다. 그 주제 가운데 많은 지분을 사랑이 가져갔다.


어느 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사랑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배려는 어떤 방식이 진정 상대를 위하는 건지, 그렇다면 내가 감내할 감정과 표현의 방식은 어때야 할지 등을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문득 키르케고르는 이런 사색의 시간들에서 신 앞에 선 단독자의 마음을 갖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만의 고민과 다짐, 실천이 어떤 고뇌와 힘듦을 감내해야 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생각해 보자. 그것은 누가 알아주지도 않을 것이며, 보상받지도 않을 것이다. 그저 내 다짐만으로 역경을 감내하고자 하는 태도는 모든 것을 굽어 살피듯이 알고 있는 신을 떠올릴 만큼 쉬운 일이 아니라는 방증일 터이다.


그런 생각에 미치자 나는 찬찬히 내가 바라는 모습을 떠올렸다. 내 마음에 남은 잔상은 어떤 것을 감내하는 아버지의 등이었다. 동시에 다정한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나는 아버지의 태도를 품되, 그처럼 외로운 느낌으로 살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신 앞에 선 단독자처럼 감내하는 것과 한 없이 가볍게 울어대는 참새처럼 내뱉기를 동시에 해야 하는 길이다.


닮고 싶던 아버지의 모습은 그가 우리에게 자신의 힘듦을 털어놓는다고 해서 무너질 것이 아니었다. 그것이 가슴에 남은 까닭은 기꺼이 시린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묵묵함과 실천에 있었다. 나는 사랑하는 이를 위해 기꺼이 그 태도를 답습할 것이다. 다만, 나는 사랑하는 이와 많은 것을 공유하며 보다 긴밀한 연결을 추구할 것이라 생각했다.


신 앞에 선 단독자로서의 태도는 그 길 위에서 사랑에 대한 하나의 태도로 다시금 마음의 가운데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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