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와 함께여서 좋은 점 몇 가지
[미로의 공적]
미로와 함께 살며 하루 중 제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아이 예뻐~’인 것 같습니다. 미로가 눈에 들어올 때마다 하루에 백번쯤 저절로 나오는 말이에요. 미로와 살기 전에는 어떤 말을 주로 하고 살았는지 생각해 보면 투덜이 스머프에 가까운 제 성격을 봤을 때 ‘어우 피곤해,’ ‘하기 싫어,’ ‘재수 없어’ 정도였을 겁니다.
퍽퍽한 세상, 입에서 이쁜 말이 한 번이라도 나오게 하는 건 사실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쁘다는 이쁜 말을 입에 달고 살게 된 것은 미로의 혁혁한 공입니다.
[미로와 함께 자기]
미로와 함께 자면 사지가 자유롭지 못합니다. 미로가 어떻게 자리를 잡느냐에 따라 저의 자세도 유연하게 변화시켜야 합니다. 미로는 시작은 제 발 언저리에서 해서 밤새 스멀스멀 위로 올라와 결국 제 뒤통수에 엉덩이를 밀어 넣은 채 아침을 맞이합니다.
새벽에 미로 때문에 깨는 일도 잦습니다. 바깥에서 나는 소리에 갑자기 우와악 짖으며 달려가기도 하고, 쉬를 하고 와 쉬 묻은 발을 쫍쫍 핥아대기도 하고, 덥다고 땅을 미친 듯이 파기도 합니다. 뜬금없이 밥을 먹겠다고 얼굴에 대고 컹컹 거리기도 합니다. 모두 무시하고 자기는 힘든 소리들입니다. 가끔 새벽에 문득 깨서 꿈지럭대고 싶을 때도 미로가 깰까 봐 눈만 굴리며 1초에 1미리씩 움직여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기 전에 말랑말랑한 미로의 배를 만지며 미로의 눈이 꿈뻑꿈뻑대다 감기는 걸 보다 잠드는 기분은 이 모든 성가심을 이기게 만듭니다. 한밤중에 눈도 못 뜬 미로가 엉금엉금 등 뒤로 기어와 풀썩 엎드려 엉덩이를 붙일 때의 뜨뜻함,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미로의 깜장 코일 때의 행복함을 생각하면 까짓 거 몸 좀 구기고 자죠 뭐.
[맥락 없이 미로 자랑]
칭찬할 거리는 험담보다 생각이 잘 안 납니다. 게다가 지금 잘하는 걸 당장 내일이라도 안 할 수 있는 존재가 강아지라고 이미 장황하게 글을 쓰기도 했었지요. 그래서 이쁘다고 자랑은 했어도 행동거지는 흉만 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미로에게도 이쁜 얼굴 외에 자랑할 구석이 소소하게 없지 않습니다.
미로는 자기 먹을 것과 장난감이 아니면 크게 탐내지 않습니다. 물론 고기랑 고구마, 빵은 예외입니다. 그 앞에서는 시공간이 의미를 잃습니다. 하지만 그 외 음식은 자기 것인지 아닌지 기가 막히게 알아서 냄새는 조금 맡아볼지언정 먹겠다고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침대 위에 함께 누워서도 평화롭게 저 혼자 간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낮은 상이나 침대 위 베드 트레이에서 밥을 먹는 것도 메뉴가 삼겹살이나 고구마만 아니라면 완전 가능입니다.
갖고 노는 것도 자기 장난감을 제일 좋아해서 이갈이 할 때 말고는 집안 물건에 손이든 발이든 입이든 댄 적이 없습니다. 딱 한 가지 예외가 화장실 앞 발수건인데, 아기 때부터 수건으로 놀아줘서 그런지 이건 구분이 잘 안 되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발수건은 치워버렸습니다.
휴지통도 전혀 건드리지 않고 양말, 가방, 과자봉지 등 장난감이 아닌 건 모두 안전해서 딱히 미로를 의식해서 치워두어야 하는 것은 없습니다. 가끔 자기 것이 아닌 거에 정신이 팔릴 때가 있는데 이럴 때는 갑자기 흥분해서 그걸 사방팔방에 던져대고 온 집안을 뛰어다니며 방정을 떨어서 금방 티가 나고 맙니다. 겁 많은 제가 심장 내려앉을 만한 일은 많이 안 만들어줘서 항상 고맙습니다.
[몸무게 근황]
미로는 꾸준히 몸이 불어 이제는 2.9kg이 되었습니다. 미로 견생 최고의 몸무게입니다. 간식도 사료도 줄였는데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관리를 해주기는 해야 하는데, 비엔나 소시지 같은 몸매가 여간 귀여운 게 아닙니다.
[추가]
아무래도 미로에게 두 번째로 많이 하는 말은 ‘안돼’ 일 듯합니다. 네, 늘 훈훈할 수만은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