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로부터 의미를 가지는 사랑

사랑과 철학

by 잰이

나는 이 세상에서 사랑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존재할 뿐, 그 수많은 사랑의 공통점을 묶어내는 본질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내 입장이 사랑을 환상이라거나, 알 수 없는 것, 혹은 무의미하다 등의 허무주의는 아니다. 오히려 나에게는 인간의 삶에서 필수적인 것이 사랑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의 이러한 견해에는 사랑의 의미가 수많은 차이에 의해서 생긴다는 관점이 깔려있다. 가령 구조주의적 사고와 같이 말이다. 소쉬르는 언어의 의미가 기표들의 차이로부터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가방과 나방은 'ㄱ'과 'ㄴ'이라는 자음의 차이로 인해서 의미가 생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자음과 모음의 합이라는 거대한 구조 안에서의 차이들로 인해 단어들은 구분되고 의미를 가지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랑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기보다 질투나 존경과 같은 다른 태도들과 차이에서 그 의미를 찾아가는 듯하다. 이에 더해, 저마다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개별적인 사랑들은 서로 다른 사랑들과의 차이로부터 다시금 정의된다. 예를 들어, 내가 애인과 나누는 사랑은 부모님의 사랑이나 친구들 사이의 우정과 구분되며 그 의미가 분명해진다.


이러한 방식으로 일반적인 사랑과 개별적인 사랑들은 차이에 의해서 그 의미가 구분되며 보다 분명해진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로 인한 사랑은 사랑을 명증한 것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부모님께서 내게 주신 사랑과 내가 애인과 나누는 사랑이 다름을 안다고 하여, 애인과의 사랑에 대해 모두 안다고 말하는 것이 불가능하듯이 말이다.


그러나, 그러한 명명백백하게 사랑을 이해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일 수 있다. 사랑의 의미가 차이에 의해서 끊임없이 재생산된다면, 시시각각 그것만을 추적하여 분명히 나타낼 허구적 가정 없이는 파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사유에서 나는 사랑을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첫째, 공유하는 본질이 없이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 둘째, 그 자체로 의미를 갖기보다 차이에 의해서 의미가 지어지는 것. 셋째, 차이에 의한 규정이 끊임없이 일어나 의미가 시시각각 변화하는 것. 넷째, 따라서 명증하게 이해되거나 판명되지 않는 것.


이제는 이러한 사랑을 어떻게 이해하고, 그 이해가 다시 어떻게 사랑을 하는데 도움이 될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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