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고했던 마음이 흔들린다.
면접교섭으로 주말마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아이와 몇 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남편도 늘 함께한다.
셋이서 밥을 먹고, 카페에 가고, 아이를 돌본다.
모르는 이들이 보면 그냥 평범한 세 가족처럼 보일 것이다.
나도 그런 시간들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조용했고, 평온했고, 평범했다.
그의 과거가 조금씩 흐려지고,
‘이 정도만 되어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제안하는 협의 내용들은 점점 나에게 맞춰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심은 그 자신이었다.
기다림과 협박, 회유가 반복되면서 나도 점점 지쳐갔다.
'그냥 여기서 적당히 타협할까.'
그런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남편과 이야기한 간단한 내용들을 변호사에게 전했다.
변호사는 고개를 저었다.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모호한 부분이 많았고, 결국 나를 본인 주변에 묶어두고
모든 걸 마음대로 조종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했다.
게다가 금전적인 부분에서 그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조였다.
분명 나에게 점점 맞춰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론적으로는 모든 내용이 그에게 유리하도록 짜여 있었던 것이다.
왜 변호사에게 전하기 전까지는 그걸 인식하지 못했을까?
내가 너무 좋은 쪽으로만 해석했던 걸까?
어쩌면, 나는 그 순간을 너무 원하는 나머지
그의 제안을 그냥 받아들이고 싶었던 건 아닐까.
그냥 평화롭기를 바랐던 건지도 모른다.
아이와의 시간, 잠시나마 느꼈던 평온함.
그것이 나에게는 너무 절실했던 나머지
기대감과 희망을 너무 크게 두었던 것이다.
하지만 변호사는 감정을 배제하고,
그저 그 제안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따져보았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모든 것이 내게 유리하게 돌아간 것처럼 보였던 것이
실상은 그에게 유리한 구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소송 중 이렇게 혼란을 겪으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마음이 약해진 순간, 그 순간을 잘 버텨내셨으면 좋겠다.
무슨 일이 있어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원래 계획대로 밀고 나가는 것이 나의 정답에 더 가까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