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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현 Oct 15. 2017

식물에는 정말 자신없는 사람도 키울 수 있는 식물

웬만하면 죽지않고 공기정화도 해주는 기특한 산세베리아 하니





식물 왕초보인 저도 얘는 알죠. 식물계의 흔남 흔녀, 산세베리아입니다. 나사가 인정한 공기정화 식물이라고 해서 인기가 높습니다. 공기 중의 독소를 제거하고 밤 동안 이산화탄소도 흡수하는 흔치 않은 식물이라고 합니다.

제가 태어나서 두 번째로 제 돈 주고 산 아이이기도 해요. 그래서 흔한 아이지만 특별한 애정이 갑니다. 처음으로 산 아이는 작고 귀여운 선인장이었는데 금방 죽…ㅠㅠ

그러나 두 번째로 산 산세베리아는 죽지 않았습니다. 자그마한 제 방의 신선한 공기를 위해 샀는데 이사 오면서 이웃에게 주고 올 때까지 생생 팽팽했었습죠. 그러고 보니 걔는 어떻게 됐을까요. 항상 침대 머리맡에서 외로운 저를 지켜주던 고마운 공기정화 그 아이….

되도록 식물은 들이지 않기로 한 지금도 산세베리아는 하나 있습니다. 심지어 사정없이 잘 자라고 있습니다. 제 품에서 살아남은 강한 아이입니다.




©JeonghyunLee





그런데 산세베리아도 종류가 여럿 있습니다. 지난번에 이야기한 식물 족보에서 산세베리아는 “속(Genus)”에 해당합니다. 산세베리아 가족이 있고 그 안에 여러 아이들(종 : species)이 있는 거죠. 사진의 이 아이는 산세베리아 집안의 트라이패스키아타 라는 다소 요란한 이름의 종에 속합니다. 그런데 이 아이를 공부하다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바로 식물의 족보가 “종”에서 끝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사람들이 어떤 종들을 이 종 저 종 섞어서 변종을 만든 게 있더만요. 우리말로는 품종, 변종 이렇게 말하고 식물 족보 상에서는 species 밑의 cultivar라고 불리네요. 강아지 중의 믹스견, 똥개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요. 강아지도 똥개가 귀엽듯 식물들도 요 변종들 중에 인기폭발인 애들이 많은 것 같아요.  다시 사진 속의 아이로 돌아오자면 얘는 트라이스패스키아타 종의 변종 중 ‘하니(Hahnii)’입니다. 별명중 하나가 한의 산세베리아(Hahn’s Sansevieria)라는 걸 보니 아마도 ‘Hahn’이라는 사람이 이 변종을 개발하고 자기를 귀엽게 부르는 이런 이름을 붙인 게 아닐까요? 어찌 됐든 그래서 이 아이의 풀네임은 산세베리아 트라이패스키아타 하니(Sansevieria Tryfasciata var. Hahnii)입니다. 짧게 산세베리아 하니라고도 부릅니다.


변종이 아닌 원래 산세베리아 트라이패스키아타는 잎이 뾰죽하고 위로 쭉쭉 자라는 아이입니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아이로 지금 저희 집에 있는 거예요. 정말 위로 위로 잘 자랍니다. 하지만 하니는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키가 작고 잎사귀는 옆으로 넓고 동그랗지요. 동그랗게 펼쳐져 있는 모양 때문인지 bird’s nest (새둥지)라는 별명도 있어요. 귀엽… 하니 중에 또 다른 변종으로 노란 테두리가 둘린 골든 하니도 있습니다. 얘도 찍어두었어요. 곧 소개하겠습니다. 훗


기왕에 하던 이름 얘기를 계속하자면 산세베리아들은 잎사귀의 무늬 때문에 snake plant라고도 불리는데, 또 하나의 별명은 mother-in-law’s tongue이랍니다. 우리나라 말로 하자면 시어머니의 혀 또는 장모님의 혀겠죠? 딱딱하고 뾰죽한 잎 모양 때문이라고 하는데 무슨 의미일까요…. 전 세계의 며느리 들은 다 이해가 될만한 뭐 그런 게 깔려있는 별명인 듯합니다. 또 다른 별명이 악마의 혀(devil’s tongue)라고 하니 네.. 모.. 그렇습니다. 이와 달리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호랑이 꼬리라는 이름으로 불렀대요. 동양의 며느리들은 그렇게 대놓고는 못하는 좀 더 은근한 그런 게 있는 걸까요.





