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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한 Sep 17. 2024

祭 제사와 올림픽

제사의 의미

2024년 9월 17일 한자 祭


역사 속 오늘 1988년 9월 17일은 한국 서울에서 제24회 하계 올림픽이 개막되었습니다. 올림픽은 기원전 8세기부터 서기 5세기에 이르기까지 고대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열렸던 제전에서 비롯되었다고 하지요. 제전은 흔히 문화, 예술, 체육 따위와 관련하여 성대하게 열리는 사회적인 행사를 뜻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전을 한자로 적으면, 제사 제祭법 전典으로, '제사의 의식'이란 뜻입니다. 제사와 올림픽아 제전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요?


고대 올림픽은 그리스의 여러 도시 국가의 대표선수들이 모여서 달리기, 격투기, 전차경기 등의 시합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이 시합은 단순한 스포츠 경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리스 신화의 중심인물인 제우스를 기리기 위한 일종의 종교적 의식이었습니다. 이때, 수 천 마리의 소를 희생시켜 제단에 바쳤으며, 광란의 축제를 벌였다고 하지요. 이런 이유로 올림피아 제전祭典이라고 불렀습니다. 오늘은 마침 추석이니 제사 제祭에 대해서 좀 더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갑골문       금문

제祭의 갑골문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희생제물을 손으로 들고 있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이후 금문에서는 제단을 그린 볼 시示가 더해져서 지금의 제사 제祭가 되었습니다. 


제사의 근본 목적은 무엇일까요? 


     宥

그 질문에 대해서는 용서할 유宥가 답하고 있습니다. 금문에서 보듯이 신전의宀 제단에 고기를 바치는 모습有입니다. 제사는 원래 신의 분노를 달래기 위한 의식이었습니다. 과학적인 지식이 부족했던 고대에는, 천재지변 등의 재앙은 모두 인간의 그릇된 행위에 분노한 신의 심판으로 여겼습니다. 따라서 재앙이 발생하거나 혹은 예방을 위한 기도의 의미로 날을 정해 용서를 비는 제사를 드렸습니다. 그래서 제祭는 '사귀다, 용서하다, (제단에) 나아가다'등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완전한 신과 부정한 인간이 직접 대면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그 사이에 신과 인간의 중재자인 제사장을 세웠습니다. 갑옷 또는 제사장의 예복을 의미하는 개介 '중개하다'를 뜻하는 이유이지요.

이러한 인식은 고대의 신전들에서 확인됩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발견된 지구라트(신전)를 보면, 제단의 위치는 인간세상과 하늘의 중간지점에 놓여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정면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맨 꼭대기에 신이 임재하는 신의 처소가 있습니다. 그 바로 앞이자 계단의 꼭대기에 제단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하늘과 닿아있는 신전은 하늘을 상징하고 지상은 인간 세상을 의미하지요. 그리고 지상에서 신전으로 이어지는 계단은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오작교를 상징합니다. 

사이 제際가 바로 그 뜻을 나타낸 한자입니다.  

   際

왼편은 계단을 측면에서 그린 언덕 부阝, 오른편은 제사 제이루어져 있습니다. 신과 인간 사이를 이어주는 천국의 계단에서 '다다르다, 끝, 사이, 만나다, 사귀다'란 뜻이 나왔으며, 제사를 지내기 위해서 정한 날의 의미에서 '때'를 뜻하기도 합니다. 

    陟                 降

한편 제사장이 제단을 오르내리는 모습을 그린 글자가 오를 척 降내릴 입니다. 갑골문, 금문 연구로 유명한 일본의 시라카와 시즈까는 이를 '신 사닥다리'로 칭했습니다. 이를 따르면, 제際는 야곱이 꿈에서 본 천국의 사닥다리를 상징하는 계단입니다.


이렇듯 제祭는 원래 신탁시대의 제사의식을 뜻했습니다. 그러나 신탁시대의 종식과 더불어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났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나중에 조상제사로 다시 부활하였으니까요.  마지막으로 그 제사와 관련된 한자를 살펴보겠습니다.


손 수를 더한 문지를 찰은 제사상에 올리기 위해 제물을 손으로 문질러 씻는 모습을,  풀 초를 더한 내칠 살蔡은 제사상에 올릴 수 없는 나물을 뜻하며, 살필 찰察은 제사상을 차려놓고 규정에 맞는지 살펴본다는 뜻입니다. 


지금쯤 차례를 지내고 있겠네요. 이번 추석에는 신령과 사귀는祭 제사에 더해 가족, 친지들과도 화목을 다지는 제사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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