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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현 Jan 24. 2019

식물들의 겨울나기

다육이가 겨울을 건강하게 나는 법




마지막 식물 노트를 쓴 날짜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랜만이라는 건 알았지만, 정말 쏜살같이 시간이 흘렀네요. 새해도 밝았으니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식물 초보 필기노트를 다시 시작합니다. 하핫.

겨울의 한 복판인데, 올해는 어째 겨울 느낌이 화끈하게 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눈도 안 오고 한파도 예전만 못하고 미세먼지만 풍년이어서 그런가 봅니다. 롱패딩 타령을 하던 친구도 올 겨울은 구매의지가 생기지 않는다고 하네요.

그래도 겨울은 겨울. 식물 식구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주의를 기울여 줘야 합니다. 대부분의 식물들은 겨울이면 휴식에 들어가는데 그렇다고 내팽개쳐 둬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겨울을 건강하게 나야 다음 한 해를 건강하게 자란다고 제가 여러 책과 자료에서 읽은 바가 있습죠. 겨울을 춥게 나지 않으면 비리비리해진다고 하니 겨울을 겨울답게 보낼 수 있도록 해줘야죠. 



©JeonghyunLee




이번엔 다육 식물 위주로 겨울나기 대책을 알아보겠습니다. 조물조물 작은 다육이들은 행여 추운 겨울을 견디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되지만 사실 다육이들은 의외로 추위에 강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나라의 다육이들은 습한 여름이 훨씬 더 위험하죠. 

겨울은 대부분의 식물들이 활동량을 낮추는 때입니다. 기온이 낮아지고 햇빛의 양이 적어지면 식물들은 잎에 있는 양분들을 뿌리로 보내고 뿌리의 활동을 둔화시켜 물도 조금만 빨아들인다고 합니다. 광합성을 통한 성장을 멈추고 필요한 성분들을 저장하기 시작하죠. 이렇게 준비를 해야 온도가 떨어지면서 흙속의 습기가 얼어서 죽는 일을 피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겨울철에는 활동을 줄이고 푹 쉴 수 있도록 물의 양을 줄여주고 다소 건조한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JeonghyunLee



날씨가 추워지면 베란다에 있던 식물들을 따뜻한 방 안으로 들여오고 싶지만, 무조건 따뜻한 곳으로 옮겨 오면 환기가 잘 안되면서 오히려 해충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합니다. 특히 다육식물들은 사시사철 햇빛이 많은 게 좋은데, 바깥에 있던 식물을 어두운 실내로 옮기면 기온은 높아지고 빛이 부족해져 웃자라거나 허약해질 수 있어요.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 옆에는 일본인 학교가 있었는데, 그 학교에 다니던 꼬마들은 한겨울에도 반바지를 입고 등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일본인 부모들은 그렇게 해야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란다고 믿는다는, 진짜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얘기를 친구들끼리 하며 꼬맹이들의 빨개진 종아리를 바라보곤 했죠. 그런 철학은 끼어들 수 없을 만큼 우왁스러운 여고생이던 저희들은 인정사정없이 겨울옷을 껴입고 다녔었는데, 롱패딩이 없던 시절이라 교복 치마 밑의 스타킹 신은 종아리까지는 보호할 수 없어 종아리가 그렇게 다들 튼튼했었나... 싶은 생각이 불현듯 드네요.



©JeonghyunLee



겨울이 휴면기인 다육들은 물을 줄여 주셔야 합니다. 뿌리가 잠을 자고 있어 물을  많이 주면 쉽게 무르거나 얼어 버릴 수 있어요. 식물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한 달에 한 번 정도면 충분하고 아주 추울 때는 물을 주시면 안 됩니다. 바로 얼어버려서 위험해요. 저는 쫄보라 물을 아예 주지 않습니다. 다육이는 물이 많아서 죽지 목말라죽지는 않는다는 말을 믿고 있거든요. 겨울이 생장기인 식물들은 조금 더 물을 줘도 되지만, 역시나 많이 추울 때는 안됩니다. 

식물에게 주는 물 역시도 주의해야 합니다. 바로 받은 수돗물은 엄청 차갑잖아요. 아우 아침에 세수할 때 아우 아시잖아요. 저희도 따뜻한 물 나오기를 기다리듯 식물들에게 주는 물도 찬물을 바로 주지 말고 어느 정도 실온에 놓고 한기가 빠지고 난 후 주시는 게 좋아요. 그렇다고 더운물을 주면 그것도 안된답니다. 이게 귀찮아서 겨울에 물을 안 주는 건 아니에요. 오해입니다. 



©JeonghyunLee




대부분의 다육이들은 5도 이상에서 월동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건강한 상태면 그보다 더 낮은 온도에서도 잠깐씩은 견딜 수 있다고 해요. 겨울에 온도가 너무 높은 것도 좋지 않다고 하니 무조건 실내로 옮길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실내는 빛도 부족하고 난방까지 하면 너무 건조해지니까요. 베란다에 햇빛이 오랜 시간 충분히 들어온다면 베란다의 빛 잘 들어오는 위치에 두셔도 좋고, 밤에는 신문지로 덮어두면 온도가 많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해요. 베란다 온도가 영하 밑으로 많이 떨어진다 싶으면 그때만 살짝  집으로 들여놓는 게 좋다고 합니다. 이때 갑자기 너무 따뜻한 곳으로 옮기면 안 되고 집에서 가장 추운 곳, 베란다 앞이나 창가 등으로 피신시키면 됩니다. 낮이 되면 다시 빛이 많은 곳으로 옮겨주는 것, 잊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다육이는 항상 빛을 원하니까요.



©JeonghyunLee




겨울이면 성장을 멈추기 때문에 고대로 있는 다육이들을 보고 답답해하시면 안 됩니다. 죽은 거 아니냐며 물을 주거나 비료를 주거나 화분을 갈거나 모두 댄저러스 해요. 그런 것은 생장의 파워가 울끈불끈 샘솟아 흐르는 봄에 해야 한답니다. 겨울은 인내의 계절, 조용히 지켜봐 주셔야 합니다. 모양이 크게 변하지는 않지만 봄을 위해 필요한 준비를 알뜰하게 하고 있는 중이니까요. 뜨끈한 우동이라든지, 어묵이라든지, 군고구마나 평양냉면(응?) 같은, 겨울에 더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다육이들의 겨울잠을 지켜줍시다. 

봄소식이 오기 전 식물 초보 필기 노트는 또 찾아옵니다! 아마도!




©JeonghyunLee





제가 찍는 식물 사진과 사진으로 만든 포스터는 이곳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www.instagram.com/40pla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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