©JeonghyunLee




보통의 산세베리아 트라이패스키아타 ( 아 이름 너무 깁니다..)는 꽃이 피는데 하니는 거의 꽃을 피우지 않는다고 합니다. 저에겐 전혀 문제 되지 않습니다. 생존이 중요하니까요. 저희 집의 산세베리아 트라이패스키아타는 잘 살다 못해 새끼도 엄청 쳐서 화분이 비좁기는 하지만 꽃은 비슷한 것도 피우지 않았습니다. 여름이나 가을에 향기가 좋은 초록빛이 도는 하얀 꽃이 핀다는데… 보고 싶네요… 그러나 살아있는 게 어디예요ㅎ


그럼 우리 집에서도 살아남는 기적의 산세베리아는 어떻게 키우면 좋을까요. 산세베리아에 대해 찾아보면 극한의 상황에서도 살아남는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그렇네요. 저희 집은 극한의 상황이니까요.


이 아이는 빛이 적당히 들어오는 곳에 놓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북쪽으로 난 창가나 얇은 커튼이 쳐져있는 빛이 많이 들어오는 창가처럼요. 이보다 빛이 더 적어도 되긴 하는데 빛이 많아야 색깔이 더 이뻐진대요.




©JeonghyunLee




물은 흙이 완전히 말랐을 때 줘야 한다고 합니다. 흙이 완전히 마르면 화분 밑의 구멍으로 물이 뚝뚝 떨어질 때까지 물을 줍니다. 흙이 물에 잠기면 절대 안 된대요. 다육식물들은 잎에 물을 저장하기 때문에 물을 너무 많이 주면 잎이 썩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산세베리아는 겉으로 표시를 잘 안내는 점잚은 스탈이기 때문에 지금 물이  많은 건지 어쩐 건지 알기가 힘들다고 하네요. 그래서 물주는 날짜를 규칙적으로 정해놓는 게 안전하다고 합니다. 백화점 쉬는 날처럼 2번째 일요일에 주자, 매달 10일에 주자 이렇게요. 여름에는 3주에 한번 정도 주고 겨울에는 그보다 덜 주는 게 좋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우리 집 산세베리아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제가 물을 안 줬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꼭 살아남았으면 하는 마음에 물을 많이 주면 죽을 수 있습니다. 물 주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아야 합니다. 가끔 집에 오시는 어머니가 항상 “너 쟤 물 주지 마”라고 명령하신 덕분에 지금의 산세베리아가 있을 수 있었지요. 아주 건조한 환경에서도 잘 살아남는다고 하니까 많이 주느니 안 주는 게 낫습니다! 물 줬나 안 줬나 헷갈릴 때는 주지 마세요!!


잘 자라서 새끼를 많이 치는데 새끼들이 어느 정도 자라면 분갈이해주는 게 좋다고 해요. 저는.. 못합니다…. 그랬다 얘도 죽으면 안 되니까요. 분갈이하는 걸 봤는데 보통 일이 아니더라구요. 분갈이하다가 많이 죽기도 한대요. 저 같은 쪼렙이 감히 덤빌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 집 산세베리아는 지금 화분 안에 5대 6대가 대가족을 이루어 바글바글 살고 있습니다. 참 여러모로 고맙고 기특한 아이입니다.^^



©JeonghyunLee





오늘 공부의 출처는 plantcaretoday, worldofsucculents, 네이버 ‘소혹성의베란다정원’, 네이버 영어사전입니다.


제가 찍는 식물 사진은 이곳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www.instagram.com/40pla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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