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함이라는 착각

by 최작가

나는 그냥 평범, 아니 그 이하의 사람이다.
남들에게 피해 주지 않고, 착하게, 둥글둥글하게 살아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부당한 일이 생겨도 그냥 그러려니 넘겼고,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조금 손해 보더라도 그게 마음 편했다.


가끔 가시 돋힌 사람을 만나면, 적당히 맞춰주고 거리를 뒀다.
이상하게도 그런 까칠한 사람들은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부류의 사람과 결혼을 했다.


이럴 수가.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예전부터 나쁜 사람들에게 호되게 당해보는 경험이라도 해봤을 텐데.
그랬다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챌 수 있었을까.


가끔은 생각한다.
이 일은 내 인생에 꼭 필요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착하게만 살면 되는 줄 알았던 나에게,
인생을 그렇게 만만하게 보지 말라고 알려주는 계기였던 걸까.


그래도.
아이가 있는데, 이런 식의 깨달음은 너무 가혹하다.


하지만 이 정도 아니었다면
나는 끝까지 몰랐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나를 지켜야 하는지를.


생각해보면,
예전에도 어떤 사람 때문에 체중이 확 줄고, 피부가 완전히 뒤집어졌고, 결국 퇴사까지 했던 적이 있다.
분명 나쁜 사람에게 제대로 당했었다.
그런데 또 잊었다.
세상에 그런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퇴사 후, 그 사람은 또 다른 직원을 괴롭혔고
결국 본인이 퇴사하게 되었다고 들었다.
그 사람은 전 직장에서도 같은 행동을 반복했었다고도.

나는 착하게가 아니라, 순진하고 멍청하게 살고 있었다.
무례한 사람에게도, 친절한 사람에게도 똑같이 대해야 한다고 믿었다.
사람은 언제나 일정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내가 장점이라 생각했던 것은, 사실은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착하게가 아니라 현명하게 살아야 한다.
나는 이런 상태로 어떻게 사회생활을 해 왔는지, 나도 의아스럽다.
아마 주변 사람들이 나를 이해하고, 보호해 주었던 것 같다.


본인이 ‘착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한 번쯤 다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혹시 순진한 생각 속에,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건 아닌지.


현명하게 사는 것이 정확히 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최소한, 무례한 사람에게는 무례하게 굴어도 된다.
아니,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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