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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현 Sep 09. 2019

국민 식물 스투키의 비밀

당신의 스투키는 진짜 스투키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 실린드리카





일을 하다 보면 항상 고민되는 것 중 하나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대중적인 것과 내가 정말 원하는 것 사이의 균형을 찾는 일입니다. 다른 것 생각하지 않고 내 마음대로 다 하고 싶지만 그래도 내가 만든 것을 봐주고 좋아해 주는 사람이 더 많았으면 하는 것도 솔직한 마음이니까요. 식물을 선택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식물이 있고 나만 좋아하는 식물이 있죠. 저의 취향에 딱 맞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식물을 발굴해 내고 싶은 마음과 모두가 좋아하는 식물을 제대로 잘 키워보고 싶은 마음이 함께 있습니다.




©JeonghyunLee





제 취향을 저격하는 식물에 대해서는 저절로 궁금증이 생기지만, 누구나 다 좋아하는 식물은 그럴만한 이유가 또 있는 법이니 언제나 좋은 공부가 되죠. 그래서, 다양한 식물을 다루는 꽃집 동생이 어떤 건 금방 팔렸고 어떤 건 이렇게 이쁜데 아무도 안 데려가고 하는 이야기를 들려줄 때면 무척 흥미롭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희귀한 모양의 식물을 더 좋아하는 플로리스트 동생이지만, 그녀가 꼽은 가장 인기 있는 효자 식물은 단연코 스투키였습니다. 스투키는 식물 키우는 게 어렵게 느껴지는 모든 사람들의 친구이자, 식물을 선물하고는 싶은데 무얼 골라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좋은 선택으로 알려진 식물입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누구에게나 친숙해진 저력 있는 식물이죠. 하지만 스투키에 대해 공부하다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JeonghyunLee






바로 우리가 스투키라고 알고 있는 식물이 사실은 스투키(Sansevieria stuckyi)가 아니라, 실린드리카 (Sansevieria cylindrica)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스투키와 상당히 비슷하게 생겼지만 스투키가 가운데 깊은 홈이 있는 반면 실린드리카의 줄기는 매끈합니다. 스투키의 인기가 갑자기 높아지면서 외양이 거의 비슷하지만 성장 속도가 더 빠른 실린드리카를 판매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원래의 실린드리카는 한 뿌리에서 여러 줄기가 부채 모양으로 펼쳐지며 나오는데 이 줄기들을 잘라 스투키처럼 꽂아 판매한다고 합니다. 둘은 상당히 가까운 친척이고 키우는 방법도 비슷하니 큰 피해가 가는 일은 아니지만, 스투키라는 이름이 명실상부 국민 식물이라고 할 만한 인기를 누리고 있으니 실린드리카나 스투키 둘 다 억울할 수도 있겠습니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이름으로 불러줘야겠습니다.  





©JeonghyunLee





스투키 아니 실린드리카의 인기는 다육계는 물론 반려 식물계 모두를 통틀어도 압도적입니다. 웬만한 집에도 하나씩, 웬만한 사무실에도 하나씩, 빠지지 않고 목격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첫 번째 이유는 당연히, 잘 안 죽는다는 것입니다. 딱히 식물에 관심 없는 사람의 집이나 사무실에서도 쉽게 발견되는데 즉, 직접 구매했다기보다는 선물 받았을 확률이 크다는 것이죠. 식물을 선물할 때 가장 많이 고려하는 것이 키우기 쉬운 지, 잘 죽지 않는지라고 합니다. 이쁘다고 선물한 식물이 며칠 지나지 않아 죽어버리거나 키우기 까다롭다면 괜히 골칫거리를 선물하는 것이 되니 잘 죽지 않을 튼튼하고 무난한 식물을 찾게 되는 거겠죠. 아무리 키우기 쉽고 생명력이 강하다고 해도 생명이 있는 생물이니 만큼 최소한의 관심과 정성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얼마 큼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는 곳으로 떠나보내기에는 탄탄한 스투키 아니, 실린드리카가 그나마 믿음직스럽습니다.





