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회귀, 찰나를 영원과 같이

by 잰이

니체는 무한의 시간과 유한의 세계를 떠올렸다. 유한의 세계는 생성하고 소멸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된 것들이 나타난다. 무한의 시간에서 그 조합은 결국 다시 반복된다. 마치 주사위를 수없이 던지면 같은 결국 같은 숫자가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시간은 수없이 흘러가기에 주사위는 끝없이 던져진다. 그렇게 '나'라는 존재는 무한의 시간에서 언젠가 다시 나타나며, 또 무한히 반복된다.


니체의 영원회귀는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사유는 찰나를 영원으로 간주하게 한다. 내 잘못은 끝없이 반복되고, 내 사랑도 끝없이 반복된다. 이 생각은 하나의 직선으로 그려지던 시간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먼저, 시간의 흐름이라는 하나의 직선에 수많은 평행선을 그린다. 그리고 지금 내가 있는 한 점을 짚어서 수많은 평행선에 수직이 되도록 관통하는 선을 긋는다. 그러면 하나의 직선에서는 점에 불과했던 찰나는 이제 수없이 펼쳐진 평행선만큼 늘어난다.


이것은 찰나의 가벼움을 영원이라는 무거움으로 바꾼다. 지금 사랑을 속삭이는 사소한 숨결 하나도 무거운 것이 된다. 내가 사랑하면서 겪은 모든 일들이 영원하게 반복된다고 생각해 보자. 그렇다면 어떤 사랑을 할 것인가?


이 사유는 목적을 위해 과정을 희생하는 것을 어리석게 느끼도록 만든다. 우리의 삶은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준비하는 시기가 분명히 필요함에도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어느 목표를 향해 나아가더라도 내딛는 한 걸음조차 기꺼운 길을 가는 것뿐이다.


누구는 결혼이, 누구는 아이를 갖는 것이, 누구는 함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는 것이 목표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향해 가는 길에서 한 걸음이 갖는 의미를 더욱 크게 느껴야 한다. 우리는 과정으로의 한 걸음을 사는 것이 아닌, 한 걸음 그 자체를 살아가는 것이다.


영원회귀를 곱씹으며 생각한 사랑은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 갖는 의미를 부각했다. 미숙한 내가 남긴 발자취보다 성숙한 내가 남긴 발자취가 많아지길 바라면서, 사랑하는 매 순간을 소중하게 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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