©JeonghyunLee





게다가 복잡할 것 없이 쭉쭉 뻗어있는 이 식물의 단순한 선은 인테리어계를 휩쓴 북유럽풍이니 미니멀리즘이니 하는 분위기들과도 무난하게 어울려서 선물로 고르기에도, 식물 초보자들이 큰 맘먹고 구매하기에도 좋죠. 이와 더불어 요즘 들어 반려 식물계에서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는 공기 정화 능력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식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좋아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추었으니 과연 국민 다육의 타이틀을 차지할 만하지요. 정말 정말 식물에 전혀 관심 없는 사람들도 스투키라는 이름은 알고 있는 것을 자주 보았으니까요.





©JeonghyunLee





실린드리카(스투키)가 이렇게 슈퍼스타가 된 것은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은 듯합니다. 오래전부터 집안에 정글을 가꾸어오신 어머니나 할머니들의 컬렉션에 포함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최근에 들여오신 경우가 더 많죠. 그건 아마 실린드리카가 최근 해외에서 들어온 식물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화려한 색의 꽃과 풍성한 잎을 좋아하시는 어머니나 할머니의 취향을 생각해보면 줄기도 아닌 것이 잎도 아닌 것이 삐죽하기만 한 이 식물의 지극히 시크한 모양새는 어머님들 마음을 빼앗기에 부족함이 있죠. 미니멀리즘이라는 것이 유행하지 않았다면 스투키든 실린드리카든 지금처럼 인기 있기는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JeonghyunLee






국민 다육인 만큼 흔하디 흔하지만 그렇다고 지루하다고 할 수는 없겠다는 것을, 늘 그렇듯 사진을 찍으며 깨달았습니다. 가만 보면 청량한 초록색과 뚜렷한 무늬가 오히려 개성이 넘칩니다. 특히 저 같은 줄무늬 성애자에게는 한층 더 매력적이죠. 국민 가수나 국민 동생처럼 인기가 그만큼 있는 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역시 있습니다. 다소 무심한 관리를 좋아하는 무난한 성격 탓에 어딘가 동상처럼 방치되어 있는 실린드리카가 여러분 곁에 있다면 한 번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들여다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늘 보던 것이라는 편견을 내려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분명히 ‘아 이게 이렇게 이뻤어?’ 하는 생각이 드시는 순간이 있을 거예요. 아니라면 아직 편견이 다 내려놓아지지 않은 것이니 작고 익숙한 것의 소중함이 새삼 사무치는 다른 어떤 날 다시 시도해 봅시다. 이름은 비록 우리를 속일지라도 국민 다육이의 진짜 매력은 늘 거기 있으니까요.





©JeonghyunLee






<스투키로 알려진 실린드리카 키우기>


빛 : 빛이 많이 들어오는 실내에서 잘 자라지만 그늘에도 적응을 잘하는 편이에요. 직사광선은 피해 주는 게 좋습니다.


물 : 물은 한 번 줄 때 흠뻑 주고 흙이 완전히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주셔야 해요. 과습에 약해요. 줄기 아랫부분을 만져봤을 때 약간 말랑한 느낌이면 물을 주세요. 겨울에는 주기를 더 길게 해 주고 물을 준 후에 통풍이 잘 되는 것은 늘 중요합니다. 통풍이 안 되는 곳에서 물을 많이 먹으면 생명력 강하기로 유명한 산세비에리아속 식물들도 힘을 잃습니다.


온도 : 따뜻한 걸 좋아하고 더위도 잘 견딥니다. 하지만 추위에는 약해 온도가 너무 낮으면 물을 많이 주지 않아도 썩을 수 있기 때문에 겨울에는 따뜻한 실내에 놓아주셔야 해요. 밤에도 10도 이상 되어야 한답니다.




오늘 공부는 서울신문에 실리는 "이소영의 도시 식물 탐색"과 네이버 블로그 "나무꾼의 가드닝 앤 피싱"을 참고했습니다.




©JeonghyunLee





제가 찍는 식물 사진과 사진으로 만든 포스터는 이곳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www.instagram.com/40plants/


제가 찍는 다른 사진들은 이 곳에서 보실 수 있어요.

https://www.instagram.com/jhl.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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